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이끈 박람회장, 10년 되도록 활용방안 '캄캄'

입력 2022.03.17. 16:16 선정태 기자
개발 방식, 지역간 이견으로 허송 세월
'공공 개발' 가닥 잡히며 가시화 됐지만
"시민 의견 더 들어야" 주장에 '혼돈'
지역민들 피로감 호소, 장기표류 우려
여수세계박람회장?

2012년 개막한 여수세계박람회(이하 엑스포)는 8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간 성공적인 행사였다. 연 600만명 수준의 관광객이 찾던 지역의 작은 항구 도시에 불과했던 엑스포 이후 여수를 찾는 관광객이 200% 이상 늘어난 전국적인 관광지로 변신했다.

하지만 지금의 '관광 여수'를 있게 한 박람회장은 10년이 되는 시점에 이르기 까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다 낡고 망가진 채 암울한 현실속에 남아 있다.

여기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각자의 목소리만 높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또다시 시간만 허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흉물로 남은 박람회장

여수세계박람회장 사후활용은 엑스포 당시 국가에서 빌린 3천700억원 규모의 부채를 떠안고 시작했다. 사후활용을 맡은 박람회재단은 부지 내 2필지를 민간에 매각해 호텔 2곳을 유치했으나, 부지매각 중심의 민간개발 방식에 대해 지역사회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활용방안에 대한 의견이 모이지 않는 동안 박람회재단의 예산은 해마다 줄면서 박람회장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은 실정이다.

박람회재단 예산은 2014년 60억원이었지만 이후 매년 10억원씩 줄어들다 2020년에는 7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본예산에 반영이 안돼 쪽지예산으로 근근히 지원해 왔던 것이다. 그러다 올해부터는 단 한푼의 예산도 지원받지 못했다. '국가 행사 5년 지원 후 일몰제' 규정 때문이다. 올 예산은 10주년 기념행사 비용 5억원이 전부다.

예산이 줄어든 동안 박람회장은 낡고 망가진 곳 투성이었지만 수리하지 못한 채 방치됐다. 여수를 찾는 관광객들과 부지내 호텔 투숙객들이 박람회장을 찾았지만 흉물스러운 건물에 아연실색하고 돌아갈 뿐이었다. 1천만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여수의 부끄러운 민낯인 셈이다.

여수세계박람회장

◆ '여수광양항만공사 운영'으로 가닥

그동안 '공공 개발'과 '민간개발'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10년을 방치한 끝에 여수광양항만공사(이하 항만공사)가 주체가 되는 '공공 개발'로 가닥이 잡혔다.

박람회장은 2013년부터 부지의 민간 매각을 추진했지만, 박람회 성격과 맞지 않는다며 무산됐고, 2017년 복합상업시설에 여러 업체가 투자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부적격 판단이 나오면서 유치에 실패했다.

그러다 지난해 '여수세계박람회장 공공토자 및 개발용역 결과보고회'에서 "항만공사가 여수광양항과 박람회장을 동시에 개발하는 경우 중장기 재무 안전성은 양호하고 박람회장 공공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공공 개발에 대한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여수박람회장 공공개발 타당성 용역에서 항만공사가 박람회장을 매입한 뒤 신규투자를 통한 공공개발을 하면 중장기 재무 안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힘을 얻었다.

용역 결과 박람회장 공공개발 종합게획을 수립할 때 수익사업을 발굴하고, 수익사업 투자계획을 조정하면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조사됐다.

여수박람회법과 항만공사법이 걸림돌이지만, 주철현 의원이 관련법 개정 법률안을 개정·발의해 법사위에서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어 항만공사가 참여하는 걸림돌도 제거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자 김회재 의원은 여수시나 별도 법인이 개발해야 한다는 '민간 개발'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김 의원은 "항만공사에 팔 수 있다면 여수시도 가능하다. 여수시가 맡아 별도 법인을 설치·운영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해묵은 갈등의 재현이 반복된 것이다.

이에 여수시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예산과 운영비를 시에서 부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시민들도 '공공 개발' 찬반 양분

'공공 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10년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였지만 지역 국회의원들간의 이견에 이어 지역민들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커지면서 갈등 양상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장 공론화 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 3일 "여수의 미래를 담보할 박람회장은 정치권의 일방통행식 결정이 아닌 30만 여수시민의 뜻이 반영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논의중인 박람회법 개정을 중단하고 이해 관계자가 참여한 숙의공론화를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자"고 주장했다.

TV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통해 지역민 의견을 도출, 박람회장의 개발 방향을 정하자는 것이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여수박람회장 공공개발 촉진 시민연대는 이에 반발, 개발 주체는 재정 여력과 공공성, 지역성을 갖춘 항만공사가 대안이라며 주장했다.

이처럼 지역 정치권에 이어 지역 사회도 양분되자 시민들은 또 다른 지역내 갈등 요소로 떠오르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10년 째 허송세월을 보낸 박람회장 사후 활용이 다시 장기 표류할 것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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