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구의 포용도시
지난 6월 4일 미국 콜롬버스주립대학의 교직원과 학생 16명이 방문해서 전남대학, 구 도청과 518국립묘지 등을 둘러보고 돌아갔다. 외국대학의 교직원과 학생들이 우리 초청 없이 단체로 방문하는 일이 흔치 않기 때문에 그 사연을 여기에 공유한다.
필자가 가르쳤던 전남대 영문과의 많은 졸업생들이 국내외의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모교에 깊이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겠지만, 일부러 찾아와서 자신을 소개하는 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내가 담당하는 강의 시간에 이들을 자주 초청했고, 전남대 국제협력본부장을 맡았을 때에는 2009년부터 시작한 4주 동안의 국제여름학교를 시작했고, 여기에 전남대 출신 외국대학 교수들을 강사로 초청해 전남대와 졸업생들을 연결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중에 한 사람은 2000년대 초부터 미국 조지아주 콜롬버스주립대 영문과에서 가르치는 전경선 교수이다. 필자는 전교수에게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영문과 학생들에게 강의해 줄 것을 부탁했고, 전 교수는 이 초청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또 2012년에는 국제여름학교의 강사로도 전 교수를 초청했다. 이 인연으로 전남대와 콜롬버스주립대는 교류협정을 맺었고 학생 교류를 계속해 왔다.
올해 초 콜롬버스주립대에서는 정외과의 이대우 교수의 주도로 한국 교육기행 계획을 세웠고, 이 교수는 전 교수의 소개로 광주국제교류센터에게 광주 투어를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 필자는 이 교수에게 광주방문의 시작은 '518민주화운동 소개' 강의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오랜 준비 끝에 방문단이 광주에 도착했다. 이들은 먼저 전남대 언어교육원 강의실에서 전남대에 대한 소개에 이어, 필자로부터 '한국의 민주화와 한류 형성에 518민주화운동이 미친 영향'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바쁜 여정으로 피곤한 학생들이었지만, 모두 항쟁의 전개 과정은 물론 그 이후 민주화와 한류에 미친 영향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70년 전후 미국 대학생들의 반전운동과 문화운동이 그 이후 미국 정치와 문화에 미친 영향과 80년대 한국 대학생들의 민주화운동과 문화운동이 그 이후 한국의 민주화와 한류에 미친 영향과 유사하다는 논리에 역사 전공 키란 교수가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경희대 문리대학 벽화와 함께 희귀하게 남아 있는 사범대학의 광주민주화운동 벽화를 시작으로 전남대 정문, 5·18기록관, 구 도청, 5·18국립묘지 투어를 진행했다. 투어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는데, 키란 교수는 "미국의 대학생들은 국내 정치에 관심을 보일 뿐 아니라,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에서 저지르는 만행에 항의하는 시위를 날마다 하고 하는데, 광주의 대학생들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나는 "70년대 미국의 히피들이 80년대 여피가 되었듯이, 이곳 젊은 세대도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듯 하다"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386세대의 뜨거운 열정이 없는 우리의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주가 인권투어의 목적지가 되기 위해서는 5·18국립묘지, 5·18기록관 등 기념물 뿐 아니라,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물론 세계의 평화와 인권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시민 운동과 학생 운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화운동 기념물은 영혼이 없는 과거의 유물로 사라질 것이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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