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닭싸움 하는 게 유행이었다. 때문에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닭싸움하는 장면이 나오면 항상 그 때가 떠오른다.
먼저 소문난 친구와의 맞짱(?)이다. 겉보기에 크게 잘 할 것 같지 않았지만 많은 친구들이 피하거나 꺼려해 한번 겨뤄보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
여러 명이 팀을 이뤄 한꺼번에 겨루는 방식이어서 대결은 생각보다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이 다가왔다. OK목장의 결투도 아닌데 긴장하던 순간 무릎에서 소리가 날 정도로 서로 심하게 부딪혔다. 하늘은 잿빛이고 눈에서는 알 수 없는 땀방울이 흐른다. 겨우 발을 놓치지 않았지만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을 때 같은편 친구가 왔다. "괜찮냐, 목발과 부딪히고 살아남은 놈은 너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사건이 이어졌다.
양팀 모두 한두 명 정도만 남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힘들어서 잠시 고개를 숙이던 틈을 상대 친구는 놓치지 않았다. 무릎이 날아오는데 불행히도 안경을 쓰고 있던 눈으로 향했다. 쓰러지고 피나고 부서지고 난리가 났다. 겨우 정신 차려 수돗가에서 씻고 보니 멍든 눈 주변에 찢긴 상처가 제법 많다.
비상금으로 가장 싸고 비슷한 안경을 사고 일부러 밤늦게 집에 들어가 들키지 않았는데 월요일 아침 갑자기 담임선생님 호출이다.
개구쟁이처럼 놀기만 한 입장에서 선생님과의 대면은 불편할 뿐이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말이 툭 던져진다. "괜찮냐, OO이 어머님께서 전화하셨더라! 많이 다치지는 않았어?"
다친 나를 걱정하던 친구가 집에 가서 사건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것이다.
눈에서 피가 났다는 말에 놀란 친구 어머니는 연락할 방법이 없자 선생님에게 전화하고 친구에게 안경을 새로 살 돈까지 보내셨다.
사실 그 날 사건은 문화 충격이었다. 우리 집에서는 다친 나보다 깨진 안경 값 걱정이 앞서 위로는커녕 혼나기만 했다.
"그럴 줄 알았다. 어쩐 지 요즘 조용하더라.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유리창 깬 것이 엊그제인데 또 사고냐?" 우리 집 스토리에 익숙한 나에게 "괜찮냐"는 두 번의 말은 평생 기억 됐다.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많은 선수들이 목표를 이루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다. "열심히 했으니 괜찮아" 그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해 본다. 도철 신문제작부부장 douls18309@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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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제역 암소가 76%···"임신 중 백신 기피?" 구제역 백신 접종하는 공수의사. 뉴시스 전남지역에서 구제역에 감염된 소 대부분이 암소인 것을 두고 농가들이 암소에 대해 백신접종을 기피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임신한 소에게 백신을 접종하면 조산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방역당국은 암소가 수소 보다 개체수가 많기 때문에 감염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해당 주장과 연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20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영암 도포면의 한 한우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이날 현재 감염농가는 영암 11곳, 무안 1곳 등 모두 12곳으로 늘었다.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소는 54마리, 살처분된 소는 397마리로 집계됐다.확진 판정된 한육우 가운데 41마리가 암소, 13마리는 수소다. 비율로는 암소가 76%, 수소가 24%로 암소가 3배 가량 많다.이를 두고 축산업계 안팎에선 암소 '백신 기피설'이 나온다. 백신을 접종하면 암소의 경우 유산확률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어서 주저하는 농가들이 간혹 있다는 것이다.실제 수정 후 임신 5개월 이상 지나 말기(280여 일)까지는 '유예축'으로 분류해 출산 후 수시 접종으로 백신을 투여하다 보니 공백기가 있을 수 있고 백신 면역이 떨어진 시점과 겹칠 경우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다만 도는 암소의 계체수가 수소 보다 두배 이상 많기 때문에 암소 암소 감염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도 관계자는 "백신접종을 하게 되면 소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산을 하거나 그럴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소와 마찬가지로 1년에 두 차례씩 정기접종을 빠짐없이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백신을 유예한다고 해서 암소 확진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한편 지난 13일 전남에서 사상 처음으로 발생한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도는 백신 항체 형성 시까지 차단방역을 강화키로 했다. 도는 출입통제, 소독, 임상검사 등 신속한 초동방역 조치를 취했으며, 양성축만 선별적으로 살처분한다. 전날 기준 백신 접종률은 97%로, 22일까지 접종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 도는 최근 화순 세량제(저수지) 인근에서 주민신고로 발견된 야생 삵 폐사체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됨에 따라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당 지역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초동방역팀을 투입해 반경 500m 내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화순군 보유 소독 차량으로 주변 도로에 대해 집중소독을 실시했다.강영구 전남도 도민안전실장은 "백신접종 후 항체 형성 시까지, 매일 소독과 임상예찰, 사람과 차량의 농장 출입 통제 등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한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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