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낯짝이 사라진 빈대의 동지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입력 2024.10.27. 14:01
■김용근의 잡학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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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파리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가장 골치 아픈 과제가 '빈대 퇴치'작전이었다.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빈대들이 다시 급증하면서, '프랑스의 빈대 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번져나갔다. 작년부터는 이 불청객들이 한국의 대도시까지 상륙하였으며, 갑자기 빈대 박멸업체가 바빠졌다.

빈대가 20세기 중반에 거의 사라졌지만, 여행과 물품 이동의 증가로 빈대가 확산하고 있다. 번식력과 장기간의 굶주림을 버티는 힘 때문에 빈대를 효과적으로 퇴치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야행성의 빈대는 농경정착 때부터 주로 인간의 거주지에서 밤에 나와 인간과 동물의 피를 먹고 사는 기생곤충이다. 인간에 기생하는 빈대와 몸니는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개체 수가 급증하고, 물린 자국을 긁어서 2차 감염이 문제가 된다.

빈대와 몸니는 인간과 공생이 아닌 기생하는 마지막 곤충들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전쟁 중에 남자들의 비위생적 밀집 생활에서 기생 곤충이 크게 번식하여 이차 전염병인 발진티푸스라는 전염병을 유행시켰다. 나폴레옹의 50만의 군대가 러시아 원정에서 발진티푸스 때문에 출발할 때부터 사망자가 나왔다. 이 때문에 프랑스로 살아 되돌아온 7만명 중에 정상은 4만명 뿐이었다. 빈대와 몸니는 인간과 공생하면서 진화하는 공진화에 실패하여 끈질기게 기생하는 빈대의 빈대가 되었다.

빈대는 만년 이상 우리 곁에 기생의 진화로 날지도 뛰지도 못하고 기어다닌다. 인간이 빈대와 같이하는 긴 역사 동안에 빈대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에 존재한다. 우리에게도 빈대의 속담이 남아 있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에 빈대 안 남는다' 이는, 억제했던 욕망을 이루고 나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빈대 붙어사는 놈'은 빈대가 공짜로 남의 피를 빨아 먹은 것을, 빌붙어 이익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빈집의 빈대 같다'는 너무 여윈 사람의 뜻이다. '장방에 치인 빈대 같은 놈'은 봉변을 당하여 얼굴을 들 수 없는 사람, 등이 빈대에 얽힌 속담이다.

"빈대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쉽게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주변에 머무르며 정신적 경제적 불편함을 주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빈대의 낯짝'은 인간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기를 원하는지를 나타내며, 최소한의 체면을 유지하려는 욕구를 반영한다. 낯짝의 체면은 개인의 명예와 사회적 신뢰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체면을 잃는 것은 개인과 집단에게 큰 수치이다. "빈대도 낯짝이 있다"는 아무리 염치없는 사람도 최소한의 체면은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낯짝의 최소한의 요구 때문에 공직에서 물러나고 탄핵 되고 징벌을 받는다. 작은 기생 빈대도 체면을 차리듯, 영장의 사람은 공동체의 보존을 위해 최소한 낯짝의 도리에 책임이 있어야 한다.

열과 불에 약한 반대를 잡기 위해 불을 피우다 불이 옮겨 불난 경우가 있다. 그래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생겼으며, 작은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작은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 문제는 커져서 전체가 무너진다는 의미이다.

빈대의 낯짝조차 사라진 사회는 비극이다. 자신과 리더의 체면을 지키려 잘못된 길을 따르거나, 스스로 동의하지 않는 일을 행하게 되면, 개인의 도덕적 신념과 공동체의 윤리는 균열을 일으키고, 결국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런 비극을 피하려면, 공동체의 지도자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끊임없이 반성과 성찰로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음지에서 법과 질서의 궤변과 기생하는 빈대의 존재가 아닌, 양지에서 도리를 지키는 빈대의 낯짝이어야 한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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