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고민했지만 ‘더할 나위 없다’ 뜻에 꽂혀
‘맛의 도시‘ 자부심 드러난 대표 브랜드 목표
“광주 시민들과 함께 성장해 갔으면…” 희망
'무등이 곧 광주이고, 광주가 곧 무등이다'는 말처럼 무등은 그 자체로도 광주의 브랜드입니다. 무등이란 이름으로 무등산의 아랫자락에서 시작된 이 도시에서 무등은 '상징' 그 이상의 무언가로 시민 일상과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광주에서 무등을 상호명으로 쓰는 기관, 법인, 단체가 300여개에 이른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이들에게 무등일보가 묻습니다. 왜 무등인가요?
편집자주.
"어릴 때부터 무등산에 많이 올라가 개구리 잡고 놀았고, 무등경기장도 다녔고…. 온라인 게임에서 쓰는 닉네임도 무등이에요."
무등왕돈까스, 무등숯불갈비를 산하 브랜드로 둔 무등F&B. 브랜드 이름에서부터 김지태 대표(42)의 '무등'에 대한 진심은 의심할 여지 없이 드러난다. 광주에서 태어나 누구보다 광주를 사랑하는 김 씨에게 무등이란 이름보다 '더할 나위 없는' 단어는 없었다.
그렇기에 김 씨는 '맛의 고장' 광주를 대표할 돈가스 브랜드를 만들 때 어떤 이름으로 할지에 1시간도 채 고민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는 "사명을 지을 때 당연히 많이 고민했고 또 여러 좋은 이름을 붙여봤지만, 무등이란 이름을 넣고 나서야 비로소 완성됐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어 "무등의 사전적 의미가 명사로는 등급이 없다, 부사로는 더할 나위 없다는 뜻이 있는데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제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좋은 말들뿐이었다"면서 "우리 가게에 오는 사람들 간에는 등급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우리 집 음식을 먹고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무엇보다 광주 사람들이 '무등'에 대한 친숙함과 애정이 가장 큰 배경이었다.
김 씨는 "사실 음식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상호가 눈에 먼저 띄어야 하고 사람들이 부르기에 입에 딱딱 맞아야 한다"면서 "광주 사람들에게 무등은 부르기에도 쉽고, 기억하기도 쉽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토록 무등이란 이름을 광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씨는 "광주시민들의 어떤 시민 의식 같은 게 투여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밝혔다.
그는 "광주는 민주화운동의 성지이고 모두 그것을 가슴에 새기면서 살아가고 있다"면서 "그런 정신의 뿌리가 어떻게 보면 무등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등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등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게 무등산이다 보니 고객들이 종종 무등왕돈까스를 무등산왕돈까스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김 씨는 "무등과 무등산은 같기 때문에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다"고 했다.
너무도 광주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보니 전국에 브랜드를 확산하는 데 걸림돌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에, 그는 단호히 "아니다"고 답했다. 오히려 미향(味鄕)을 상징하는 단어로 전국에 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씨는 "전세계에서 K-푸드 열풍이듯 수도권에서는 전라도 음식이 열풍이다"며 "무등이라는 상호를 가지고 있을 때 이득이 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에서 시작한 브랜드나 식당들을 더 많이 사랑해 주실 거라고 믿는다"며 "더 열심히 해서 전국 곳곳에 무등이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광주의 식문화 수준을 더 높이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김 씨는 "광주가 맛과 멋의 도시이기 때문에 식문화 수준을 더 높여 광주라는 도시가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노력할 테니 시민들도 함께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덧붙이는 글: 기획 연재 '당신의 무등' 인터뷰는 오는 9월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광주 파빌리온관에서 전시됩니다. 올해 처음 신설된 광주 파빌리온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주제로 시민들과 호흡합니다. 공동체, 연대, 포용, 인권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무등(無等) 개념을 다양한 방식과 협업으로 확장합니다. 5·18민주화운동 '비경험 세대' 가 주축이 된 여러 작가들이 광주정신의 예술적 계승 방식을 탐문합니다.
