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인간이 자연과 가장 깊이 연결되는 순간 중 하나이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해가 지면 잠에 들고, 해가 뜨면 깨어나는 자연의 리듬 속에서 살아왔다. 이러한 리듬은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촌 모든 생명체의 삶을 유지하는 근원이다.
그러나 19세기 말 전기의 발명으로 인해 이 리듬이 깨지기 시작했다. 전기의 도입은 인간의 삶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인공 빛은 어두운 밤에도 낮처럼 활동할 수 있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 빛은 수면 주기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TV와 컴퓨터,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더욱 가속화되었다. 현대인들은 종일 일과에 몰두한 후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휴식을 취하지만, 이 시간이 디지털 기기를 보는 시간으로 대체되었다. 문제는 이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공지능의 발전이다. 고도화된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개인별 취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함으로써, 각종 정보와 엔터테인먼트의 바다로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알파세대부터 이 심각성이 두드러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교육기관에서 이러한 상황의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은 교육부가 내년도부터 시행한다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교실 반입이다.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로 수업한 아이들이 집에 귀가해서 무엇을 볼지 염려가 되는 대목이다.
디지털 기기에서 방출되는 강렬한 블루라이트는 수면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면은 빛과 파장에 매우 민감한 생리적 과정이다. 충분한 양적, 질적 수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 나아가 사회적 댓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배시, 마이클 영 교수는 인간과 동·식물 등 모든 생명체가 지구의 회전과 24시간 주기에 따라 움직이는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왜 중요한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였다.
생체시계의 핵심은 '호르몬 분비'이다. 대표적인 호르몬은 수면에 영향을 주는 '멜라토닌'과 잠을 깨우는 '코르티솔'이 있다. 멜라토닌은 빛에 민감해서 낮에 점차 분비량이 줄다가 오후 8시 이후 분비량이 증가한다. 이와 반대로 코르티솔은 오전 6시부터 분비량이 늘어나다가 오전 9시 이후 분비량이 줄어든다. 이들의 연구에서 생체시계 주기가 깨진다는 것은 각종 질환의 발생을 의미한다.
이와같이 생체시계는 단순한 시계가 아니다.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한 자연의 법칙이다. 이 시계는 우리가 언제 깨어나고 언제 잠들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생명의 본질이다. 그러나 백년지대계를 설계하는 관계자들조차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고 인공적인 AI 대세에 편승하고 있다.
문명이란 혜택은 대부분 인공적인 것들에서 기인했다. 전기는 인공적인 빛이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인공적인 기계이며, AI는 인공적인 지능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 것은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에 대한 조화와 균형이다.
잠은 건강과 행복의 근원이다. 주변에 수면에 대한 문제가 있는 이가 있다면 생체시계에 대한 성찰과 자문을 추천한다.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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