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발레단이 지난 3~4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지젤'을 선보였다. 낭만발레의 대표작 지젤은 1841년 파리 오페라좌에서 초연된 이래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인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줄거리는 이렇다. 프랑스의 한 마을에 병약하지만 춤추기 좋아하는 지젤이 귀족 신분을 속이고 접근한 알브레히트와 사랑을 빠지게 된다. 그 마을에 우연히 알브레히트의 약혼녀가 등장해 그의 정체가 드러나게 된다. 사랑에 배신당한 지젤은 정신이 나간 상태로 알브레히트의 장검으로 자신의 심장을 찌른다. 2막에는 윌리(처녀 귀신)의 숲에 알브레히트가 들어와서 죽음의 위기를 맞는다. 무덤에서 나온 지젤이 동이 틀 때까지 그를 보호하다가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는 내용이다.
광주시립발레단의 '지젤'은 이러한 줄거리뿐 아니라 춤적인 전개에서도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안정적으로 예술적 분위기를 풍성하게 돋우었다.
특히 파리오페라발레단과 로열발레단 버전에서 많은 요소를 취한 듯한데, 19세기 낭만발레를 이끈 발레단들이라는 측면에서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두드러진 각색이라고 한다면, 지젤을 짝사랑한 힐라리온의 역할이 좀 더 확대됐으며 결정적으로 농부 2인무가 4인무로 대폭 확대됐다는 것이다.
특히 농부 파드되는 남녀 한 쌍에서 두 쌍의 춤이 변화하여 임예섭·홍석형, 곽지오·박범수에 의해 훨씬 생동감 있게 표현됐다.
지난 4일 저녁 공연 캐스팅은 지젤 역에 강민지와 알브레히트 역에 이상규, 힐라리온 역에 강진구, 미르타(윌리 여왕)역에 김희현, 지젤 엄마 역에 박경애, 바틸드(알브레히트의 약혼녀) 역에 신송현이었다. 강민지는 지젤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사랑스러운 소녀의 자태로 한순간에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쳐가는 모습이라든가 윌리의 처연함은 좀 더 경험이 쌓이면 짙어지리라 본다. 올해 6월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일한으로 돈키호테에서 주역을 맡아서 서울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발레리나로서 앞으로를 지켜볼 만하다.
이상규는 부드러우면서 가벼운 몸놀림으로 알브레히트를 표현하는데 특히 도약에서 이러한 질감이 장점으로 다가온다.
미르타를 맡은 김희현은 긴 사지의 시원스러운 춤사위로 위엄있는 윌리 여왕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밖에 힐라리온, 지젤 엄마, 바틸드 등 역시 각각의 역할로 작품에 완성도를 더한다.
광주시립발레단의 '지젤'은 정영재의 각색에 56명에 달하는 무용수의 실연 그리고 의상, 조명, 무대장치 등이 어우러져 관객들을 낭만적 판타지의 세계로 이끈다. 여기에 55명에 달하는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섬세한 연주가 '지젤'의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조성했다.
광주시립발레단은 몇 해 전 대대적인 쇄신을 거친 이래로 박경숙 예술감독의 인정적인 리더쉽 하에 예술적 풍부함을 한껏 돋우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한 성과로 '지젤'을 들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정교함이나 세련미가 미묘하게 떨어졌던 지역적 한계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해당 지역을 넘어 전국구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레단으로써의 지위를 확고히 다져가는 인상이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비평사학자·한국춤평론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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