'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
'앞뒤 생각 않고 당장에 좋은 편을 취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최근 도서정가제를 흔들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행태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여기에는 책을 시장의 상품으로 볼 것인가, 사회 공공재, 문화로 볼 것인가라는 철학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관련 생태계 조성의 관건이다.
정해진 가격대로만 팔도록 강제하는 이 제도가 왜 논란이 되는지 다음 두 나라 사례를 들여다보자.
지난해 145년된 미국의 최대 서점기업 반즈앤노블이 매각됐다. 1873년 문을 연 이 서점은 70년대 급성장했다. 미국 최초로 정가보다 40%나 싸게 팔고 서점을 휴게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엄청난 자본력에 이들이 진입한 지역의 동네책방은 모두 무너졌다. 짐작 가능한데로 미국은 도서정가제가 없고, 아마존은 미국기업이다.
도서정가제를 이야기할 때 교본으로 거론되는 나라가 프랑스다.
정리하자면 프랑스에서는 동네서점만 할인 판매할 수 있다. 인터넷 서점은 할인도 무료배송도 할 수 없다. 무엇을 위해, 동네서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1924년(푸아레법)부터 권장가격제를 운영해왔다. 허나 대형서점의 할인공세 등에 소형서점들이 고사하자 이들을 보호하기위해 1981년 법령을 개정한다. 일명 '랑법'. 당시 문화부장관 자크 랑의 이름을 따왔다.
전국 동일가격판매로 독서평등권 보장, 전국 서적유통망 유지, 출판 다양성 보장 등이 목적이었다. 그러던 중 2013년 온라인 판매가 18%까지 올라가고 이중 아마존이 80%를 차지하자 그해 다시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섰다. 이때 개정법안은 반아마존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온라인 판매를 규제했다.
이렇게 형성된 프랑스 도서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생태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립서점만 800개가 넘고 이들 전통적 서점이 3천500여개가 있다.
랑 장관의 81년 개정사유는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당장의 이익에 가려서는 안될 책의 문화적 특성 보장'
우리는 2003년 도입된 이후 3년마다 개정을 필요로하고 있다. 이번차 11월 일몰을 앞두고 문체부가 할인폭 확대 등을 시도하면서 관련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사례가 보여주듯 이 제도는 동네서점 보호가 목적인데 근간이 흔들릴 우려가 큰 것이다. 문체부는 전자책 할인폭을 확대하고, 웹소설과 웹툰 등 웹기반 콘텐츠를 도서정가제에서 제외하려하고있다
그러나 서점 등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력만 강화하고 창의적 중소 전자책 업체를 고사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도서정가제로 동네서점이 겨우 되살아나고 있는데 문체부가 이를 흔들려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도서정가제 이후 지난 5년여 사이에 100여곳에 불과하던 독립서점은 650곳으로 늘었다.
관련업계는 프랑스처럼 '반아마존법'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국 문화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법을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라고 촉구한다.
대중도 '싼' 책값에만 기대서는 안될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누릴 문화적 다양성을 저당잡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독립서점 등 동네책방은 대형서점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풍성하게 살려낸다.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 일상 속 휴식 가능한 건축적 산책 공간 최근 광주광역시건축사회 회원 20여명은 대구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 답사를 다녀왔다. 광주광역시 건축사회(회장 정인채) 회원 20여명이 함께 최근 사유원 답사에 다녀왔다.사유원은 대구 군위군에 위치한 곳이다. 광주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꽤 먼 거리라 생각하고 나선 길이 무색하게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심리적 거리는 1시간정도 되는 듯 했다.사유원은 대구의 향토기업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이 모과나무를 수집해 키우던 정원을 '사유를 위한 수목원'으로 조성하고자 승효상 건축가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구상하고 준비해, 2021년 9월 정식으로 개관했다.우리는 코르텐강판소재의 정문 '치허문'을 지나, 안내소에 도착했다. 생수 한 병과 답사지의 지도가 담긴 간단한 책자를 들고 '사유원'을 두발로 사유할 준비를 했다. 근래에 계속 된 비도 잠시 쉬는 답사 날, 봄의 기운을 담고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사유원은 철과 콘크리트로 된 계단으로 시작한다. 걷는 내내 소나무향과 흙 밟는 소리, 회원들이 가볍게 나누는 잔잔한 대화소리가 함께 했다. 간간히 답사임을 망각하고 '좋은 산책'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산책로를 따라 10여분 걷다 보면 첫 번째 목적지인 '소요헌'이 눈에 들어온다. 소요헌은 '자유롭게 거니는 집' 이라는 주제로 설계 된,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자연과 건축이라는 극명한 차이를 조화롭게 엮어 낸 건물이다. 노출콘크리트로 된 소요헌은 인공조명 없이 자연채광만으로 공간의 깊이와 빛의 질감을 아름답게 드러낸다. 빛을 따라 걷다보면 우직한 철문이 나타난다.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전면이 유리로 된 창과 건축 모형, 쉴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 곳은 건축가의 방(요요빈빈) 이라고 한다.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가구와 드로잉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알바로 시자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것'들에 영감을 얻고 발길을 옮겨, 사유원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는 모과나무 정원 '풍설기천년'으로 향했다. 유재성 회장은 우연히 일본으로 밀반출될 예정이었던 모과나무 네 그루를 알게 되었고, 이 공간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 모과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귀한 나무들이었는데, 일본 분재로 모과나무가 인기가 많아 일제 강점기시절 부터 우리나라의 모과나무가 밀반출되었다고 한다. 이를 알고 유재성 회장은 모과나무들을 사 모으기 시작하였고, 무려 108그루를 한곳에 모아 가꾸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유원의 시작이다.300년 된 모과나무지만 아직도 연분홍색의 단정한 꽃이 피고, 향기로운 모과가 열린다고 한다. 자연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다.회원들과 얘기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사유원 정상에 도착한다. 저 멀리 대구 팔공산이 보이는 이곳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명정이 위치해 있다. 콘크리트로 된 좁은 길을 따라 가면 지하로 내려가 하늘만 보이는 건축물과 만난다. 정상에 올라 좋은 풍경을 보았으니, 이곳에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명상하는 고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이곳에서 한참을 물과 빛이 만들어준 그림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허만수 건축사명정 옆으로는 최욱 건축가가 설계한 카페 '가가빈빈'이 자리한다. 사유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나지막한 단층의 '가가빈빈'은 사유원을 한없이 관망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깃든 곳에서 향긋한 차와 함께하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했다.광주에도 사유원처럼 건축적 산책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과 질투가 마음한 곳에 생겨난다. 물론 광주에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 거리, 광주공원, 양림동 등 역사성과 랜드마크적인 요소가 있는 좋은 건축물과 장소가 있다.광주천이나 영산강은 산책할 수 있는 보행자 동선과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활용해서 사유원처럼 숲을 거닐며 건축 산책을 하는 것과 같이 강가를 거닐며 현대 건축을 만나는 경험 또한 광주시민에게 일상 속 휴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허만수 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대표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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