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통해 '브랜드위원회' 체계적 운영
3년 주기 기본계획에 구체적 실행까지
영화·게임·건축·레저산업 눈부신 성장
[지방소멸, 도시브랜딩으로 극복하자 ④]
부산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영화의 도시, 관광, 해운대와 광안리 같은 바다, 부산항, 롯데자이언츠 등…. 무수히 많은 브랜드가 떠오르지만 공통적으로 '역동성'을 연상케 한다.
'다이나믹 부산'(Dynamic Busan)이란 브랜드슬로건처럼 국내 제2의 도시 부산은 가장 역동적인 도시로 손꼽힌다. 산업이면 산업, 문화면 문화, 관광이면 관광 어느 한가지도 빼놓지 않고 골고루 잘 하고 있는 부산은 통합적인 '도시브랜딩'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도시로 우뚝 섰다.
주목할 것은 부산의 도시브랜딩은 단순히 관광을 목적으로 한 홍보가 아닌 도시행정 전체가 도시브랜딩 주체가 돼 일관성 있게 끌고 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조례를 통해 기본계획 등을 체계적으로 세우면서 갈수록 시너지를 더하고 있다.
◆매일이 축제 같은 부산, 가고 싶은 도시가 되다
부산만큼 가장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과 산업화 과정의 고밀도 난개발로 상징되는 근대적 도시의 모습이 공존한 곳이 있을까. 취재를 위해 찾은 부산의 모습은 단연코 '역동' 그 자체였다.
센텀시티를 중심으로 한 초고층의 건축물들과 호화로운 오피스 건물들은 제2의 수도라는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했다. 부산 마이스산업의 중심지 '벡스코'(BEXCO)를 중심으로 늘어선 백화점과 호텔들을 지나 영화의전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 곳곳에 국내 최대 e-스포츠(이스포츠) 행사인 '지스타 2021'이 오는 17일부터 개최된다는 것을 알리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지스타는 한 해 20여만명이 넘게 방문하는 국내 최대 행사로 넓은 전시 공간을 차지하는 탓에 부산에서 매년 독점적으로 행사를 해오고 있다.
영화의전당에는 때마침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한창이었다. 지금의 '영화의 도시 부산'을 있게 한 BIFF는 1996년 1회부터 꾸준한 투자로 규모를 키워가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국내 최대 영화제를 위해 모인 영화인들과 관객들로 북적북적한 가운데서도 영화의전당 건물은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었다. 국제공모를 통해 지난 2011년 개관한 건축물은 축구장의 1.5배는 돼 보이는 크기의 초대형 지붕(빅루프)이 세계 최대 캔틸레버 지붕으로 기네스북에 등재하면서 유명해졌다.
이어 부산 영도에 있는 '흰여울문화마을'로 향했다. 인구가 급증하며 가파른 산비탈까지 빼곡히 들어선 마을은 영화 '변호인'이나 '범죄와의 전쟁' 등 다수의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애초에 개발이 힘든 지형 여건상 정형화되지 않은 골목길과 낡은 주택들로 과거에는 달동네 이미지였다. 그러나 벼랑 끝에 매달려 남해를 바라볼 수 있는 흰여울문화마을의 이색적인 풍경을 무기로 부산시가 관광지로 개발해낸 결과 현재 새로 지은 집과 구옥이 공존하면서도 카페와 여러 상업시설이 복합된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공간으로 변모했다.
해운대와 광안리에 이은 부산의 제3의 해수욕장인 송도로 향했다. 바다 위를 산책할 수 있는 '스카이 워크'를 걸으며 송도 앞바다를 가로지는 케이블카를 바라보는 풍경이 독특한 정취를 자아냈다.
◆'다이나믹 부산', 이름값 하네
인구 340만명의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도시브랜드는 '다이나믹 부산'이다. 지난 2002년 부산의 국제적 홍보를 위해 도시브랜드 개발을 진행한 후 다음 해인 2003년 시민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다이나믹 부산은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부산시민의 기질을 나타내면서도 관광·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역동적으로 발전한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 브랜드슬로건은 역동적인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부산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20여년이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산의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다.
