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논란이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수학·영어·국어 등의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 뒤 2028년에 전 과목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500만 학생을 위한 500만 개의 교과서'를 목표로 수천억 원을 투입하여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장관과 함께 'AI 교육혁명'을 공동집필한 모 교수는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의 강점과 약점, 학습 태도와 이해도 등을 분석하여 교사와 부모가 함께 공유하고 흥미를 유발함으로써 창의적 역량을 키운다는 '하이테크-하이터치' 이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번 디지털교과서가 세계 최초의 국가적 도입 사례이고, AI의 급속한 변화를 교과서가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교과서는 초·중·고와 학년, 학기별로 고정되어있다는 특성이 있는 반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불과 1년반만에 보고 듣고 말하는 멀티모달로 변화하고 있다.
게다가 교과서 도입까지 반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게 큰 문제다. 교육부는 관련 교사들을 대상으로 AI 연수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이를 가르칠 강사와 교육과정 등의 준비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속출할 것이다.
2022년 서울시교육청이 중학생에게 태블릿 PC를 무상 지급한 '디벗' 사업은 반면교사의 교훈을 주었다. 이 사업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가 주말 내내 디벗으로 게임을 하고 동영상을 본다", "왜 기계로 공부를 시키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부정적 반응들이 주를 이룬다. 이유는 간단하다. 디지털에는 유혹이 가득하고, 미성년자는 통제가 안되기 때문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23 디지털교육백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이 학교에서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 2.2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12분 길고, 주말 학습은 42분이 더 길다. 수업시간에 디지털기기를 1시간 더 쓸 때 수학 점수가 3점씩 하락하였고, 수업 중에 SNS를 켜두면 성취도가 27점 하락하였다. 이는 디지털기기 활용 시간과 성적이 반비례한다는 결과이다.
최근 스웨덴, 네델란드 등에서는 디지털 교육 확대 정책이 학생들의 문해력과 사고력을 저하시킨다며 다시 종이책과 필기도구의 아날로그 교육으로 복귀하였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서밋' 퀴즈형 AI 학습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는데 학생들이 두통과 손경련,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발생하여 AI 플랫폼 이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챗GPT 사용을 아예 금지하였다.
AI 교육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다. 교육에 의해 국가의 운명이 좌지우지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교과서도 먼 미래를 예상해야 한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미래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만져온 알파세대가 겪을 정신적, 신체적 부작용이다. 최근 거북목과 안구건조증, 두통, 정신 질환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묻지마 폭행 등의 사회적 문제와도 무관치 않다.
아이들이 틈만 나면 스마트폰과 디지털기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교과서의 교실 반입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과서는 잡지가 아니다. 기술보다 인간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인 이유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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