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뚝심이 만들어낸 전남 의대

입력 2024.11.18. 17:27 선정태 기자
신설 발표부터 지역내 갈등 딛고 11개월 만에 성과
김 지사 ‘불가능은 없다’ 묵묵히 준비하며 합의 도출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18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립대학교인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가 전남 지역 숙원인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대학 통합과 통합 의대 추진에 극적으로 합의한 것과 관련 브리핑하고 있다.

목포대와 순천대가 극적으로 통합에 합의하면서 김영록 전남지사의 뚝심이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진행 과정 내내 지역내 갈등과 반목으로 인해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이 여전히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기류가 팽배했지만, '안되는 것은 없다'는 자세로 묵묵히 준비해 지역간 갈등을 잠재우며 양 대학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전남도는 민선 7기 전남권 의과대학 설립이 무산된 이후 지난 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보건복지국 소속으로 '의대유치추진단'을 신설하고 정책 및 전략 구상·실천 조직도 꾸렸다. 김 지사는 해가 바뀐 지난 1월 초 캐나다를 찾아 노던 온타리오 의과대학에서 두 대학 공동 설립 사례를 벤치마킹해 '공동 의대'안을 채택·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에 하나씩 병원을 두고 운영하자는 '공동 의대'는 지난 34년간의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았지만, '우리나라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교육부가 난색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3월 14일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남권 의대 신설을 요청, 대통령으로부터 "국립 의대(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정해서, 의견을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숙원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이후 국무총리,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의 대통령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발언이 이어지며 설립 가능성은 커졌다.

하지만 '공동 의대'도 '통합 의대'도 추진할 수 없게 되자 공모를 통해 교육부에 추천할 대학을 선정하기로 했다. 대학을 공모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 순천대는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순천시 등 전남 동부권은 부적정성을 부각시키며 '공모에 참여하지 않고 단독으로 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반발했다.

2026년 정원 배정을 위해 시간이 촉박하다고 판단한 김 지사는 '끝까지 설득해야 한다'며 순천대와 대화를 이어가는 한편 최적의 방안인 '대학 통합과 통합 의대 설립'을 타진했다. 공모 과정 중 제시된 '1대학·2병원'과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 의대 설립'의 투트랙 추진도 김 지사의 아이디어였다.

공모를 통한 대학 추천 시기를 한달 늦출 때만 해도 비판은 거셌다. 하지만 김 지사는 지난 달 14일 순천대에서 열린 글로컬대학 강소지역기업 육성 비전선포식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송하철 목포대 총장, 이병운 순천대 총장 등과 만나 대학 통합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김 지사는 교육부의 '1도 1국립대' 정책에 맞춰 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할 경우, 정부 정책을 따르면서 의대 설립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도 잠재울 수 있다고 봤고, 이 부총리도 긍정 시그널을 보냈다.

한 달여간 양 대학의 논의를 지켜보며 협의를 지원한 전남도는 지난 15일께 통합에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양 대학은 지난 16일 통합 합의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면서 전남권 의대 신설의 분수령을 넘었다.

김 지사는 "통합 합의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뜻하지 않은 갈등도 있었지만, 도민의 성원과 간절한 염원을 헤아려 지난 15일 양 대학이 통합에 합의했다"며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통 큰 결단을 내린 양 대학 총장을 비롯한 관계자와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준 도민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반발에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도의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했다"며 "'처음부터 무조건 되는 것은 없다. 노력하면 안되는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노력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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