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불꼬불 좁디좁은 밭길을 지나 산으로 산 속으로만 올라가다 멈춘 곳, 곡성군 죽곡면 고치리의 산골.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기적의 열매로 칭송하는 아로니아(Chokeberry)와 참두릅 나무가 수도 없이 펼쳐져 있다. 봉두산 자락 해발 200여m 가량 백성순(68·백세누리 아로니아 농원 대표) 김옥경(62)씨 부부 농원이다. 두메산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이곳에 덩그러니 하얀색 2층집이 예쁜 모습으로 서있다. 부부의 보금자리이자 백세누리 농원의 전진기지다.
?“섬진강과 대황강의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천년고찰 태안사의 영험한 기운이 있는 곳에서 늘 살고 싶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묻지만 너무 마음이 편하고 좋습니다. 푸른 적송이 우거진 청정지역에서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유유자적 살 수 있다는 건 신선과 함께 노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요.” 백 대표는 누가 뭐라 할 사이도 없이 이런 말부터 꺼낸다. 그리고는 아로니아 자랑부터 늘어놓는다.??
◆노화방지와 시력개선 탁월
"아로니아는 매운맛, 신맛, 쓴맛, 단맛, 짠맛 등 오미(五味)를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그중 완전히 익기 전까지는 떫은맛이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대표적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다른 베리류인 포도와 딸기의 80배, 복분자의 20배, 블루베리의 7배, 아사이베리의 4.6배나 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중국에서는 불로매(不老梅)로 불렀고, 동유럽에서는 왕들과 귀족들이 즐겨 먹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다이어트로 생기는 활성산소와 피부 처짐 현상도 방지해 여성들에게 엄청 좋은 식품입니다. 식이 섬유질도 풍부해 변비에 도움이 되고, 노화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시력개선과 심혈관질환예방, 암예방, 고혈압과 비만 치료는 어떻구요."
아로니아에 대한 백 대표의 사랑은 끝이 없다.
그는 말로만 아로니아를 예찬하는 게 아니다. 친환경 무농약 인증농법으로 아로니아 열매를 맺게 한다. 지난 2008년 7월엔 유기농 기사 자격증까지 취득, 수개월에 걸쳐 황금배합에 성공한 한방발효액을 아로니아에 투여했다. 당귀와 계피, 감초, 마늘, 생강, 막걸리, 갈색설탕, 35도짜리 소주 등을 커다란 항아리에 넣고 숙성시킨 한방발효액이 과실의 착색과 당도를 높였던 것이다. 아로니아의 평균 당도는 14Brix(당도를 측정하는 단위)이고, 높은 경우 17~18Brix를 넘나든다. 최고로 당도가 높은 한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의 경우 13~14Brix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친환경 인증농사를 고집하는 이유다.
◆입소문 타고 직접 찾아와 주문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판로개척을 위해 온·오프라인 시장에 애써 기웃거리지 않아도 된다. 여름철 막바지 수확기가 되면 입소문을 타고 농원으로 사러 오거나 전화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매년 아로니아 생과의 경우만 해도 5t, 참두릅은 1t 이상 판매했다.
코로나시대인 요즘엔 매출이 떨어졌어도 괜찮다. 조만간 또다시 그의 아로니아(생과·건조·분말)를 사겠다고 광주 전남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에서 소비자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어서다. 올해부터는 무농약 농법에서 진일보한 유기농법에 의해 생산될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무농약 인증농법은 재배토양의 표본을 채취·분석해 농약과 화학비료 등의 성분이 검출되지 않고 기준에 적합해야만 받을 수 있는 인증이다.
여기에 유기농 인증은 무농약 인증을 취득한 후 철저하게 무농약을 2년간 준수 유지해야만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친환경 농사법은 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늘과 같은 존재다. 땅을 기름지게 일궈야 아로니아의 풍미와 소비자 만족도 100%인 상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방발효액 제조는 제겐 정말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수많은 책자를 구해서 연구하고 도전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실패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주위 분들이 농업기술센터의 자문을 받아보라는 거였어요. 그 조언에 따라 발효액을 만들고 묘목에 직접 관수했더니 신통방통한 결과가 나타났지 뭡니까. 병충해 예방은 물론 싱싱하고 때깔 좋은 아로니아 열매가 떡하니 매달려 있었습니다. 참두릅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청정자연에서 재배한 결과, 부드럽고 맛좋은 두릅으로 태어났습니다. 행운이었습니다. 하늘에 대고 감사의 인사를 수없이 올렸습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는 듯 한참동안 하늘을 응시했다.
◆쉰 넘어 죽기살기 자격증 공부
한 때 아로니아는 병해충에 강하고 재배도 쉽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아로니아 열풍이 일었다. 그때가 지난 2010년 무렵이었다. 백 대표는 30여년간 다니던 농협을 몇 년 앞두고 돌연 퇴직을 선택했다. 후배양성을 위해서였다. 평소 관심을 가졌던 장류사업에 뛰어들었다. 전북 순창과 임실 고추로 고춧가루 생산사업을 시작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을 즈음이었다.
장류사업은 장대비가 내리는 날에도, 엄동설한 추운 겨울날에도 마스크로 중무장해야만 했고, 방아를 찧은 후 광주에 있는 식당으로 납품해야 했다. 항상 눈물과 콧물을 달고 살았다. 화물차로 자가운전해가며 고춧가루를 싣고 나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쩔 땐 운전하다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이대로 살다간 제 명에 못살겠다 싶었다. 잘 나가던 장류사업을 2년여만에 접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무원을 퇴직한 선배 한 분이 농산물 친환경 인증업무 자격증 공부를 권했다. 50대 중반 나이에 공부는 쉬울 리 없었다. 밤새도록 공부를 해도 돌아서면 잊어버렸다. 첫 시험에서는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밤잠을 설쳐가며 죽기 살기로 공부했다. 이마저도 포기한다면 인생에서 무엇을 남길 수 있느냐는 마음으로 말이다.
