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잡학카페
방송에서 거친 격투기의 함성과 잔인한 전장의 포성이 잦아들고, 대신 따스한 등불 아래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두 명의 인기 있는 남자 배우와 게스트가 출연하는 '삼시세끼'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내용은 시골에서의 먹거리와 식탁을 준비는 과정이 마치 느린 호흡으로 펼쳐지는 한 편의 작은 사적 일기와 같다.
이는 빠르게 흐르는 정보의 강물에 휩쓸려 특정한 핫한 연출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이 시대는 세심함과 다정함의 미덕을 선호하는 남성의 행동과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여행이나 요리 등의 프로그램들에서 많이 반영한다. 이처럼 과거의 거침에서 현대의 다정함으로 진화의 경향은 인류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특정 유인원 사회에서 강하고 거친 공격적인 수컷이 집단을 지배할 때 '거친 수컷의 제거'라는 집단행동이 나타난다. 진화 과정에서 집단의 생존에 불리한 거침의 요소를 조정하여 평화적으로 협력을 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현생 인류의 유전자와 1.5%가 다른 보노보(Bonobo)는 진화 과정에서 공격적인 거친 수컷이 사라졌다. 거친 폭력적 행위는 사회적 유대를 유지하기 위한 방식에서 배제되며, 이를 통해 공동체 내에서 거침은 고립된다. 이러한 거친 경향은 점차 순화되고 온화한 형태로 전환되어, 평화가 공동체를 지배하는 근본 원리로 자리 잡는다.
초기 사회에서 부족과 영주, 그리고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은 거침의 제거를 통해 질서와 안정의 필요성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거친 공격성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형제도가 도입되었으며, 권력은 자신의 지배를 위협하는 범죄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자 공개적인 처벌을 통해 규율을 강화했다. 이는 광장에서 교수형, 단두대, 능지처참 등의 신체형 형별을 매개로 권력의 위용을 드러내며, 사회적 질서와 복종을 구조화하려는 시도로 나타났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인권 의식의 성장과 시민 혁명의 물결은 권력의 잔혹한 신체형 처벌을 비판하며 감금이 아닌 감옥의 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감옥은 단순히 처벌 방식을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은밀히 작동하는 권력의 도구로 변모하여, 법적 구조 속에 감춰 은밀한 억압과 통제의 불법적 도구의 형태가 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주권자들에 의해 권력의 억압적 거침은 사라지고, 법은 거친 범죄자를 격리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제 거침을 제거시킨 사회적 진보는 폭력적 행위가 아닌 협력과 공감의 가치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는 개인의 생존과 집단의 번영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거침의 제거는 제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얼굴의 변화에도 공진화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2만 년 동안 현대 인류는 불의 사용과 함께 얼굴은 진화의 성형가마 속에서 다듬어져 왔다. 커진 뇌와 더불어 이마는 돌출되고, 눈썹뼈와 도드라진 얼굴선은 서서히 부드러운 곡선으로 변하며, 턱과 치아는 흔적도 없이 작아졌다. 이는 진화 속에서 인간의 거친 얼굴이 부드럽고 조화롭게 빚어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선호되는 동안과 미소년의 얼굴은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정교함 속에서 형성된 진화의 산물로, 생존과 적응을 위한 무형의 전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외형적 특성은 신뢰와 호감의 언어로 기능하며, 복잡한 사회적 환경에서 유리한 위치를 만들어낸다.
인류 역사는 거침을 제거하는 길을 닦아온 여정이다. 역사의 진화는 카이사르, 루이 16세, 히틀러, 스탈린, 차우셰스쿠 등의 수많은 거칠고 거대한 바위의 독재자들을 자유를 향한 망치에 의해 깎여나가게 했다. 한국의 주권자는 이런 거친 바위를 망치가 아닌 촛불과 응원봉의 불빛으로 녹이는 빛용광로를 갖게 되었다.
공동체의 내부를 향해 던져진 거친 투석 비상계엄 바위는 진화적 역사적 교훈에 의해 '거침의 제거'의 대상이 되었다. 공동체의 내부를 향해 던져진 거친 돌바위와 같은 비상계엄은, 진화적이고 역사적인 교훈의 촛불과 응원봉의 빛에 의해 서서히 '거침의 제거'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거침의 제거는 800년 전 만덕의 시작으로부터 동학 농민, 5.18 민주화, 6월 항쟁을 거쳐, 우리 안의 그들의 부름에 응답하는 '빛나는 빛의 봉들의 춤'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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