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국민의힘의 '서진정책'은 과연 성공할까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1.11.14. 13:23

여당과 제1야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가 결정됐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다.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단순단수대표제로 치러지는 선거이다. 단 한 표라도 더 많이 얻는 사람이 이긴다. 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나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도 단순다수대표제로 치러지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대통령 선거는 조금 다르다. 예컨대 호남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표가 자치단체장 선거나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사표가 되기 쉽지만,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렇지 않다. 호남의 한 표도 중요하다. 그래서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이준석 현 당대표도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무릎을 꿇어가며 노력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당사자인 호남민의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런데 호남의 다수 유권자는 10여 년 전부터 이미 민주당 외의 정당을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이 처음에 안철수 현상으로 표출되었지만 2012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일단 봉합되었고,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한 번 표출되었지만 합당을 통해 다시금 봉합되었다. 마침내 2016년 총선에서 호남의 다수 유권자는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호남 싹쓸이'라고 불러도 좋을 놀라운 결과였다. 이듬해 치러진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의 60%는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지만, 40%는 다른 정당의 후보들을 선택했다. 이렇게 보면 민주당에 충성스러운 호남 유권자 비율이 결코 절반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호남을 공략해볼 만한 이유이다.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렇게 감소하는 것은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다. 1997년 대선 이후 민주당은 대통령을 세 명이나 배출했다. 지금도 우리가 목격하고 있지만, 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면 그 당은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다시 조직된다. 게다가 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당의 주류 세력이 교체된다. '동교동계', '친노', '친문' 등은 바로 이런 당내 주류 세력의 교체와 신구 주류 세력 간의 갈등을 일컫는 데 사용되는 표현들이다. 당연히 구주류 인사들은 섭섭함을 토로하게 되고, 그 섭섭함이 심한 경우에는 당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면 그들을 따르던 유권자 가운데 일부도 함께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떠난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는 그 과정을 목격해왔고 그렇게 민주당을 떠난 호남 출신의 정치인들이 국민의당, 바른정당, 민생당 등을 거쳐 국민의힘으로 옮겨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당이 강한 이념적 성향을 가진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정치인들이 강한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민주당은 또 한 번 주류 세력의 교체를 겪고 있다. 경선 후의 '통합'에 대한 강조는 그 교체 과정을 가능한 한 큰 손실 없이 이루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사람도 있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호남의 다수 유권자는 이미 한번쯤 민주당을 '배신'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국민의힘은 지금 호남에 공을 들여야 한다.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가 최근 광주에 들러 사과 아닌 사과를 하고, 목포에 있는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한 뒤, 이어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은 바로 그 일환이다. 지금과 같은 주류 교체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지지자 가운데 민주당의 새로운 주류와 마음과 뜻이 맞지 않아서 이탈하는 사람들의 표를 흡수하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이런 '서진정책'은 이번 대선에서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만약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그것은 일차적으로 민주당의 실패 덕분일 것이다. 민주당이 (모순어법처럼 들리겠지만) 대중적 이념 정당으로서 자기를 재구성하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특정 정치인과 인적으로 얽혀 있는 지지자들과 당원들이 당내의 주류 세력 교체에 섭섭함을 느끼고 심지어 분노하면서 이탈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도 그런 현상은 똑같이 나타나고 있고, 그렇게 이탈한 2030 유권자들을 붙잡기 위해 이재명 후보는 이른바 '청년·미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서로 상대 당의 실패로부터 반사 이익만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당장은 그런 식의 이삭줍기가 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이삭줍기가 농사는 아니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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