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정신이 나간 자리에 혼꾸멍이 희망이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입력 2024.07.21. 15:57

■김용근의 잡학카페

'작은 거인'이라 불리던 가수 김수철이 30여년 전에 부른'정신 차려'라는 곡이 대히트를 쳤다. 노래의 핵심 의도는 후렴구에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 라는 가사였다. 가수 김수철은 가사 내용에 대해 당시 정치인의 행동에 대해 사회적 풍자를 담았다고 하였다. 그의 주장은 정신 나간 정치인에게 주의 각성을 통해 정신을 되찾아 똑바로 행동하라는 것이다. 이로부터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노래의 메시지는 늘 유효해 왔다. 최근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에서 한 국회의원이 타당 의원들에게 "정신 나간" 집단이라 호소하였다. 내용인즉, 일본과 '동맹'은 군사적 경계를 없애는 위험성의 경고였다. 1910년 일제 침략이 714회째 한반도 침략과 노략질의 역사적 기록을 근거로, 이 외침은 더 이상 침략에 의한 비극을 막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런 그의 외침은 김수철의 '정신 차려' 노래에 나오는 "모르겠네 정말 난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무엇이 그리도 크길래 욕심이 자꾸 커져만 가나 왜 잡으려고 하니 왜 가지려고 하니" 노랫말과 같은 비유의 맥락으로 들린다.

같은 의미로 '정신줄을 놓다'라는 말은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나의 신념과 가치를 연결하고 결합한 단단한 끈을 느슨하게 놓는 것을 말한다. 정신줄은 나를 나로, 우리를 우리로, 공동체를 공동체로 연결하고 묶는 결합의 끈이다. 따라서 역할과 '답게'를 위해서는 부동심의 의지로 정신의 줄을 꼭 붙잡는 것이다.

정신이란? '비물질적 실재로 육체나 물질에 대립 되는 영혼이나 마음,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올바른 판단능력과 마음의 자세나 태도' 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동체에서 정신이란, 공동체 집단의 안정적이고 평화적 번영의 존속을 위한 공통기반을 이루는 높은 정체성이다.

우리의 정신이 우리 안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남들의 정신을 구분하고 파악해야 한다. 남들의 정신이 우리 안에 스며들어 머문다면 이미 우리는 그들이 되고 나는 남이 된다. 남의 정신을 상호적으로 받아들이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와 나는 성장하고 정체성을 갖는다. 그러나 우리와 나의 정신을 은밀하게 빼내 남의 정신으로 채운다면 이것은 정신의 상호작용이 아니라 정신의 탈취이다. 우리는 우리의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정체성을 상기하고 우리 안의 정신의 탈취자를 적으로 적시하고 추방해 왔다. 우리 정신을 위해 우리와 남 그리고 우리 안의 남을 구분하여 관리하고 전략화하여 왔다. 그래서 민족과 국가는 은폐된 슬픈 역사뿐만 아니라 성공의 역사를 되새기고 기념하는 것이 민족과 국가의 책무다. 우리 안의 남의 정신을 방치하여 커질 경우, 우리의 정신은 전복되고 남의 정신으로 채워져 우리의 정체성은 사라진다. 정체성이 빠져나가 남의 정신, 넋, 혼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혼꾸멍(혼구멍)을 내서 자기 정체성의 혼을 되살려야 한다.

'혼나다', '혼내다'는 정신이 빠지거나 나갔거나 하여, 내 안에 우리 안에 정신인 혼이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개인과 공동체의 신념과 가치의 정신을 뺏는 행위는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정신을 다시 원상태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신이 들어갈 통로가 있어야 한다. 이 통로가 혼의 구멍인 '혼꾸멍(혼구멍)'이다. 조상을 기리는 사당을 지어 신주(神主)인 위패라는 혼을 모시는 상징물을 만들어 지극 정성으로 모셨다. 위패의 보관함 뒤에 뚫어져 있는, 이 구멍이 혼꾸멍이다. 혼꾸멍은 빠져나간 혼을 되돌려 다시 정체성 찾는 성찰의 도구이며 방법이다.

정신이 나가고 혼은 사라지는 것을 의지의 낙관으로 막아, 정신 속에 정신이 흐르고 혼 속에 혼이 흘러야 우리가 우리가 된다. 정신이 나간 사람에게 혼꾸멍이 희망의 처방이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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