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구의 포용도시
인도네시아에서는 2014년부터 인권축제(Festival HAM)가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실와 함께 INFID라는 단체 주관으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주민의 인권 신장에 실적을 바탕으로 신청해 선발된 지자체에서 행사를 열리는데, 여기에는 전국 약 34개의 광역지자체와 514개의 기초지자체 정부에서 파견한 공무원 500여명이 참여한다.
INFID 관계자들은 이 행사가 2011년에 시작한 광주의 세계인권도시포럼(WHRCF)에서 착안해서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 행사 구성과 내용은 서로 크게 다르다.
광주의 인권도시포럼은 주최 주관은 물론 참가자 등 국제적 내용이지만, 인도네시아의 인권축제는 소수의 외국인 참가자를 빼면 절대 다수가 국내 중심이다.
또 인권도시포럼은 행사 장소가 광주로 고정돼 있으나 인권축제는 해마다 새로운 도시가 행사 장소를 제공하고, 또 주관도 같이 한다. 그래서 인권축제의 개막식은 도시의 축제가 되고, 수많은 시민이 참여한다. 같은 기간에 지역 축제도 병행된다.
올해는 2022년 인도네시아에서 관용도시로 선정된 보르네오 서북부에 위치한 싱카왕시에서 행사가 열렸다.
광주의 세계인권도시포럼은 2019년 230명의 외국인이 참가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자비 참가자였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외국인의 직접 참가자가 줄어들고 대신 온라인 참가가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인권축제도 2019년까지는 외국 기관 참석자들이 늘어났으나 올해는 외국인 참가자가 거의 없었다. 이는 코로나의 영향과 개최장소의 불편한 교통 등이 그 이유인 것으로 짐작된다. 외국에서 온 유일한 참가자인 나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비행장이 있는 폰티아낙까지 가서, 다시 행사가 열리는 싱카왕까지 가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인권도시포럼은 전체회의 한, 두개를 빼면 주제회의와 특별회의 등 30개가 넘는 소규모 회의를 갖는다. 따라서 매우 많은 포럼 주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다. 특히 40여명이 지원한 인권논문발표에서는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이 가능하다.
올해 인권축제는 4개의 전체회의가 끝난 뒤에 9개의 주제회의가 같은 시간대에 있었다. 따라서 참가자 전체가 같은 생각을 공유할 기회가 많은 반면, 이들이 다양한 발표자와 주제에 노출되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전체회의와 주제회의에서 모두 발표한 덕분에 나는 내 생각을 참가자 전체와 공유할 수 있었다.
전체회의 발표에서 나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도시 광주의 제도, 실적, 한계, 미래 방향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발전은 1980년대 이후로 지속된 민주화 운동의 결과이다. 인도네시아의 민주와 인권이 지금처럼 발전한다면 OECD의 예상대로 2050년에는 세계 5대 경제 대국이 되는 것은 물론 문화 대국이 될 것이다"는 주장을 펼쳐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내게 질문이 쏟아져 한국과 광주에 대한 참가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음을 보여 주었다. 나는 대답에서 "미국처럼 등록금대출과 주택융자로 묶이면, 젊은이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 유럽처럼 무상 교육과 공공주택 운동이 필요하다. 동시에 학생 때부터 시민사회와 정당 운동에 참여하는 등 청년의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청년의 역할과 운동의 방향을 제시했다.
인권축제 동안에 인도네시아 시장 두 분으로부터 '인권 및 경제 교류를 추진할 도시 간 협약'을 주선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세계인권도시포럼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가 도시간 경제교류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경험이었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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