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내놓은 폭염 대책, 권고에 그쳐
노동자·취약계층, “강제성없어 위험 노출”
"폭염 피해도 중대재해처럼 처벌해야 개선"

연일 최고 온도 3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자체의 폭염 대책이 탁상행정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야외노동자나 폭염 취약계층의 경우 더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어 지자체 권고 사항에 대한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 5월 26일부터 폭염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시는 독거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에게 재난도우미를 활용한 안부전화하기와 현장방문 및 건강한 여름나기 안내, 지원물품 제공 등 폭염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야외 노동자들에게는 '2시간 작업, 20분 휴식' 권고와 냉방시설과 냉수·쿨링용품 구비, 이동노동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안전쉼터 쿠폰 지급사업' 등을 진행 하고 있다. 전남도도 지난달 5일 폭염 종합대책을 수립해 드론 순찰 활동 강화와 무더위쉼터 확대 운영을 시행하며 '2시간 작업, 2시간 휴식' 등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자체의 폭염 대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실제 취약계층의 경우 집주인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에어컨을 켜는 것 조차 힘들고,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기가 어렵다. 집 밖을 나가자니 무더위 쉼터가 있지만 대부분 사람의 왕래가 잦은 은행이나 대형병원에서도 눈치가 보이고, 회원 가입이 어려운 경로당 이용은 그림의 떡이다.
농가의 경우 여름철이 수확철이거나 수확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계절인 만큼 '2시간 노동, 20분 휴식' 등의 폭염 대책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주로 혼자가 아닌 국내·외 노동자를 고용한다면 더욱 쉴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노동자 일당과 식사를 포함 1인당 하루 15~20만원 가량의 인건비가 투입되는 만큼, 무더위 속에서도 일을 멈출 수 없다는 게 농가의 설명이다.
건설 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7년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마련한 '폭염 5대 안전 수칙(시원한 물 제공·냉방장치 설치·휴식(2시간 마다 20분 이상)·보냉장구 지급·119 신고)'도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이다보니 대부분의 야외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각 자치구에서도 건설현장에 공문을 보내거나 현장 방문을 통해 수칙을 지킬 것을 매번 당부하고 있지만 위반하더라도 과태료 부과 등을 처분할 권한이 없는 실정이다.

이동노동자들 역시 이들을 위한 쉼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지만 배달 건당으로 임금을 받는 구조이니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에 폭염 대책을 지키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이에 현장에서는 강제성을 띤 폭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력하게 처벌받은 사업주가 있었느냐"며 "폭염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재난이라는 점을 정부가 생각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관계자도 "날씨가 무덥다고 하더라도 농업의 특성상 여름이 대목이라 일을 아예 안할수도, 중간에 쉬면서 할 수도 없다. 읍·면장 등이 한낮에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이 일 욕심을 내면 그것 또한 강제할 수 없다"며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촌에서 온열질환자가발생하지 않도록 물이나 필요 물품 등을 지급해주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그런 선례가 없었기에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관계자는 "조선업, 제철소, 대형 회사 구내식당, 농업 등 업종별로도 다르고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정규직 등 직군에 의해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관된 정책이 아닌 세분화된 강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지자체는 임의조사나 샘플링 조사 등 각 현장마다 조사를 진행해 폭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6일 기준 광주에서는 4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전남에서는 173명이 온열질환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는 다행히 없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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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때도 쉬면 생계, 일하면 건강 걱정"···피할 수 없는 삶
광주 남구 백운동의 지하철 2호선 공사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덥다고 쉬면 일당을 받을 수 없는데, 그림의 떡이죠. 휴식에 관한 안전 수칙이 있긴 하지만 생존은 결국 각자 알아서 해야 합니다."폭염이 일상화된 뉴노멀의 시대, 타는 듯한 무더위 속에 육체노동을 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생명이 위태롭다.노동당국은 폭염 속 야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 수칙을 만들었지만 현장에서는 큰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 보다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24일 오후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 속에도 노동자들은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강한 자외선을 막기 위해 얇은 두건과 팔토시 등으로 무장했지만,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 그늘 한 점 없는 건설현장은 1분만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무더웠다.노동자들의 작업복 색은 마치 비라도 맞은 듯 땀으로 젖어 전부 진한 상태였다.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이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 박모(63)씨는 "내리쬐는 햇볕부터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까지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여름에는 사실상 시원해지기만을 기다리며 반 포기 상태로 일한다"며 "노동자 안전 수칙에 작업 중 시원한 물을 충분히 마시라는 말이 있는데 너무 당연한 말이다. 조금 더 현실적인 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비슷한 시간 남구 백운동의 지하철 2호선 공사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흙이나 아스팔트로 된 도로가 아닌 철제 복공판이 위에서 작업하다 보니 발밑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작업 중간중간 더위를 달래기 위해 안전모를 벗고 시원한 물을 머리에 들이붓는 노동자들도 눈에 띄었다.노동자 김모(54)씨는 "자주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장 여건은 쉽지 않다. 지하철 공사가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 상황인 만큼 덥다고 쉬어가면서 작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현재 정부의 노동자 안전 수칙은 자기 목숨은 스스로 지키라는 뜻과 같다. 개인용 보냉장구를 적극적으로 지급하는 등 건설현장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처럼 건설 노동자들에게 고용부가 만든 안전 수칙은 헛구호에 그치고 있었다.앞서 고용부는 지난 2017년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폭염 5대 안전 수칙'을 만들었다. 수칙의 내용은 '시원한 물 제공', '냉방장치 설치', '휴식(2시간 마다 20분 이상', '보냉장구 지급', '119 신고 등이다.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이다 보니 건설현장에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각 자치구에서도 건설현장에 공문을 보내 수칙을 지킬 것을 매번 당부하고 있지만 실제 지키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 부과 등 처벌할 권한은 없다.광주 남구 주월동의 지하철 2호선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작업 중 더위를 달래기 위해 시원한 물을 마시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결국 노동부는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지난 17일부터 폭염 5대 안전 수칙을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주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게 했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말만 의무적이지 휴식을 주는 방식도 사업주가 선택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력하게 처벌받은 사업주가 있었느냐"며 "폭염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재난이라는 점을 정부가 생각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광주고용청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폭염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는지 집중적으로 감독할 것이다"며 "건설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고민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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