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 뛰면서 곳곳 민심 훑고 다져
"호남은 텃밭 아닌 주역" 쇄신 의지 강조
29일 영광행…이낙연과 극적 만남 주목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광주·전남 민심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4박5일 동안 1천300㎞라는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는데 내년 대선이 박빙으로 흐를 것으로 점쳐지는 것과 달리 호남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광주·전남 곳곳을 돌며 표밭을 누볐다. 현장에서 민심을 끌어올리겠다는 '매타버스'(매주타는 민생버스)의 세번째 일정으로, 그의 지역 일정을 보면 이 후보의 절박감이 읽힌다. 앞서 매타버스를 탔던 부울경권(부산·울산·경남)과 충청권을 2박3일 일정으로 소화한 것과 달리 광주·전남에서만 4박5일을 쏟고 있다. 대선 100일을 앞둔 상황에서 중도층이 많아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수도권, 충청권, 부울경권에 총력을 쏟을 것이란 예상과 다른 선택이다.
지난 25일 오후 늦게 광주에 빈소가 마련된 고(故) 이광영씨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으로 시작으로 주말동안 빼곡한 일정표를 안고 지역 곳곳을 오가며 바닥민심을 훑고 있다. 특히 전남 지역을 빠짐없이 방문하고 있는데 동선만 1천300㎞에 이른다는 게 선대위의 설명이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는 물론 신안, 해남, 장흥, 강진, 여수 등을 차례로 돌았다. 이에 답하듯 가는 곳마다 수백명의 인파가 몰리고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29일에는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고향인 영광을 찾을 예정이다.
하루가 다급한 상황에서 호남에서 긴 일정을 소화하는 이유는 흔들리는 호남 표심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9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며 '텃밭' 또는 '집토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호남에서 60% 대에 머무르는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이 20% 내외를 기록하는 등 지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28일 광주선대위 출범식 모두발언에서 "광주의 기대, 민주개혁진영의 기대, 호남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 죄송하다…호남이 더 이상 민주당 텃밭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 민주당의 죽비이고 회초리"라면서 "호남 없이 민주당이 없다는 것, 호남 없이 이재명이 없다는 것은 텃밭이라서가 아니라 죽비와 같은 호통과 깨우침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5·18민주화운동 때문에 인생을 바꿨다. 그래서 광주는 저에게 사회적 어머니"라며 "사회적 어머니인 호남에 완전히 혁신된 민주당,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하기 위해 이 곳에 왔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모두발언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호남 민심이 예전처럼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질문에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태도는 미운 자식 잘되라고 야단치는 어머니와도 같다"며 "결국 다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 심정으로 우리 호남이 민주당을 다시 아끼고 지지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했다.
또 이 후보는 "호남은 불균형 성장 전략의 피해자이고 지역차별 정책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면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메가비전으로 관련 산업들을 빠르게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광주의 AI클러스터, 광주군공항 이전, 전남 의대 유치, 광주의료원 설립 등도 해결을 약속하면서 지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또 과거와 달리 호남 대선주자로 나섰던 이 전 대표와 피 튀기는 경선을 거치면서 남은 후유증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것도 호남에 총력을 쏟게 만든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후보는 이번 일정에서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전남에 대부분의 일정을 할애했다. 또 대장정 마무리를 영광에서 하는 것도 이 전 대표 지지자를 겨냥한 상징적 일정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일정에 합류할지는 이날까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마지막 날에라도 극적으로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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