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AI와 인간의 협업과 저작권-(45)

@김경수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24.11.10. 13:41
■김경수의 미디어리터러시

최근 AI 작품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작품"이라는 찬성 주장과 "비인간적인 부정행위"라는 반대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한편, 저작권에 대한 법적 판결의 결과가 과거와 달리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2023년 미국의 '새벽의 자리아(Zarya of the Dawn)'라는 AI 작품에 대한 저작권 등록이다. 이 작품은 크리스 카시타노바가 제작한 공상과학(SF) 장르의 18페이지 만화로,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Midjourney)'로 생성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문제가 되었다. 미국 저작권청(USCO)은 AI가 단독으로 창작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 작품은 작가가 작성한 텍스트와 AI의 결과물을 선택하고 조정하며 배열한 것에 대하여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카시타노바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AI를 이용한 창작에서 저작권을 소유하는 선례를 만들고 싶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국내에서 최초의 AI 저작권 등록은 2023년 'AI 수로부인'이라는 영화이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 작성은 'GPT-4'와 '클로버X'를 사용했고, 이미지 생성에 '미드저니', 영상 제작에 '젠2'와 'D-ID', 그리고 사운드에 '사운드로우', 더빙에 '네이버 클로버더빙' 등의 생성 AI를 융합적으로 활용하였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들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했지만, AI 이미지의 선택, 배열, 구성한 부분에서 작가의 창작성이 인정되어 '편집저작물'로서 보호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앞으로 AI 창작 관련 사건의 판례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한국의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2호에 따르면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된다. 또한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규정되어 있다. 즉, AI 작품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편집저작물로서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입증되어야 한다. 예컨대 AI가 생성한 이미지나 텍스트의 선택, 수정, 배열 등의 과정에서 작가의 창의적 행위나 증거가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하며, 이러한 경우에 한해서 '편집저작물'로서 등록이 가능하다.

앞으로 생성 AI를 활용한 문학, 음악, 미술 작품들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될 것인가? 법원은 어디까지 인간의 창의성을 인정할 것인가? 창작자는 AI와 함께 작업하면서 어떤 윤리적 선택을 할 것인가? 등의 문제들이 더욱 복잡다단해질 것이다.

위의 사건들은 과거 '조영남 화가의 그림 대작 사건'과 일부 중첩된다. 대작을 한 화가의 그림이라는 주장과 화투를 콘셉트로 제공한 조영남 화가의 그림이라는 주장이 뜨거운 논쟁과 3심 판결 끝에 조영남 화가의 창작으로 종결되었다. 이는 창작물에서 아이디어 제공자와 실제 제작자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를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피카소는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했다. 이는 모든 창작 행위가 '모방과 창조'의 연속선상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모방은 예술의 한계를 넘어 범죄적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AI는 흔히 '코파일럿(Co-Pilot·부조종사)'으로 비유된다. AI가 이미 개인 비서로서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고, 스마트폰처럼 확산되고 발전을 거듭하며 일반화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챗GPT 사용자 2억 명 시대에 AI와 인간의 협업은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 된 것이다.

앞으로 창작자는 AI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결과물을 도출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창성과 윤리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수반되어야 한다. AI는 도구일 뿐, 창작의 원인은 여전히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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