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커피의 문화, 카페의 사회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4.10.13. 17:32
라도삼(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화정책)

아침, 커피 한잔을 마신다. 몽롱한 정신이 맑아지고 피로가 풀린다. 아니 분명 피로가 풀린 것은 아니다. 적당한 환각에 마치 피로가 풀린 것 같은 느낄 뿐이다. 왜 커피가 도입되던 초기 커피의 색이 검고 쓴맛이 난다하여 탕약과 같다며 '양탕국'이라 불렀다 하지 않던가. 커피는 분명 정신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카페인에 의존에 몸을 깨우는 중독을 만들 뿐이다.

뻔히 알면서도 커피를 마신다. 특히 우리 사람들의 커피 애호는 심하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커피 소비량은 405잔이다. 세계 평균치인 105잔의 3배에 달하고, 318잔을 먹는 미국을 압도할 정도다. 커피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최고의 소비국가다. 피로가 심해서 그러나? 아니면 습관적으로 마시나?

엄청난 소비량에 늘어난 건 커피 전문점, 카페다. 세계적인 체인망인 스타벅스는 지난해만 110개소가 늘어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인구가 1억 명인 일본이 1천901개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무려 1천893개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의 매장 수로 2023년 한해 스타벅스는 2조 9천29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카페는 단지 커피를 파는 곳만이 아니다. 카페는 문화를 파는 곳이다. 사람들이 만나 대화하는 장소로서 기능은 기본이다. 요즘 카페는 고급의 디자인과 다른 카페에선 맛볼 수 없는 매력적인 맛을 지닌 이른바 '시그니처' 음료로 업소의 이미지와 문화를 판다. 전국의 핫(Hot)플레이스나 힙(Hip)플레이스를 보면 카페가 주를 차지한다. 얼마나 멋진 디자인 감각과 매력적인 음료를 갖고 있느냐는 카페의 성공 여부뿐만 아니라 지역 이미지와 와 방문객의 규모를 결정한다. 특히 최근 레트로한 감성이 이어지며 전국은 낡은 폐가나 공장, 목욕탕 등 다양한 산업시설을 이용한 카페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도시재생 및 장소개발의 전략으로서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 도시나 지역 발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카페다. 카페가 있느냐는 도시재생을 넘어 지역의 발전을 결정짓는 요소다. 매력적인 카페가 있으면 방문객이 늘고, 또 유사한 카페의 입주로 지역이 힙하게 변하지만 그렇지 않은경우 도시는 재생은 물론 장소개발도 되지 않는다. 이에 이곳저곳에서 카페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처럼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만들었던 드립커피의 원조는 강원도 춘천에 문을 연 카페 다. 그러나 1968년 문을 연 업소로 춘천은 그 자산을 잇지 못한 채 커피 도시로 명성을 얻지 못했다. 커피를 도시의 전략으로 차용한 것은 강릉이다. 1998년 안목해변에 최초의 원두 커피점이 생겼던 강릉은 2003년 우리나라 바리스타 1세대였던 박이추 선생이 자리를 잡고, 테라로사가 입주하면서 일약 커피의 도시로 부상했다.

이에 강릉시는 2009년부터 커피 축제를 개최하고 본격적으로 커피를 활용한 도시마케팅을 추진한다.

최근 커피를 브랜드로 내건 도시는 부산이다. 대부분 수입산인 원두가 최초로 도착해 그 어느 도시보다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자랑하는 부산시는 최근 늘어나는 카페에 지난해 4월 부산시 의회, 부산일보, 부산커뮤니티 등 지역사회와 함께 '커피도시 부산포럼'을 출범시키고 커피산업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실제 올 3월 4일 커피산업 기반조성 및 기업육성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여 총16개 사를 대상으로 총4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고 한다.

커피는 이제 지역재생의 원천으로서 도시발전의 전략으로 채택되고 있다. 매력적인 카페를 갖고 있느냐는 도시발전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도시가 직접 나서 카페를 만들 순 없지만, 그런 카페가 입주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야 한다. 낡고 허름한 시설을 재활용하고, 레트로한 감성을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과 재원을 제공하여 새로운 카페의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카페는 이제 우리의 문화다. 우리의 쉼터이고 감성의 소비터이자 지역의 브랜드고 로컬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혁신의 거점이다. 이런 카페의 문화, 카페의 지역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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