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조롱당하는 공권력 유감

@김기태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 입력 2020.09.06. 13:00

공권력이 무너지면 국민들이 불안하다. 공권력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자유와 행복은 공권력의 우산 아래에서 비로소 보장된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가 방해를 받거나 무력화되면 사회 전체가 심리적 불안감과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국민의 위임을 받은 정당한 공권력을 강력하고 엄정하게 행사하는 국가를 성숙하고 선진화한 사회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범법자를 단속하거나 강력범죄 현장에서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하게 범죄혐의자를 제압하는 외국의 경찰 모습에 더 신뢰감이 가고 때로는 부러울 때도 있다. 우리 국민들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불법적으로 방해할 뿐 아니라 조롱하고 심하면 폭력까지 행사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일제 강점기 일본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아픈 기억과 군부독재 시절 민주 시민을 탄압하던 폭력적 공권력에 대한 저항감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롱당하는 공권력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는 현실까지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사랑제일교회는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이 낸 명도 소송 1심에서 지난 5월 패소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사랑제일교회 건물을 강제철거 할 수 있게 됐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1심 패소 직후 1심 법원인 서울북부지법에 강제집행 정지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항소심에서도 한 차례 기각되자 다시 3번째로 신청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합은 1심에서 승소한 이후인 올해 6월 2차례 교회 건물에 대해 강제집행에 나섰으나 신도들의 반발에 부딪힌 끝에 철수했다. 정당한 법집행을 불법적인 무력으로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 교회 목사인 전광훈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중 보석으로 풀려나 8월 15일 다시 광복절 집회에 참석해 연설했다가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던 전씨는 9월 2일 퇴원해 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한 바이러스 전체를 우리에게 뒤집어씌워서 사기극을 펼치려 했으나 국민의 현명한 판단 덕분에 실패한 것"이라는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을 펼쳤다.

방역 당국에 의하면 9월 3일 현재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접촉자 중 누적 확진자는 총 1천139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교인 및 방문자는 586명, 추가 전파자 434명, 조사 중인 사람은 119명이다. 8월 15일 이전 전국적으로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서서히 줄어들던 상황에서 다시 급격하게 악화되는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그런데도 교회측 변호인단을 자처하는 사람들과 교인들은 연일 방역 당국을 비난하고 공권력을 향해 조롱과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태 악화 책임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커녕 오히려 교회 주변 주민들이나 조합원들에게 협박과 욕설을 담은 문자를 보내고 있다.

전광훈 씨를 재구속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십만명의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권력을 향한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권력이 더 이상 허약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때이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는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안전판이기 때문이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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