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저항 집행 실패 반복
국민 관심 탄핵심판·재판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체포되기까지의 43일은 헌정 사상 유례없는 혼란기로 기록됐다.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29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는 즉각 대응에 나서 12월4일 새벽 1시2분, 재석 의원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 해제를 결정했다. 계엄은 불과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지만, 국민적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정치권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를 "헌정질서를 파괴한 중대한 위헌적 조치"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함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 6당은 비상계엄 해제 당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12월7일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의결정족수 미달 사태가 발생하며 표결은 무산됐다. 일주일 뒤인 14일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까스로 가결되며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이후 검찰, 공수처, 경찰은 내란 혐의로 윤 대통령과 당시 국방부 수뇌부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기소하며 윤 대통령의 혐의를 구체화했다. 경찰은 대통령 관저를 압수수색 하려 했으나 경호처의 저지로 실패했고,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경호처의 거부로 좌절됐다.
이어 12월31일, 서울서부지법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는 영장 집행을 위해 지난 3일 대통령 관저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호처의 강경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이후 공수처는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위임했다가, 법리적 문제로 다시 이를 철회하고 지난 7일 체포영장을 재발부받았다.
경찰, 공수처, 경호처는 지난 14일 체포영장 집행 방안을 협의했고, 하루 뒤인 15일 새벽 공조수사본부가 대통령 관저에 진입해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비상계엄 선포 43일 만에 이뤄진 일이다.
윤 대통령의 체포는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전망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및 내란 혐의 재판 결과가 향후 대한민국 정치와 헌정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정치적 혼란과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제 국민의 관심은 향후 진행될 재판과 정치권의 대응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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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대선' 가시화···중도·무당층이 대권 가른다 조기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여·야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대권 후보군이 떠오르고 있다.이번에도 진보와 보수 진영의 지지도가 극렬히 갈리고 있어 중도층과 무당층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9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다음달 중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대통령 궐위(파면 포함) 시 60일 안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르면 5월 중 '벚꽃 대선'으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게 된다.이번 조기대선의 경우 대선 향방을 가를 '키포인트'로 그 어느때 보다 중도층과 무당층이 주목을 받고 있다.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8.56% 득표율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7.83%)를 따돌리고 당선됐다.이는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적은 차이(0.73%)다. 당시 이 후보는 역대 대통령 선거 중 최다 득표 2위라는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그만큼 치열한 선거였다는 것을 방증한다.이번 조기대선 역시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탄핵정국으로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결집도는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해 지고 있어 결국 중도층과 무당층의 표심공략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세계일보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41%, 국민의힘 38%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특히 '지지정당이 없다'는 답변이 13%를 차지했다. 이외에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진영별 결집세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제가 여러 차례 대선을 치러 봤지만, 이번 대선의 특징은 좌우 진영의 지지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신념으로 단단히 결집해 있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강하게 뭉친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이어 "좌우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든 지지층의 표는 거의 동일할 것"이라며 "결국 이번 대선에서 결정권은 중도층이 가지고 있다. 중도층에 좀 더 소구력 있는 후보를 내는 정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이같은 결집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전문가들도 대권의 성패는 중도층과 무당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최영태 전남대학교 명예교수는 "일반적으로 보수와 진보는 비율이 비슷한데 탄핵정국으로 진보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다른 점은 보수의 분열이다. 그때는 보수가 분열해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최 명예교수는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보수가 더욱 견고히 응집하고 있는 모양새여서 박빙이 될 가능성이 많다"며 "양쪽이 견고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중도층이다"고 말했다.또 호남 민심 잡기도 중요해지고 있다.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텃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앞선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0.73%차로 패배할 당시 윤 후보가 광주에서 12.82%, 전남에서 11.44%를 획득하면서 이 후보는 그동안 민주당 후보가 받아왔던 90%대 득표율이 아닌 80%대에 머물렀다.최근 광주를 찾은 '정치 9단' 박지원 의원(해남·완도·진도)은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호남에서 81%를 얻어 결국 0.73% 차이로 패배했다"며 "호남에서 이 대표에 대한 득표율이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93%, 95% 이상 나와야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이에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호남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민주당은 이전 대선 때보다도 더 낮은 득표율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한편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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