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브랜드 슬로건 실험이 계속되는 이유
'Hi, Seoul' 이은 '아이서울유' 대표 상징으로
곳곳 조형물들은 내·외국인 관광 발길로 북적
[지방소멸, 도시브랜딩으로 극복하자 ②]
I·SEOUL·U(아이서울유). 서울의 대표적인 상징어로 서울시의 '브랜드 슬로건'이다. 지난 2015년 첫 도입된 후 6년 동안 서울을 알리는 데 공헌했다.
특히 서울시청이나 한강공원, 서울숲 등 서울의 대표 장소에 어김없이 '아이서울유' 조형물이 자리하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브랜딩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슬로건'의 중요성은 서울을 비롯해 뉴욕, 암스테르담, 포르투 등 도시브랜딩 선진도시 사례에서 이미 입증됐다. 그러나 슬로건을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시민의 합의와 참여가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뿐더러,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서울에 왔다는 걸 알릴 수 있어서요" 관광객 사랑 듬뿍
지난 주말 여의도 한강공원은 강변에서 가을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그 중에서도 아이서울유 조형물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과 관광객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길이 25m, 높이 2.2m, 폭 1.2m에 이르는 커다란 조형물을 사진에 담기 위해 멀찌감치 떨어져 찍어줘야 하는 수고스러움도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또 아이들은 조형물에 매달려 놀았고 어떤 시민은 조형물을 의자 삼아 잠을 청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20대 여성 김수민씨는 "인스타그램에서나 보던 아이서울유를 보고 반가워서 인증샷을 찍었다"면서 "부산에서도 광안리나 해운대에 이런 조형물이 있긴 한데 아이서울유 조형물은 독특하고 예뻐서 좋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서울시청 앞 광장(서울광장)에도 길이 16m의 아이서울유 조형물은 이곳이 서울임을 알리고 있었다. 서울광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관광객들은 이 조형물 앞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다는 나탈리씨(독일 베를린)는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서울에 왔다는 것을 확실히 알릴 수 있고 서울 여행을 하다 보면 자주 보여서 친숙하다"고 말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아이서울유 조형물은 지난 2015년 12월 여의도한강공원에 처음 모습을 보인 뒤 지난해까지 총 29개가 설치됐다. 여의도한강공원과 서울광장 뿐만 아니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어린이대공원, 서울숲, 다시세운상가, 문화비축기지, 노들섬, 김포국제공항 등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 곳곳에서 서울의 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초창기 진통 겪었지만 서울 간판으로 '우뚝'
지금은 서울의 대표 간판으로 자리매김한 아이서울유이지만, 지난 2015년 도입될 당시에는 큰 진통을 겪었다. 이전 브랜드인 'Hi Seoul'(하이서울)을 이명박 전 시장 때부터 14년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이 전 시장 직후 취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현 시장)은 하이서울에 'Soul of Asia(아시아의 혼)'을 추가해 사용했다.
이미 십수년간 서울시민에게 익숙한 기존 브랜드를 폐기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하면서 '전임자 지우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당시 박원순 시장은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브랜드슬로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이같은 비판을 시민의 대규모적 참여를 통해 극복하고 정당성을 확보했다. 관이 일방적으로 만든 브랜드슬로건이 아닌 시민이 만든 브랜드슬로건이었던 것이다.
지난 2014년 서울브랜드위원회가 조직되고 다음해인 2015년 서울 브랜드 공모전을 열었다. 1만6천147건이라는 놀라운 숫자의 작품이 접수됐다. 이 숫자에서 단 하나의 슬로건을 고르기 위해 1천명의 현장심사단이 참여했고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사전투표가 이뤄졌다. 사전 시민투표 50%, 현장 시민투표 25%, 9명의 전문가 투표 25%를 반영해 선정된 게 지금의 '아이서울유'다.
