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잡학카페
진화과정에서 가깝고 비슷한 혈연의 계통을 순종과 동종이라 한다. 순종에서 벗어나 먼 잡종들 사이의 조합의 잡종이 생존력과 번식력에서 양친보다 유리하고 우수하다. 이러한 진화적 성질의 강세를 잡종강세(heterosis)라 말한다. 그러나 너무 가깝거나 먼 것은 오히려 생육이 불량한 잡종약세로 도태된다. 잡종강세는 창의성과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정치, 외교, 교육 등외 여러 분야에서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게 활용한다.
18세기 중반에 독일에서 담배를 사용해 광범위한 잡종연구를 하던 중에 생육과 향이 유리한 잡종강세를 발견하였다. 이후, 농업생산에서 실용화를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 미국에서 만든 잡종강세의 옥수수이다. 오늘날 식량과 맛있는 새 품종의 과일은 대부분 잡종강세에 기반한다. 한편 동물에서 잡종강세의 대표적인 가축이 노새이다. 노새는 암말과 숫당나귀와의 사이에서 난 잡종강세이고, 반대의 경우 사이에서 나온 버새는 잡종약세이다. 노새는 말보다 인내심이 강하고, 강인하며, 수명이 길며, 당나귀보다 덜 완고하고 지능이 높다. 노새는 유라시아에서 농업사회 일꾼으로, 험지나 산악지역의 교통수단으로 활약했다.
나폴레옹은 이탈리아를 탈환하기 위해 험한 알프스산맥을 넘는 난제를 최단거리인'그랑 생베르나르'험한 고개를 선택하였다. 2만2천여 병의 와인과 1500Kg의 치즈를 소비하며 5일 만에 알프스산맥을 넘었다. 후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궁전 어용화가 '다비드'는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백마를 타고 알프스를 넘는 멋진 영웅적이고 낭만적인 자태와 광경을 그렸다. 그러나 나폴레옹을 태운 말이 5일 동안 이 험한 산맥을 넘을 수 없다. 실제로 그 당시 이 험한 산지를 넘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말이 아니라 노새였다. 화가'폴 들라로슈'가 그린 그림은 나폴레옹이 잡종강세의 노새를 타고 알프스산맥을 지친 모습으로 넘는 광경이었다.
인류종인 현존 사피엔스 또한 순종이 아니다. 현존 사피엔스 유전자 안에는 4만년 전까지 유라시아에 살았던 고대 인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일부 남아있다. 현 인류 또한 순종이 아닌 잡종강세이다. 한편, 인류의 초기 집단과 공동체가 사회를 형성하기 위한 조건이 금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최초의 금기가 바로 같은 씨족사회 내에 결혼금지이다. 이런 사회문화는 순종의 보존이 퇴화되고 불리함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오래된 동성동본의 결혼금지가 최근까지 남아있었던 이유이다. 이에 반해 유럽의 강력한 권력의 가문인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는 우수한 자기의 순수 가문을 유지하기 위해 씨족내의 결혼금지를 거부했다. 그 결과 그 순종의 가문은 순종약세로 주걱턱의 기형이 생기고 우수한 머리는 사라지는 비극에 맞닥뜨렸다.
잡종강세를 거부한 고립된 순종사회로서 문명은 변화가 불필요한 사회이다. 이런 사회는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사회이다. 외부 문명의 수용을 거부하는 정지사회는 불편요소들은 은폐되고 제거된다. 이런 비효율, 불균형, 불평등, 반복적인 사고, 비대칭성 등에서 벗어나는 것이 창의적 문명이며 잡종강세의 힘이다. 잡종강세의 출발점은 수명을 다한 기존 고정관념, 신념, 가치 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잡종강세는 창의적 문제 찾기에서 시작된다. 왜냐하면, 가장 창의적인 것은 서로 가장 멀고 다른 것들을 연결하고 결합하여 새로 만든 잡종강세이기 때문이다. 또한, 문명의 진화는 다른 문명의 충돌과정에서 선택하고 수용하는 힘에서 나와서 발전한다. 따라서 창의성과 새로운 문명은 잡종약세의 버새가 아닌 잡종강세의 노새와 같다.
교육에서 잡종강세는 인접 학문과 통합이 아닌 융합이다. 생각의 주인인 질문하는 인재의 교육과 문제를 잘 푸는 자발적 복종자를 만드는 교육의 두 차이는 다양한 융합적 창의교육에 달려있다. 선다형 문제를 잘 푸는 한국교육과 생각의 주인이 되는 프랑스'바칼로레아'주관적 서술형 대학입학 자격 문제를 푸는 교육의 차이는 주인의 교육과 노예의 교육의 차이다. 다양과 잡종이 힘이 되는 AI시대에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주인으로 유일하고 독특한 질문을 하는 잡종강세의 교육이 절실한 시대가 되었다.
외교는 모든 국가를 연결하고 결합하여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이다. 자강국가는 고립된 홀로의 외교가 아닌, 다양하게 연결하고 결합을 통하여 잡종강세인 다국강세의 기본전략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지나간 이념을 내세워 비동맹을 갈라치고, 경제적 이익까지 버리는 순종약세의 외교는 비극이다. 잡종강세의 외교는 비동맹국을 적대국으로 만들지 않는다. 표면적인 적대국일지라도 자국의 속내 이익을 위해 관계의 끈을 끊지 않는 것이 외교이다. 곧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과 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 외교이다. 또한, 자국내의 행정체계의 수장과 관료가 같은 분야의 경험치를 갖는 인물로 채워진다며 버새의 약세가 될 것이다. 한 분야의 인물이 아닌 다양한 잡종강세의 노새가 필요하다.
정치가 하나의 규칙과 질서에 갇힌 프레임 내에서 머문다면 정치권력은 가장 효율성이 높다. 이는 많은 권력을 갖고자 하는 권력자의 기준이며 다양한 주권자의 기준이 아니다. 이는 다양한 주권의 위임이 사라진 발전 없는 소멸의 정치이다. 건강한 정치란, 권력의 나눔이 정당성과 공정함에 있다. 주권자를 대신할 입법자들이 한곳에서만 고여있는 정치인이라면 고인 물이 썩듯이 순종약세가 된다. 그래서 입법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모인 잡종강세만이 다양한 주권자들을 대변하는 정치로 이끌 수 있다. 즉, 몇 관리자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낸 순조로운 단일대오는 순종약세가 된다. 그러나 시끄러운 목소리의 서로 다른 객체가 모여 만든 잡종강세의 집단은 다양한 주권자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시대정신 중 하나가 다양성이며, 이를 향한 프레임의 전환이 필수이다. 따라서 잘못된 선택인 늘 한결같음은 순종약세가 될 수 있다. 다양성이 순환되는 잡종강세가 곧 창의성이며, 경쟁력이며, 모두에 대한 공정과 이익이며 새로운 도약의 토대가 된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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