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의 이변은 'AI'였다. AI 분야의 컴퓨터 전공자와 이를 융합한 연구자들이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수상하며, AI가 학문적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의 시대에 진입했음을 증명하였다. 그 주인공은 존 홉필드 교수와 제프리 힌턴 교수, 그리고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와 존 점퍼 연구원이다.
존 홉필드(91세)는 물리학자이자 화학과, 생물학과 교수, 그리고 AI 분야의 연구자로, 다학제적 접근을 통한 융합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최고 업적인 '홉필드 네트워크(Hopfield Network)'라는 순환 인공신경망 연구는 AI의 기초 연구에 큰 공헌을 하였으며, 전통적인 물리학의 문제를 신경망 모델로 해결하여 물리학과 컴퓨터 과학을 연결한 선도적 사례로 자리매김하였다.
제프리 힌턴(77세)은 인지심리학과 컴퓨터과학을 접목한 학자로, 1986년 다층 퍼셉트론과 역전파 알고리즘을 제안하며 인공지능의 학습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그는 2012년 이미지넷 대회에서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이미지 인식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며 'AI의 아버지'로 불리었고, 인간의 두뇌가 처리하는 병렬연산 방식을 컴퓨터에 적용함으로써 AI와 인간 인지의 유사성 규명을 통해 AI의 실용적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의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수상 선정 이유에 대해 "물리학과 컴퓨터 과학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의 학습 과정을 모방한 인공신경망 연구를 통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발전시킨 공로"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간 보수적인 노벨상의 관행을 깨고, AI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데미스 하사비스 CEO와 존 점퍼 연구원은 AI를 개척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다. 이들이 화학 전공자가 아님에도 화학상을 수상한 이유는 '알파폴드(AlphaFold)'라는 화학적 AI 개발을 통해 단백질 3차원 구조를 예측하고 오픈소스로 공유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단백질 구조 분석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획기적 성과를 달성하였다. 이는 AI가 '알파고(AlphaGo)'와 같은 컴퓨터과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에도 혁신적 성과를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주목할 점은 AI가 중심이 아니라, 화학이 중심이 되어 AI를 도구로 활용하였다는 사실이다.
이 수상자들의 공통점은 AI를 독립적인 기술로 바라보지 않고, 인간 사회에 필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융합적 도구로 AI를 역발상하고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AI가 독립적인 기술이 아니라 '융합의 매개체'로서 확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AI를 선점하기 위한 우리의 교육 체계와 대학 조직은 여전히 컴퓨터 공학과 하드웨어 중심의 구도에 머물러 있다. AI가 이미 자동차, 기계, IT 등 하드웨어를 넘어 방송, 영상, 예술, 금융, 법률, 교육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산업과 융합되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AI 분야의 노벨상 수상은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할 수 있는 AI의 잠재력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법률이나 금융, 영상, 미술과 같은 분야가 중심이 되고, AI가 이를 지원하는 도구로서 융합한다면 지금 시작해도 선점이 가능하고, 그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이다.
인류의 문명을 이끈 원동력은 '과학'이었다. 미래의 과학은 AI를 선도하는 국가와 인재들이 주도할 것이다. 분명히 다가올 AGI 세상에 대비하기 위해 '융합'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성찰과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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