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빈손' 국조 반복 우려
"정쟁 매몰 말고 신뢰 회복해야"

12·3 내란 혐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출범했지만,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가 충돌하면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어렵게 합의된 국정조사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공식 출범한 국조특위는 첫날부터 조사 계획서와 범위를 두고 여야 간 극명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조사 목적에 포함된 '내란 행위'와 '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라는 표현을 문제 삼아 반발했고, 민주당은 안보 위협 촉발과 2차 계엄령 의혹 등을 조사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특히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첨예하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증인으로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동행명령권 발부와 고발을 강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7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 중 내란죄 철회와 국민의힘 의원들의 한남동 관저 체포영장 반대 시위를 두고 격론이 이어졌다.
초반부터 여야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이번 국정조사가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조특위는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사례가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국조특위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호성 비서관 등 증인 채택 문제로 석 달간 여야 간 기싸움만 이어가다 청문회 한 번 열지 못하고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반면, 국정조사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적도 있다.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고 국조특위는 현장 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기업들이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영국 제조사 본사를 방문해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조특위도 대기업 총수들의 대규모 청문회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규명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비록 증인들의 위증과 불출석 등 한계도 있었으나, 이를 계기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이 추진되는 성과를 남겼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세월호 국조특위처럼 당리당략에 매몰돼 공전만 반복한다면 이번 국정조사 역시 국민의 실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가습기 살균제 사고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례처럼 명확한 성과를 거둔다면 국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12·3 내란 국조특위는 정치적 대립의 장이 아닌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기회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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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대선' 가시화···중도·무당층이 대권 가른다 조기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여·야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대권 후보군이 떠오르고 있다.이번에도 진보와 보수 진영의 지지도가 극렬히 갈리고 있어 중도층과 무당층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9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다음달 중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대통령 궐위(파면 포함) 시 60일 안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르면 5월 중 '벚꽃 대선'으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게 된다.이번 조기대선의 경우 대선 향방을 가를 '키포인트'로 그 어느때 보다 중도층과 무당층이 주목을 받고 있다.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8.56% 득표율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7.83%)를 따돌리고 당선됐다.이는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적은 차이(0.73%)다. 당시 이 후보는 역대 대통령 선거 중 최다 득표 2위라는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그만큼 치열한 선거였다는 것을 방증한다.이번 조기대선 역시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탄핵정국으로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결집도는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해 지고 있어 결국 중도층과 무당층의 표심공략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세계일보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41%, 국민의힘 38%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특히 '지지정당이 없다'는 답변이 13%를 차지했다. 이외에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진영별 결집세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제가 여러 차례 대선을 치러 봤지만, 이번 대선의 특징은 좌우 진영의 지지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신념으로 단단히 결집해 있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강하게 뭉친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이어 "좌우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든 지지층의 표는 거의 동일할 것"이라며 "결국 이번 대선에서 결정권은 중도층이 가지고 있다. 중도층에 좀 더 소구력 있는 후보를 내는 정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이같은 결집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전문가들도 대권의 성패는 중도층과 무당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최영태 전남대학교 명예교수는 "일반적으로 보수와 진보는 비율이 비슷한데 탄핵정국으로 진보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다른 점은 보수의 분열이다. 그때는 보수가 분열해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최 명예교수는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보수가 더욱 견고히 응집하고 있는 모양새여서 박빙이 될 가능성이 많다"며 "양쪽이 견고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중도층이다"고 말했다.또 호남 민심 잡기도 중요해지고 있다.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텃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앞선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0.73%차로 패배할 당시 윤 후보가 광주에서 12.82%, 전남에서 11.44%를 획득하면서 이 후보는 그동안 민주당 후보가 받아왔던 90%대 득표율이 아닌 80%대에 머물렀다.최근 광주를 찾은 '정치 9단' 박지원 의원(해남·완도·진도)은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호남에서 81%를 얻어 결국 0.73% 차이로 패배했다"며 "호남에서 이 대표에 대한 득표율이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93%, 95% 이상 나와야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이에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호남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민주당은 이전 대선 때보다도 더 낮은 득표율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한편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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