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in] "무등으로 가시면 돼요" 40년 이름, 이정표 되다

입력 2024.11.06. 16:07 이삼섭 기자
[무등in ④] 박광성 무등화분 대표
부모님 가업 이어 '무등'으로 산 지 5년 차
친근하면서도 듬직한 이미지에 '애정' 가득
"무등산 정기 받아 시민들 다 잘 되길" 희망
박광성 무등화분 대표는 무등일보와 인터뷰에서 광주사람들에게 '이정표'인 무등처럼 무등화분 또한 업계의 이정표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무등이 곧 광주이고, 광주가 곧 무등이다'는 말처럼 무등은 그 자체로도 광주의 브랜드입니다. 무등이란 이름으로 무등산의 아랫자락에서 시작된 이 도시에서 무등은 '상징' 그 이상의 무언가로 시민 일상과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광주에서 무등을 상호명으로 쓰는 기관, 법인, 단체가 300여개에 이른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이들에게 무등일보가 묻습니다. 왜 무등인가요? 편집자주.

"광주 어디서든 보이는 무등산처럼 '무등'은 하나의 이정표인 것 같아요. 무등화분도 하나의 업종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다보니 이정표처럼 굳어졌습니다."

박광성 무등화분 대표(40)는 광주에서 화분을 구하는 도·소매상들에게는 '무등으로 가시면 돼요'란 말이 있다고 했다. 40년 업력의 '무등화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가 갖는 자부심의 근거는 분명했다. 광주 서구 상무화훼단지 내 1천평에 이르는 넓은 하우스는 켜켜이 쌓아올려진 무등의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겹쳐 놓은 화분들은 서석대나 입석대의 돌기둥, 펼쳐 놓은 것들은 너덜겅의 모습을 고스란히 빼닮은 게 무등산 그 자체였다.

박 씨는 5년 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무등화분을 맡기 전부터도 유독 '무등'이란 이름이 좋았다고 했다. 줄곧 그에게 친근하면서도 듬직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특히 무등산을 좋아하는 그에게 무등은 무등산만큼이나 듬직하고 위엄 있는 이미지가 강했다.

더군다나 자신이 태어나던 해 '무등'이 탄생했기에 일종의 형제, 혹은 쌍둥이와도 같은 존재다.

그렇기에 가게를 부모님에게 물러받을 때 상호 변경은 전혀 고려할 일이 아니었다. 높은 인지도나 평판도 큰 몫을 했지만 무등에 대한 그의 애착 또한 못지 않았다.

광주 서구 상무화훼단지 내 무등화분. 40년 세월동안 무등의 이름을 지키고 있다.

그는 "무등이란 단어 자체가 되게 직관적이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불러올 수 있는 그런 이름"이라며 "광주를 품고 있는 무등산처럼 광주에서 무등은 신뢰의 상징, 듬직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좋은 서비스와 물건을 제공함으로써 고객들과 신뢰를 쌓는다는 점에서 무등이라는 상호가 맞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광주와 전남에서는 무등이 주는 친숙한 이미지가 사업하는 입장에서 좋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요즘 같이 영어는 물론, 정체모를 다국적 언어가 난무하는 상호 속에서 직관적이면서도 단순한 '무등'은 더욱 힘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한번 찾아온 손님들은 여간해서는 상호를 잘 잊지 않는다.

박 씨는 "상무화훼단지에 오면 사람들이 저희 집도, 옆 꽃집도 여러군데 둘러본다"면서 "근데 저희 상호만 기억이 남으시는지 종종 '무등화분이죠? 그 옆에 꽃집을 다녀 왔는데 상호가 기억이 안나서 전화번호 좀 가르쳐주면 안 되냐'는 그런 전화를 꽤 받는다"고 웃음 지었다.

주로 광주와 전남, 전북지역에 유통을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을 통해 경상도나 수도권 등 전국으로 무등화분의 이름이 나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 씨는 무등의 가치, 이미지를 연관 짓는 상품을 기획해보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광주 서구 상무화훼단지 내 무등화분 사업장. 수많은 화분들을 배경으로 박광성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무등일보 독자이기도 한 박 씨는 "지금 무등일보를 보고 있는데 무등in 연재 기획을 봤다"면서 "'우리도 무등인데 연락 오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마침 연락이 왔다"고 반가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무등산의 정기를 받아 모든 시민들이 다 잘 됐으면 좋겠다"며 "특히나 저희 같은 소상공인들에게 요즘 어려운데 번창하길 바란다"고 응원의 목소리도 건넸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덧붙이는 글: 기획 연재 '당신의 무등' 인터뷰는 오는 9월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광주 파빌리온관에서 전시됩니다. 올해 처음 신설된 광주 파빌리온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주제로 시민들과 호흡합니다. 공동체, 연대, 포용, 인권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무등(無等) 개념을 다양한 방식과 협업으로 확장합니다. 5·18민주화운동 '비경험 세대' 가 주축이 된 여러 작가들이 광주정신의 예술적 계승 방식을 탐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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