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구의 포용도시
광주시청의 제안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교류센터가 1999년에 창립된다. 광주교류센터는 재정지원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광주 시민들의 후원은 물론 외국인 회원들로부터도 회비를 받아 운영해 왔다.
교류센터는 지금도 무급 소장을 비롯해서 수많은 자원활동가들의 도움으로 저비용 고효율로 사업 운영을 하고 있는데, 특히 외국인 자원활동이 많은 편이다.
캐나다 출신 제시카 솔로마텐코씨는 대학에서 원어민 강사로 영어를 가르치면서, 오랫동안 교류센터에서 자원활동을 했다. 제시카는 영어월간지 Gwangju News에 기사를 쓰기도 하고 사진을 올리는 것은 물론 편집책임자로 일을 했다. 기사 쓰는 일은 상상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편집장 일은 거의 전업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더 많은 시간 투자를 해야 한다. 바쁜 도중에도 제시카는 비엔날레 등 다양한 행사장을 방문해서 사진을 찍었고 학기초마다 열리는 프리사이클 기사를 쓰기도 했다.
이렇게 광주뉴스를 위해 고생한 제시카는 일방적으로 자원활동만 한 것은 아니었다. 교류센터에서 일생의 반려가 될 친구를 만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교류센터에 연극 동아리 GPP와 토요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필리핀에서 온 노동자인 데니 사우라씨 역시 토요강좌에 자주 참여하였다, 그러다가 10월에 열리는 광주국제교류의날에서 제시카를 만났다. 데니는 노동자로 광주에 오기전에 이미 필리핀에서 대학을 나왔다. 따뜻한 성품을 가진 데니는 곧 바로 제시카의 눈길을 끌었고, 주말에 둘이 자주 만나는 동안 가까워져서 결국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다음은 솔로마텐코씨가 자기 블로그에 쓴 이야기이다.
"광주국제교류의날은 내게 특별한 행사이다. 이 행사에서 나와 남편 데니가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그 날은 태풍 '나리'가 상륙하면서 큰비가 쏟아져서, 행사를 진행하는 모두에게 어려움이 많았지만, 많은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축제장에 찾아왔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 행사 운영자들과 참가자들이 우비를 입고 텐트 아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런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태풍 속에서 우리 만남이 시작됐으니, 앞으로 모든 걸 이겨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교류센터의 행사에 참여했다. 광주국제교류의날에는 같이 음식부스도 운영하게 되었다. 내가 임신 8개월이었을 때에도, 나와 내 남편은 광주 필리핀 커뮤니티의 친구들과 함께 음식부스를 운영했다. 몇 년이 지나서는 우리 아이도 행사 참여해서 처음으로 필리핀 전통놀이를 즐겼다. 또 광주를 고향이라고 여기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매년 광주국제교류의날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것은 부스를 운영하든, 참가자로 참여하든 여기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고, 또 다양한 문화와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국제교류센터의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던 제시카와 데니 부부는 아들과 함께 캐나다로 옮겨 가서 살고 있다.
광주국제교류센터가 외국인 거주자들에게 단순히 일방적인 정보 서비스만 했더라면 제시카와 데니의 만남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제시카가 광주뉴스의 기자로 또 편집장으로 센터에서 자주 나와서 시간을 보냈고, 데니 역시 센터에 나와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만남을 계속했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지금도 교류센터에는 원어민 영어교사들이 많이 방문해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광주뉴스 편집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자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외국인 유학생, 결혼 이주민, 또 숫자가 많지는 않으나 외국인 노동자들도 찾아온다. 이렇게 교류센터에 찾아온 사람들은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받은 뒤에 곧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센터의 활동에 참여하거나 또 행사를 이끌어 가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무등산 등산을 하면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광주하이커즈를 운영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영어로 진행하는 토론 모임인 토스트마스터즈를 이끌어 간다. 어른과 아이들이 같이 하는 아트클래스를 이끌어온 리사는 지금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김명섭씨가 단장인 시민합창단에서는 신입 단원을 모으고 있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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