그러나 곧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난해한 게 문제였다. '서울은 나(I)와 당신(U) 사이에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설명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여기에 영어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등 무수한 비판을 받았다. 패러디도 속출했다. 당시 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66.5%가 이 브랜드슬로건에 반대한다고 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선정된 브랜드슬로건을 바꿀 수는 없었다. 이후 서울시는 아이서울유 조형물을 설치하고 관련 행사를 하면서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인지도는 점차 올라갔다. 또한 아이서울유 로고가 가진 특유의 확장성은 다양한 방식,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하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실제 지난해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I·SEOUL·U' 브랜드의 인지도는 88.3%로, 호감도는 75.1%로 나타났다. 실제 대표적인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iseoulu'를 태그한 게시물은 27만개에 달했다. 명실상부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도시브랜딩, 시민들 합의 밑바탕 돼야
최근 오세훈 시장의 당선으로 '아이서울유'의 존립 가능성이 위태로울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출입기자단에 "브랜드는 계속해서 쓸 때 가치가 점점 더 쌓이는 측면이 있다"며 후임자로서 브랜드슬로건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오 시장의 결정에는 '아이서울유'가 박 시장의 작품이 아닌 서울시와 서울시민의 작품이라는 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시민들의 참여가 브랜드슬로건을 정하는 데부터 시작하는 도시브랜딩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브랜드슬로건은 행정이 밀어붙인다고 해서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주요 도시 사례에서 충분히 드러났다. 시민들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리더에 따라, 혹은 트렌드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면서 지속성을 위협받고 있다.
광주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5년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광주 도시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게 공모를 통한 브랜드슬로건 작업이었고 그 결과 'Your Partner Gwangju'(유어파트너광주)가 선정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공모와 시민여론조사 형식만 갖췄을 뿐 광주시민의 참여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왜 브랜드슬로건이 필요한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 브랜드슬로건은 시장이 바뀐 뒤 사실상 폐기처분됐는데 이 과정에서 어떠한 시민들의 저항이 없었다. 애초에 시민들의 브랜드슬로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0년 광주시장이 바뀐 뒤 10년이 지난 현재 혈세낭비와 정체성 없는 도시브랜딩 사례로 거론된다.
◆브랜드슬로건의 힘…광주는?
그럼에도 브랜드슬로건은 도시브랜딩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로 꼽힌다. 그 도시와 구성원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마법의 문장이자, 외부인에게 한문장으로 도시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광주에 '리브랜딩'(Re-branding)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고 브랜드슬로건 재건이 필요한 이유다. 광주는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의 성지이지만 쇠퇴했다는 이미지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인구유출과 외부인이 찾지 않는 도시가 돼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기업브랜드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사이먼 안홀트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5회 글로벌브랜드 포럼'에서 "도시브랜딩이 중요한 이유는 강력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장소들에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것"이라며 도시브랜딩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이미지의 장소들은 해외 투자와 비즈니스 관광객, 인재유치와 주요행사, 긍정적인 언론의 관심을 더 쉽고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끌어들인다"며 "반면 도시 이미지가 약하거나 부정적인 장소들의 경우 그 모든 것이 더 힘들고 훨씬 많은 비용을 들여야만 하는 일이 된다"고 설명했다.
광주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대전의 경우 최근 브랜드슬로건을 재단장했다. 지난 2004년부터 사용해온 브랜드슬로건인 'Its Daejeon'(이츠대전) 대신 지난 2019년 공모를 통해 'Daejeon is U'(대전이쥬)로 16년만에 교체한 것이다. 마이스산업 육성과 도시마케팅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전이 '노잼도시'라는 다소 껄끄러운 이미지를 탈피해 본격적으로 도시 리브랜딩에 나섰다는 평가다.
김동경 서울시도시브랜드담당관은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한데 도시브랜딩도 마찬가지"라며 "아이서울유가 만들어졌던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며 "도시 브랜드슬로건은 과거, 현재, 미래를 담아내는 도시전략이 반영된 만큼 도시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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