- [무등in] 광주에 빚진 마음, 수묵으로 무등을 그리다 김호석 화백이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작품 '무등'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무등이 곧 광주이고, 광주가 곧 무등이다'는 말처럼 무등은 그 자체로도 광주의 브랜드입니다. 무등이란 이름으로 무등산의 아랫자락에서 시작된 이 도시에서 무등은 '상징' 그 이상의 무언가로 시민 일상과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광주에서 무등을 상호명으로 쓰는 기관, 법인, 단체가 300여개에 이른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이들에게 무등일보가 묻습니다. 왜 무등인가요? 편집자주.수묵화 대가 김호석 화백은 대표적인 '무등' 예찬론자다. 오랜 시간 '무등 정신'을 인류가 추구해야 할 철학적 담론이자 모두가 평화롭게 서로를 껴안고 대동 세상을 이룰 구심점으로 설파하고 있다. 그는 시간은 변해도 '무등 정신'만큼은 변하지 않을 진리라고 강조한다.김 화백은 특히 광주에 어떤 연고도 없음에도, 누구도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가 광주에 빚진 마음으로 살아간다. 또 누구보다도 광주에 애정을 가지고 광주를 작품으로 승화한다. 기획 연재 마지막 인물로 김 화백을 무등일보가 만났다. 인터뷰 내용은 1문 1답으로 정리했다.-자기소개를 해달라▲수묵화를 주로 하고 있다. 먹과 물로 그린 그림을 수묵화라고 하는데, 그것이 지니고 있는 특징 즉 그을음을 태워서 만든 불의 성질인 먹과 물의 성질 두 개를 섞어서 그림을 그린다. 불과 물이라는 상충하는 효과를 통해 서로 상생을 꾀하고, 이를 통해 어떠한 은유와 또는 담론을 형성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화가다.-무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광주를 생각할 때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광주민주화운동이다. 또 그 이전에 떠오르는 단어가 학생운동, 광주 일제강점기 저항운동 그다음에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더 근원적으로 무등이라는 언어다. 무등은 어떤 차별도 없고, 1등도 없고, 2등도 없으면서 모두가 승리자이고, 모두가 정점에 서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이야말로 21세기가 추구해야 할 앞으로 인류가 미래에서 추구해야 할 하나의 큰 어떤 철학적 담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김호석 화백은 무등일보 인터뷰에서 "무등 정신이야말로 인류가 추구해야 할 평화와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는 그 정신의 날줄, 씨줄의 근거"라고 말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오랜 시간 설파한 '무등 정신'이란 게 무엇인가?▲무등 정신은 1등, 2등이 없다. 분배의 원칙 속에서 모두 승리자다. 너와 내가 잘나는 어떤 1등이나 2등의 구조가 아니라 각계의 독특한 특성을 지니며 서로를 인정하고 다름을 껴안는 사회다. 대동 세상 얘기를 하지만 무등 정신이야말로 인류가 추구해야 할 평화와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는 그 정신의 날줄, 씨줄의 근거라고 생각한다.-광주에 연고가 없는데, 그토록 무등을 이야기는 이유는?▲광주민주화운동을 생각하면 스스로가 부끄러울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을 통해 사회적 발언을 끊임없이 하는 리얼리즘 계열의 작가로서 '진정으로 그들이 모든 것을 내놓고 죽을 각오로 싸웠던 그 정신의 숭고함이 내게 얼마만큼 육박해 들어오는 건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예술의 붓끝에 얼마만큼 녹아들어 왔는가'라는 걸 생각해 보면 굉장히 부끄럽다.또 하나는 민주화운동의 길을 걸었던 많은 사람이 자기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으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감옥, 투쟁이었다면 나는 그들을 그리는 것으로 예술적인 길을 걸었다. 그분들의 숭고한 뜻이 있었기에 제 발언의 영역을 더 구축하고 넓힐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광주 영령들이 쌓아 올렸던 공에 대해 저는 한없이 낮고 부끄러울 뿐이다.-무등 정신과 달리 국내외는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현 시기에 '무등 정신'이 주는 함의는?▲개인에 대한 성찰이나 개인에 대한 어떤 뛰어난 자기 성취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자기의 부가가치를 높이다 보니 양극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개인의 성취보다 중요한 것은 부족한 사람들 모두가 서로 한 몸으로 합치고,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남는 것은 빌려주고 그러면서 평등조차도 넘어서고 있는 그 경지가 지금 사회와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굉장히 중요한 철학적 담론이 아닐까 생각한다.사람들이 자기 잘 되고, 자기 불이익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식들이 잘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사람에서 '내 자식이 중요한 만큼 네 자식도 내 자식과 똑같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등 정신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인류가 보편적으로 마지막까지 돌아가려고 하는 부분은 결국 평등조차 넘어선 무등 정신이다. 