실제 부산은 경제·관광·문화 등 다방면에서 다양성을 축구하면서 역동적인 도시를 추구해왔다. 부산은 월드컵, 아시안 게임 등이 국제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낸 도시이자, 매년 국제영화제, 게임박람회, 불꽃축제 등 세계적인 축제 도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독보적인 관광인프라와 탄탄한 마이스산업 인프라가 시너지를 일으켜 다양한 국내외 대형 회의를 쓸어가고 있다. 부산은 국제회의연합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전세계 1천개 도시 중에서 아시아 4위, 세계 7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물류 중심도시로서 명성을 이어가면서 '북항 재개발'과 '메가시티' 등 미래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도시브랜드가 가진 실체와 이미지가 일치하고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부산의 '도시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브랜드위원회 조례·기본·실행계획 뒷받침
부산의 이같은 강력한 도시브랜드는 일찍부터 '브랜드 관리'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산의 도시브랜딩은 매우 체계적인데 10년 전인 2010년 '부산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이후 '부산 도시브랜드 기본계획'을 3년 주기로 세우고 있다. 또한 도시브랜드 기본계획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매해 '도시브랜드 실행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의 도시브랜딩은 시류에 따라 즉흥적이고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도시 전체의 브랜딩 방향과 계획을 세우고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전문가와 각계 인사, 시민사회 등 20명 이내로 구성되는 '부산시 도시브랜드위원회'를 발족해 모든 분야에서 통합적인 브랜딩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 올초 발표한 '2021년 부산시 도시브랜드 실행계획'을 살펴보면 3대 추진전략, 10대 분야, 30개 추진과제를 통해 통합적으로 도시브랜딩을 시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웹툰과 UCC 등을 통해 대시민 홍보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부산시가 어떤 지자체보다 도시브랜딩을 통한 도시경쟁력 향상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을 여러 성과를 통해 증명해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부산시는 한 부서에서만 관리 차원에서 도시브랜딩을 추진하는게 아니라 시정의 핵심과제로 도시행정 전체가 도시브랜딩 주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2003년부터 사용한 브랜드슬로건을 2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많은 지자체들이 단체장이 교체되거나 하면서 번번이 슬로건을 교체하는 것과 다르게 일관성 있게 '다이나믹'(Dynamic)이라는 정체성과 이미지를 이어가면서 부산의 자산으로 만들었다.
부산시는 "부산의 브랜드 가치가 도시에 대한 호감도, 신뢰도 등을 좌우하는 것은 물론 관광객과 투자유치 등 국제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인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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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치됐던 광주 도시브랜드···강기정 시장, 재차 힘 주나 강기정 광주시장이 27일 오후 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월요대화에 참석해 광주 도시브랜드 추진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그동안 도시브랜딩에 손 놓고 있던 광주시가 민선8기 들어 필요성에 공감하고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전국 지자체 최초로 '국' 단위의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도 '전임자 지우기' 등으로 방치됐던 광주시 도시브랜딩이 재차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전문가들, 도시브랜드위원회 구성 등 제안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27일 오후 19번째 월요대화를 열고 전문가들과 '광주시 도시브랜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화 주제에 맞게 각계 브랜드 전문가들이 모였는데,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 교수를 비롯해 이무용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송진희 광주디자인진흥원장, 류재한 전남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한희원 미술관장(서양화가) 등이 대화에 참여했다.'광주의 도시브랜드 정립을 위한 방향성 모색'을 주제로 발제한 김병희 교수는 "광주에 있는 5·18 정신, 인문학적 자산, 문화도시, 무등산, 양림동, 비엔날레 등 강점들을 모아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면 광주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도시브랜드위원회 구성, 기존 심볼·슬로건 등 여러 상징체계에 대한 선호도 조사, ESG(환경·사회적 가치·거버넌스) 가치에 따른 브랜드 개발을 제안했다.그 밖에도 송진희 원장은 "광주의 상징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위원회 조직이 필요하다", 류재한 교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고 나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지속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무용 교수는 "하나의 분야가 아닌 도시 전체적 관점에서 5·18 정신·인공지능·축제·문화도시 등 광주가 가지고 있는 분야별 브랜드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각각 조언했다.강 시장 또한 "광주만의 가치 '광주다움'을 만들기 위해 경제적 측면이 부각된 광주의 통합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서울시 브랜드슬로건인 '아이서울유' 조형물이 서울시청 앞에 세워져 있다. 무등일보DB◆'지워진' 도시브랜드…'약해진' 도시경쟁력도시브랜딩은 도시의 전반적 이미지를 개념화해 전달하는 것으로,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 들어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시 자체가 브랜드라는 인식 속에서 도시브랜딩은 주요 도시의 핵심 전략이다.광주시는 지난 박광태 전 광주시장 재임 당시 2006년 광역단체 중 실·국 단위로는 최초로 도시마케팅(도시브랜딩)을 전담하는 '도시마케팅총괄본부'를 신설하면서, 브랜드슬로건 개발을 비롯해 도시이미지·디자인 개발, 중·장기 마스터플랜 수립 등을 수립했다. 그러나 강운태 시장이 선출된 직후 조직을 해체된 데 이어 후임 시장들까지도 도시브랜딩을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해왔다.타 광역지자체가 도시브랜딩 전담 부서를 조례 등을 통해 보장하며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사이 광주시는 잦은 조직 개편, 일관성 없는 도시브랜드 관리 등으로 인해 '색깔 없는 도시'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무등일보 2021년 4월 26일자 보도 -'전임자 지우기'에 방치된 광주 '도시브랜딩 등). 오히려 광주를 벤치마킹했던 다른 광역자치단체들이 꾸준히 도시브랜드를 만들어나간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그러면서 시장이 바뀌더라도 도시브랜딩을 지속해나갈 수 있도록 조례 제정과 전담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김진강 광주관광재단 대표는 "도시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도시를 브랜드로 보고, 브랜딩해야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도시를 한 방향으로 결정하고,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줄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할 조직이 광주시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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