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깊은 감동의 경험에 영광"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입력 2022.11.27. 16:06
5·18 민주묘지를 방문한 (오른쪽부터)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 재키 잘크버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직원, 로저 폴락 인권변호사.

■?신경구의 포용도시?

지난 8일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소에서 메일이 왔다. '18일에 톰 앤드루스 미얀마 담당 유엔특별보고관이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시간이 촉박해서 무리이겠지만 방문일정을 전체적으로 조정해 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바로 답을 썼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4월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함께 미얀마 국제회의를 했다. 올해 6월에는 광주국제교류센터가 세계지방도시연합(UCLG)과 함께 미얀마 국제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2월 미얀마에서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직후부터 광주의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어 광주미얀마연대를 조직하고 모금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쳤다. 곧 일정을 조정해서 보내겠다.'

필자는 이어서 '몇 사람이 오는가? 도착과 출발 시간은 언제인가? 지역언론과 인터뷰 가능한가? 광주시와 협의할 관심 사안이 무엇인가? 전남대학교와 518국립묘지 등 518 사적지를 안내 하고 싶은데 가능한가?'등을 물어보면서 6월 미얀마국제회의 자료를 보냈다.

인권대표사무소는 도착시간과 떠나는 시간을 알려 주면서 '통역 두 사람을 포함해 5명이 아침 8시30분에 도착해 8시 40분에 서울로 돌아간다. 특별보고관이 다리가 불편해서 오래 걸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일정을 부탁한다. 서울 방문을 마칠 때까지는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유엔은 광주시와 광주의 시민사회가 현재와 같은 활동을 계속해 주기를 부탁하고 싶고, 또 미얀마 인권활동가들을 위한 쉼터도시에 대한 협의를 하기 바란다'는 답을 보냈다.

15차례의 이메일이 오고간 뒤에 확정된 방문일정에는 전남대 정문과 5·18국립묘지, 시청,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 5·18기념재단과 광주미얀마연대, 5·18기록관, 전일빌딩이 포함했다.

지난 18일 8시30분 광주광역시 민주인권과 오유미 주무관과 함께 송정역에 나가니 지팡이에 의지해 절뚝거리면서 걷는 톰 앤드루스 특별보고관, 재키 잘크버그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직원, 로저 폴락 인권변호사 (예일대학 인권연구소 연구원), 그리고 통역사 두 사람이 손을 흔드는 우리를 향해 천천히 오고 있었다. 아침을 거르고 광주에 온 손님들을 송정역 앞 곰탕집으로 모시고 가서 아침 식사를 대접했다.

손님들이 곰탕과 커피를 즐기는 동안 필자는 5·18항쟁 해설사가 되어 5·18민주화운동의 배경과 이를 성공으로 이끈 전설적인 인물들, 광주항쟁을 이어받은 80년대의 민주화운동과 한류의 기폭제가 된 젊은이들의 자주적인 문화운동에 대해서 설명했다.

5·18국립묘지에 대해 손님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묘지는 시민들이 내 걸었던 진상규명, 책임자벌, 피해보상, 시민명예회복, 기념사업 등 5원칙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킨 증거 중의 하나이다. 국립묘지를 비롯해서 5·18기록관과 같은 다양한 기념물들은 기념사업으로서 뿐 아니라 후세 교육에도 매우 중요한 사적지로 활용된다"고.

특별보고관은 '민주화운동 영웅들이 안치된 묘역을 찾아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청년들의 얼굴이 새겨진 묘비를 보니 광주에는 민주주의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중요한 기념물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고 보고서에 썼다.

김광진 문화경제부시장을 만난 특별보고관은 "광주시가 쉼터도시를 추진해 줄 것"을 제안했다. 광주시의 인권정책에 대한 제안을 요청받자 특별보고관은 "나는 여기 배우러 왔다"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에서는 광주 거주 미얀마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고, 박성훈 팀장은 지방사무소 업무가 서울 본부에 비해서 매우 실무 중심임을 설명했다.


5·18기념재단에서 광주미얀마연대를 만난 자리에서는 "미얀마의 민주화투쟁을 지원하는 광주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도움말을 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기봉 사무처장은 "한국의 경험에 따르면 시민들이 낙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투쟁하면 반드시 민주화를 성취할 것"이라고 격려의 말을 당부했다. 홍인화 관장의 안내로 5·18기록관을 방문한 특별보고관은 "기록관의 사진이 미얀마 군부가 양곤 거리에서 시위자들을 잔인하게 구타한 바로 그 장면과 닮아있다"고 분노를 표했다.

끝으로 톰 앤드루스 특별보고관이 5.18국립묘지 방명록에 남긴 말을 공유한다.

'이렇게 깊은 감동을 가질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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