악착같이 두 번째 시험에서는 친환경인증자격증을 따냈다. 그 자격증으로 광주의 친환경 인증업체에서 2년간 전남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증업무에 열중했다. 친환경에 대한 이론과 실무경험에 자신을 얻은 그는 평소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곧바로 1만6천여평 매실과 복숭아 나무 가득한 농원을 매입했다.
늘그막에 청매실과 홍매실, 복숭아 향기를 맡으며 그대로 농사를 지어볼까 생각했다. 10여년 넘은 과실나무를 모두 갈아엎기가 너무 아까웠다. 다른 과수로 바꿔치기하더라도 예산과 마음고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그래도 아로니아를 심기로 결정했다. 아로니아 붐도 붐이었거니와 이들 과일나무를 재배하다보면 농약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 십상이어서였다. 여태껏 친환경업무를 해온데다 청정자연과 함께 호흡하려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과수원 매입 이듬해인 지난 2011년 복숭아와 매실나무를 갈아엎고 아로니아와 참두릅을 식재했다. 전원생활에 만족하자는 각오 아래 우수농산물인증(GAP인증)과 무농약인증도 받았다.
그는 농원에서 생산하는 아로니아 상품 가운데 열정과 정성을 쏟아 부은 것은 영양분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수분만 빼내는 급속냉동동결건조방식을 채택한 분말상품이라며 앞으로 아로니아 대중화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농산물 상품가치 극대화 주문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친환경 농법으로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해야 합니다. 아로니아가 한창 소비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때 곡성의 경우 20여 농가나 됐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에서 현재는 두 세 가구에 불과합니다.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일원화된 체계를 면밀하게 구축해야 합니다. 가령, 어떤 농산물이든 생산에서 수매, 개발, 가공, 판매로 이어지는 시스템 구축과 함께 신축력있는 지원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저희 아로니아 농원도 이런 시스템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다른 지역으로 맡기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또 군 당국이 매년 지급하는 보조금도 전기세, 포장재, 공과금, 기계수리비 등에만 한정돼 있습니다."
그는 힐링과 웰빙이 계속 강조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군당국이 천혜의 자연에서 나오는 곡성만의 상품적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미흡한 부분들은 빨리 보완할 수 있는 방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무리 산골이라도 곡성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곳들이 있다면 적어도 귀를 기울여주는 군행정으로 탈바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알음알음 찾아와 무료 숙식을 한 전국 가구가 족히 200여가구는 넘었다며 이들 고객을 위해서라도 농원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설치가 절실하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나이 들어 다소 적적함을 느낄 때가 있다면서 좋은 분들과 함께 드넓은 농장에서 적당히 농사일을 하고, 산양과 사향의 먹이로 약초를 재배하며 치즈와 산양유를 생산, 다소나마 소득이 창출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봉일기자 amazingreporter@mdilbo.com·곡성=김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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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곡성군수 경선 방식 놓고 잡음···정환대 후보 탈당 그래픽 뉴시스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곡성군수 재선거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방식에 반발하며 후보가 탈당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여기에 경선 방식에 반발하는 일부 후보들이 단일화를 논의하면서 선거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곡성군수 재선거와 관련 후보자등록 공고를 내고 오는 6일부터 7일까지 결선이 있는 국민경선(100%)으로 경선을 진행한다고 3일 밝혔다.이에 따라 영광군(당원 50%·국민 50%)과 달리 국민경선으로 진행하는 것에 반발하며 탈당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정환대 후보는 최근 민주당의 곡성군수 후보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고 보고 탈당계를 제출했다.정 후보는 이날 무등일보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특정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꼼수 정치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신뢰할 수 없어 탈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적으로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누구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결정할 것이다"고 덧붙였다.또 기존의 강대광·유근기 후보도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권리당원 50%, 국민경선 50% 방식으로 민주당 곡성군수 후보 선출을 요구하고 있다.곡성군수 재선거 정환대 후보. (사진=정환대 후보 사무소 제공). 뉴시스정 후보가 탈당을 한 이후 강대광·유근기 후보 측도 단일화 논의에 나섰다.이들 후보들은 단일화 방식 등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들은 "추가모집을 통해 1명을 더 받아들이는 것은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전략공천과 다를 바 없다"며 "경선방식도 특정후보가 주장한 100% 국민참여경선을 적용했는데 단일화를 통해 중앙당의 결정에 반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강 후보는 "상황이 이렇게 된이상 어떻게든 단일화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다만 현재로써는 여론조사를 하기에도 시기적으로 늦어서 서로 간의 양보와 협력으로 논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정 후보는 강대광·유근기 후보 중 1명이 최종 후보로 선출되면 출마를 하지 않고 조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면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따라 본선거는 민주당, 조국혁신당, 무소속 후보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앞서 민주당은 무소속 후보였던 조상래 전 전남도의원의 복당을 결정해 재선거 예비후보를 4명으로 늘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민주당이 지난달 21일 후보자 심사결과를 발표해놓고 같은달 25일부터 28일까지 곡성군수 경선 후보자 추가 모집(2차)을 진행해 조상래 후보가 참여했기 때문이다.이를 두고 강대광·유근기·정환대 후보 3명은 '낙하산 후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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