모두가 귀하고 모두가 승리자고 모두가 가치가 있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 함부로 정의를 훼손시키지 않고, 사람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 인공에 대한 여러 가지 것들도 쉽게 폄훼하지 않을 세상이 된다면 그것이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진리, 무등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김호석 화백은 오랫동안 인류가 추구해야 할 철학점 담론으로서 '무등 정신'을 이야기해왔다. 김 화백이 그의 작품 '무등'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왜 이토록 광주 사람들이 무등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는지?▲광주 무등산은 어머니같이 넉넉한 산이라고 하지만 저것은 불을 품고 있는 산 같다. 넉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침묵하고 항상 지켜보고 있는 삶 같지만 의롭지 않을 때는 물어 뜯고, 들불처럼 일어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생명력이 없는 산 같지만 가장 생명력이 있는 산이다. 광주는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는 그 의로운 정신과 냉철한 이 물(담양호)이 가지고 있는 상반된 정신을 생태적으로 환경적 요인으로 안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광주 출신 사람들은, 광주의 정신적 자양분을 얻었던 사람들은 굉장히 의롭다. 내가 만나본 사람들은 쉽게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려고 하지 않는다. 광주는 그런 점에서 선택된 땅이다.하지만 무등경기장을 보면 무등이라는 의미로 보면 아무 차별이 없는 경기장이다. 말이 안 된다. 경기라는 것은 선후 1등, 2등이 있어야 하니 사실은 무등이 아니라 유등이라고 해야 한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언어가 많이 사용된다고 해서 그 언어의 뜻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 자기 복제나 자기 스스로가 거기에 함몰될 때 언어의 폐해도 있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무등이라는 단어가 왜 사용됐고, 이것이 갖고 있는 철학적 담론은 어떻고, 민주화운동에서 무등이 지니고 있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미망들을 조사해야 한다.-향후 '무등산'을 주제로 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자세히 말해준다면?▲무등산을 그리고 싶다고 하는 욕심이 자꾸 생기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것의 실체가 무엇이길래 그토록 오랜 시간 광주를 지켰고, 한국 민주화운동을 지킨 사람들이 여기서 다 나왔는가다. 이것(무등산)의 에너지원은 무엇인가에 대해 상충하는 것에 대한 조합뿐만 아니라 그것도 뛰어넘는 뭐가 있을까를 그림을 통해서 은유하고 싶은 부분이 많이 있다. 예술적 자양분으로서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굉장히 좋은 거 아니겠나? 부끄럽지만 아니, 겁먹은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무등산의 똑바른 어떠한 정신에 대한 느낌을 그린 그림을 아직까지 못 봐서 한번 그려보고 싶다.-광주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광주는 정말 위대하다. 그 자부심은 뛰어나지만 그 자부심만큼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폭넓고 그리고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그 마음이 정말 애틋하고 따뜻했으면 좋겠다.지금도 충분하지만 조금 더 한국 사회에 큰 인물이 되고 주류가 되려면 결국은 포용할 수 있는 그 자세, 그리고 끌어안고 더불어 함께 평화로운 어떠한 모습을 취했을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광주 정신이 성립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생각이 든다.광주에게 짐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무등산의 정기, 무등 정신, 그다음에 담양호의 그 냉철함, 대나무 위에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깨끗하고 소쇄 담백한 인류의 보편적인 진리…. 나 같은 사람이 볼 때는 여기는 축복받은 땅이다. 그래서 축복받은 사람답게 남에게도 나눠줬으면 좋겠다. 혼자 독차지하지 말고 그래서 의로운 정신이 서울에서도 퍼지고 부산에서도 펼쳐져서 모두 다 고르게 향상이 될 수 있도록.-당신에게 무등의 의미는 무엇인가요?▲무등은 진리다.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더 이상 변할 수가 없다. 변한 시대 사람들이 원하는 그것이 곧 무등이다. 차별이 없고 모두 다가 주인인데 더 이상 어떤 언어로 규정할 수 있겠나. 저울을 달아 한쪽이 가벼우면 조금 더 놓아주며 공평하게 하는 것 그것이 무등이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덧붙이는 글: 기획 연재 '당신의 무등' 인터뷰는 오는 9월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광주 파빌리온관에서 전시됩니다. 올해 처음 신설된 광주 파빌리온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주제로 시민들과 호흡합니다. 공동체, 연대, 포용, 인권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무등(無等) 개념을 다양한 방식과 협업으로 확장합니다. 5·18민주화운동 '비경험 세대' 가 주축이 된 여러 작가들이 광주정신의 예술적 계승 방식을 탐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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