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상가 공실률 아직도 여전

입력 2022.03.24. 18:32 이정민 기자
■나주 혁신도시 상가 가보니…
인구는 4만에 상가는 1만여곳…무분별한 상가 분양 원인
에너지공대 개교·광주-강진 고속도로 개통 등 효과 기대

"나주 혁신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한지 3년째지만 빚만 늘어가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까지 겹쳐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나주 혁신도시가 조성된지 10년 가까이 되지만 상가 건물은 여전히 높은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조성 초기에 부푼 마음을 가지고 입주해 자영업을 시작한 상인들은 상권 활성화가 되지 않아 폐업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까지 더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23일 낮 12시 나주 혁신도시(빛가람동) 번화가.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몇몇 사람이 있을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신도시답게 높은 상업시설의 건물들이 즐비하지만 창문 곳곳에는 '매매·임대'라고 적혀있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접근성이 좋은 1~2층은 그나마 식당, 카페 등이 입주해 성업 중이었지만 층이 높아질수록 '매매·임대' 현수막은 더욱 크게 붙여져 있었다.

혁신도시 중심부인 한국전력 인근에 있는 건물들은 그나마 나은 상태였다. 외곽에 있는 건물들은 통째로 비어있는 곳도 있었으며 접근성이 좋아 임대계약이 수월한 1층도 비어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전력 등 16개 공공기관이 이전하고 19개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상가는 여전히 높은 공실률을 보여 상권 활성화는 미비한 상태다.

혁신도시 조성초기에 유령도시라고 불렸던 것에 비하면 나아진 상태긴 하지만 상권이 죽어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혁신도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3)씨는 "공공기관 이전 후 인구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힘든 상황인 것은 마찬가고 장사를 할수록 빚만 늘어가는 구조다"며 "장사가 잘되려면 우리집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거리 자체에 활기가 있어야하는데 상가가 텅텅 비어있다보니 분위기도 나지 않고 곧 장사를 접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공실률 문제는 인구에 비해 무분별한 상가 개발·분양으로 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빛가람동 상가는 1만여개로 인구 4만명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그나마 에너지공대 개교, 아파트 분양 예정 등으로 인구가 더욱 유입될 여지는 있어서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빛가람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A씨는 "현재 전체 상가의 공실률은 60% 이상으로 추측된다"면서 "수요가 없는데 상가는 너무 많이 개발을 해놓아서 소화하는데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아파트 개발로 앞으로 5천세대 이상이 더 유입될 계획이지만 단기간에 상가 공실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에너지공대가 개교했고 광주-강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나서 인구 유입이 충분히 되려면 최소 7~8년은 더 있어야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