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굴비특구'에 축사, 주인은 전직 공무원

입력 2021.07.01. 15:05 선정태 기자
영광 법성면 위생이 생명인 HACCP 인증 공장
150m 거리에 우사 들어서 "사업 접으라는 것"
인근엔 상수도까지 "공직 출신 봐주기" 의혹
영광군 법성면 신촌리 HACCP 인증을 받은 굴비 공장 인근에 소 축사 건립 심의가 들어가 굴비공장과 마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식품가공공장에서 HACCP 인증을 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장 주변의 위생적인 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굴비산업 특구를 자랑하는 영광군이 해썹 인증받은 굴비 공장 지척에 냄새 나고 벌레 끄는 축사를 허가해주려고 하는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영광군 법성면 신촌리 HACCP 굴비 공장 인근에 소 축사 건립 심의가 들어가 굴비공장과 마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굴비공장 인근의 축사 예정지.

영광군 법성면에서 영농조합법인 해촌(이하 해촌)이라는 굴비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박모(50)씨는 최근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공장 직선거리 15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청보리밭에 대규모 소 축사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2019년부터 취득하기 까다로운 HACCP(해썹) 인증을 받고 운영을 시작했다. 해썹 공장은 생산부터 유통까지 위생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해썹 인증은 건물 내부의 청결은 물론 외부, 인근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공장 내외부의 철저한 청결이 생명인 해썹 공장 인근에 축사가 들어온다는 것은 박씨에게 '사업을 접어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영광군 법성면 신촌리 HACCP 굴비 공장 인근에 소 축사 건립 심의가 들어가 굴비공장과 마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축사 예정지 인근의 상수도원.

박씨와 마을 주민들은 영광군에 축사 건립을 반대하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군은 지난 24일 축사 건립을 위한 개발계획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군민 7명과 공무원 5명, 군의원 2명 등 14명이 참석해 진행된 당시 심의위원회는 축사 허가 여부를 논의했다. 원안 수용과 조건부 허가, 재심의, 부결 중 하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으로는 해당 축사 건립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까다로운 해썹 인증을 받은 공장 옆에는 축사가 건립될 수 있지만, 축사가 지어지면 해썹 재인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의 모순 때문에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굴비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박씨가 짊어져야 할 상황에 처했다.

해당 부지는 축사 건립을 목적으로 보리도 심지 않고 지반까지 다져놓은 상태다. '굴비 특구'를 자랑하는 영광군 스스로가 굴비 제조·판매 시설을 스스로 없애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박씨는 "해썹 인증에 수천만원의 비용과 수개월의 시간이 들어갔다. 내년 재인증을 위해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공장 코 앞에 축사가 생기면 악취와 소음이 진동하고 작은 날파리부터 모기 등 해충도 들끓어 재인증은 물 건너 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국민 반찬 굴비를 먼지 한 톨 없이 유지하며 청결하게 제조·판매한다는 자긍심에 컸다"며 "굴비와 영광의 이미지를 높이는 공장 옆에 축사가 들어서는 것은 문 닫으라는 소리다. 영광군이 영광굴비를 위한 대승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 주민들도 축사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한 마을 주민은 "귀촌하기 위해 집을 짓기 위한 허가서를 제출하자 면전에서 '안된다'고 반려했다. 3년동안 수차례 제출한 후에야 겨우 집을 지을 수 있었다"며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는 민가 건축도 3년 동안 허가해주지 않던 영광군이 공무원 출신의 축사 주인 신청서는 한 번에 수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축사 예정지 바로 인근에 상수도 시설이 있다"며 "식수원으로 보호해야 할 지역에 환경 오염 가능성이 높은 축사 건립 허가서를 반려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영광군 민원봉사과 관계자는 "축사 건립 신청이 접수돼 마을 주민과 해촌 대표에게 통보했고, 지난달 심의위원회를 진행했다"며 "결정문이 오지 않아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지만, 부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