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시치미를 떼고 딴전 피우는 꺼벙이 놀이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입력 2025.01.19. 16:47
■김용근의 잡학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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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개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보이지 않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간다. 이 꼬리표는 사회가 정한 규범과 도덕을 지켜야 할 무늬를 새긴 것이며, 공동체의 뿌리와 정체성 지탱에 필요한 최소한의 표식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개인이나 집단의 잘못된 행동을 규제하고, 어떤 위치나 지위의 자리가 높은 만큼이나 이 꼬리표 크기도 커진다. 이 꼬리표는 누구나 알 수 있게 보이는 '시치미'이다. 시치미는 옷을 만들고 남은 조각천으로 바느질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한다. 이 조각천은 삼국시대부터 유행하여 중국과 일본에 전파 시켰던 매사냥에서, 매의 다리에 묶어 놓는 표식이다. 이 표식은 색깔의 조합과 소유자 이름을 새겨 매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표식하는 명찰이다. 다른 소유자의 매에서 시치미를 떼고 자신의 것이라 우기는 경우나, 자신의 매의 시치미를 떼고 남의 닭을 사냥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관가에서는 시치미를 떼는 것을 금하였다. 이런 행위에서 유래한 말이 바로'시치미를 떼다'인 것이다.

특정 문화에서 꼬리표인 '시치미'처럼 공동체가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와 정체성을 반영한다. 시치미는 개인이나 집단의 권력 구조에서 정의롭고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감시하는 표식이다. 권력을 가진 자가 책임의 시치미를 외면할 때, 공동체의 등불이 꺼지고 어둠 속에서 구성원과 저항하는 정적에게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공동체의 손에 쥐어진 권력이 시치미를 떼는 순간부터 비극의 서막이 열린다.

그래서 시치미의 역할은 윤리적 규범을 제공하며,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유지해준다. 이 시치미는 사회적, 문화적, 윤리적 맥락 속에서 올바르게 반영되는지를 공동체가 감시하는 중요한 전광판이다.

시치미를 떼고 자신의 공동체를 돌보지 않고, '딴전'을 피우는 비극만큼 집단의 불행은 커진다. '딴전'에서 '딴'은 딴짓, 딴판, 딴청 등과 같이 '다른'을 의미하고, '전'은 어물전, 포목전, 종이 지전 등과 같은 가게를 의미한다. 그래서'딴전 피운다'라는 말은 자기 가게를 돌보지 않고 딴(다른) 가게가 잘 되는지, 손님이 많은지를 지켜보는 것에서 유래했다. 딴전을 피운다는 것은 자신이 돌봐야 할 가게와 가족, 공동체라는 정원을 방치하는 것이다. 이는 남의 정원에 핀 꽃을 시샘하면서, 스스로 자기 정원을 버리고 가상의 정원에 사는 일이다. 그것은 메아리처럼 남의 말만을 반복하다 사라지는 '에코'의 운명과 닮았다. 에코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잃는다면, 내면과 우리 안의 정원의 숲은 메마르고 남의 그림자만을 좇는 가상의 공간에서 공허한 여정이 될 뿐이다.

에코의 딴전은 공동체라는 나무에서 떨어져 나간 잎사귀처럼, 자신의 실존을 바람 속으로 사라지게 하는 비극이며 심리적 죽음 상태이다. 딴전 피우는 에코 같은 권력자나 지배자는 공동체를 허약한 뿌리로 만들어 메마른 정원을 남긴다.

시치미를 떼고 딴전 피우는 것은 어리석은 미성의 '꺼병이'와 같다. 꿩의 성체인 수컷의 '장끼'와 암컷의 '까투리'가 아직 안 된 '꺼병이'는 다리가 길고 어벙하고 어색하게 행동하는 등의 미성숙한 꿩의 이름이다. '엉성하다'는 뜻으로 파생된 '꺼벙이'도 표준어이다. 꺼벙이는 성숙한 의식과 이타적 사고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채, 자기중심적이고 자기보존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미성숙의 상징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리더가 꺼벙이가 되면 그 미숙함은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며, 그로 인해 주변의 모든 존재는 고통을 겪게 된다.

공동체의 리더는 맡겨진 역할과 책임이라는 시치미의 깃발을 내려놓지 말고, 우리를 외면하는 바깥바람의 딴전의 시선을 막아야 한다. 딴전에서 우리의 안에 희망과 행복을 위한 시선으로 옮겨야만 어리석은 '꺼벙이 놀이'가 멈춘다.

리더는 자신의 자리에 걸맞은 무게를 견디고 책임이라는 시치미의 깃발을 굳게 세우는 것이 소명이자, 딴전을 가리는 든든한 벽이 되어야 한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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