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배달을 회상하면 '짜장면 배달', '신속배달' 등이 떠오른다. 과거 아날로그 시절에는 두꺼운 전화번호부나 냉장고에 붙여둔 전단지를 보고 전화로 음식 주문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배달 문화였다. 그러나 2010년대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모바일 앱 플랫폼을 통한 음식배달이 시작되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달앱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음식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3사의 '배달앱 삼국지'로 통한다. 올해 4월 모바일인덱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에 따르면 배달앱 1위를 차지한 배민은 약 64%(2,174만명)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쿠팡이츠가 20%(684만명), 요기요가 16%(551만명)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모바일 앱을 통한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에 주력하고 있다. 구매는 1회 1수익으로 끝나지만, 구독은 소비자와 판매자가 지속적으로 앱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자사 플랫폼에 묶어두는,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효과를 극대화한 곳은 2019년에 후발주자로 참여한 쿠팡이츠이다. 쿠팡이츠는 올해 3월 말부터 유료 맵버십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최초의 '무료배달' 서비스와 야식 틈새시장을 겨냥한 '새벽배송' 등의 공격적 서비스를 도입하여 배달앱 2위로 성장하였다. 이것은 '가격 경쟁'과 '속도 경쟁'으로 요약된다.
배달 가격이 0원이고 배달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판매자인 음식점주들은 "팔면 팔수록 손해다", "우리가 배달앱의 노예인가"라고 분노하고 있다. 물가와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가 임대료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배달 수수료 인상은 점주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포장 주문 수수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예컨대 배민을 통해 3만원 상당의 음식을 포장 주문할 경우, 음식점주는 배민에 2,040원(6.8%)의 중개이용료를 내년부터 부과하는 정책이다. 배민 측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상황을 고려해서 4년간 해당 정책을 연기해줬다는 입장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배달 업무를 대행하는 이륜차 배달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약하다. 배민은 자체 배달 서비스인 '배민배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달대행사(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만나플러스 등)를 활용하는 '제3자 배달대행(3PL)'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무료 경쟁으로 인한 대기업의 손실이 1차적으로 점주나 배달원들에게 전가되고, 2차적으로는 음식 가격 인상과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악순환의 생태계이다.
팩트는 배민이 지난 해 4,2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늘 상생을 이야기하지만, 그 끝은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 배달원들의 안전 위협, 일회용 플라스틱 증가, 음식가격 상승 등으로 귀결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무료배달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피해가 우리에게 돌아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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