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미디어리터러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강한 어린이가 됩시다." 80년대 매일 밤 9시 뉴스 직전에 흘러나오던 TV 방송의 캠페인이다. 그 시절 어린이가 지금 중년이 되고 보니 지금도 그때처럼 늦게 자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눈에 띄는 차이점은 TV·라디오 문화에서 SNS와 1인 미디어 문화로의 변화이다. 이로 인해 취침 시각이 점차 늦어지고 있다. 이것은 여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회적 문제가 될 전망이다.
그 이유는 각종 디지털 교육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취미와 소통의 대부분이 미디어 기기를 통해 늦은 밤까지 이루어지는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의 2019~2022년 평균 취침시각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오후 10시 35분, 중학생은 오후 11시 53분, 고등학생은 오전 12시 33분에 잠자리에 들고, 주말에는 약 1시간씩 더 늦게 취침을 한다고 하니 많은 청소년들이 자정을 넘은 시각에 잠을 청한다고 볼 수 있다.
성인들도 다르지 않다. 한밤중에도 컴퓨터로 업무를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주고받고 시청하는 일들이 일상이 되었다.
2022 코알라 수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취침 전에 가장 많이 하는 행동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87%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TV 시청 35%와 컴퓨터 사용 19% 순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빛이 나오는 기기를 늦은 밤까지 자주, 많이 본다'는 것이다.
취침시각이 늦어지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전문의들은 불면증이나 만성피로, 두통, 고혈압, 당뇨 등을 유발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 이유는 밤낮이 뒤바뀌면 신체적 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과학적으로 밝혀내어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이 있다. 미국의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바쉬, 마이클 영 교수 3인이다. 이들은 '인간의 몸 안에 생체시계를 발견한 연구(Discoveries of Molecular Mechanisms Controlling the Circadian Rhythm)'로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생체시계(Circadian Rhythm)란 인간의 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생물학적 시계를 뜻한다. 인간은 대개 오후 8시 이후에 수면을 유도하는 건강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하는데, 그것이 최고치에 도달하는 시각이 새벽 2시경으로 일찍 잠을 청했을 때 멜라토닌이 활발하게 분비되어 숙면에 도달한다. 반대로 잠을 늦게 잘 경우, 수면의 질이 떨어져 피로가 누적된다. 이것은 생체시계의 고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성인 7~8시간, 어린이 9~10시간의 수면시간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몇 시에 잠자리에 드느냐도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고 의심될 경우, 수면 전문가들은 '수면위생(Sleep Hygiene)'을 준수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할 것을 권고한다. 수면위생이란 잠을 자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생활습관이다.
이것의 핵심은 취침 전에 스마트폰, TV, 컴퓨터 등의 빛이 나오는 기기를 피할 것, 그리고 저녁에는 카페인이나 알코올 또는 과식·과음을 피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성은 상실한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쳇GPT나 메타버스 등의 미디어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삶은 편리해지겠지만, 반대로 올빼미족들이 증가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올해 3월 17일은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이다. 세계수면학회가 수면의 중요성을 전파하기 위해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아지는 춘분(春分) 직전의 금요일을 수면의 날로 지정하였다. 그들의 슬로건은 '편안한 잠, 건강한 마음, 행복한 세상'이다.
결국 습관이 행복을 좌우한다. 좋은 습관을 위해서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되, 현재 미디어 문화에 대한 성찰과, 생체시계처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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