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분노하면 사랑은 사라진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입력 2024.06.30. 17:21

■김용근의 잡학카페

진화 원리 중 하나인 적자생존의 경쟁은 늘 유리하지는 않다. 경쟁과 협동이 함께 움직일 때 생존에 더 유리하다. 경쟁과 협동을 병행하려는 생명체는 인간처럼 타자의 감정을 읽어 내는 능력이 존재한다. 집단행동의 협력을 통해 각자의 행동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그 핵심에 감정이 있다. 감정은 종을 번성시켰고, 어려운 상황에서 적합한 결정을 하는 역할이다.

생존하기 위해 객체의 뇌는 외부 세계를 탐색하며 외부와 상호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진화된 생물체의 감정체계가 생존에 유리하지만, 감정 중에 분노는 순기능과 더불어 역기능이 작동한다. 분노는 대상이 나의 질서에서 벗어날 때 나의 보존을 위해 일어난다. 분노는 대상에서 멀어지거나 원인이 제거될 때 사라진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없이 자기 안에 가둘 때 문제가 된다. 격한 분노와 노여움이 노출된 격노는 분노를 확대 재생산하여 주변인을 대상으로 분노하는 것이다. 격노는 뇌에서 정보전달 시스템이 콘크리트화 되어 편향성을 갖기 때문이다. 격노의 역기능은 대상의 행동이나 언어에 의한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객관적인 정보조차 수용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이런 경우 격노는 적대적이라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골라서 선택하고 자체 악순환 루프를 돌려 재생산하고 확대한다. 그래서 객관적 이성은 들끓는 분노의 감정을 좀처럼 주체하지 못하고 비이성적 강박장애가 일어난다. 이것이 인지부조화이다. 늘 온 길을 뒤돌아 보며 반성과 성찰해야 만이 인지부조화의 장애가 제거된다.

분노라는 감정은 뇌의 편도체에서 시작한 거칠고 날 것인 정보가 대뇌피질을 거치면서, 이전 경험의 기억을 통해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심리적 해석을 거친다. 분노는 대뇌피질의 상세로다발(SLF)이라고 불리는 뇌의 한 부위인 백질이 불완전하게 되어 나타나는 결과이다. 이것은 감정을 조절, 판단, 명령을 내리고 이로 인한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판단하는 전두엽, 언어와 감각 입력을 처리하는 뇌 부위인 두정엽 등과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망은 초고속통신망처럼 연결되어 있다. 사회적 상황을 처리하는 이 망의 연결성이 낮거나 저하되면 상황을 판단하는 기능이 저하되어 분노가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격노는 경험의 기억을 통해 분노를 순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확대하여 드러난다. 분노를 풀려고 상황을 되새김질 할수록 오히려 분노가 확대 재생산되고 각성 되고 무한 피드백되어 극에 달한다. 분노는 되새김 반복이 아니라 이성의 힘으로 피드백에서 탈출해야 멈춘다.

감정의 일부인 분노는 각 개인적인 기준 차이와 불평등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집합체인 공동체의 분노도 같은 맥락이다. 공동체의 절대적 가치인 신의 질서, 이성, 민족, 국가의 법과 헌법 등의 공정한 기준을 벗어난 행위에서 두려움과 분노는 생긴다. 공동체의 리더가 기준에서 벗어나는 경우 구성원들은 이에 대한 저항의 분노가 발생한다. 그래서 리더의 분노와 격노가 만든 퇴보의 분노사회는 사회적 병리이다. 리더가 공동체의 이익이 아닌 자기보존만을 위해 신, 이성, 법, 규칙 등의 질서에서 벗어난 판단은 저항의 마찰과 분노를 키운다.

분노는 사회적 상황에서 갈등과 행위의 간극과 차이에서 오며, 같은 생각의 동조자가 많을수록 집단 내의 분노는 사회화된다. 상대의 대상이 적대적이지 않으면 분노의 사회화는 곧 사라지지만, 적대적이고 다름의 차이를 나쁘다고 판단할수록 분노는 커지고 지속된다. 뇌의 기능인 의식과 주의는 사랑과 분노를 동시에 양립할 수 없게 작용한다. 리더의 분노는 분노사회를 만들고, 리더의 사랑은 공감의 연대사회를 만든다. 따라서 사랑하면 분노는 사라지고. 분노하면 사랑은 사라진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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