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 약속' 국민의힘, 대선 후 감감 무소식
전남도 최대 현안사업중의 하나인 흑산공항 건설을 결정 짓는 국립공원심의위원회(이하 공원심의위)의 연내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흑산공항 건설사업' 승인이 또다시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희망고문'만 2년째다.
특히 20대 대선 선거 기간과 당선 후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정부와 여당의 지원을 기대했지만, 아무런 진전 없이 허송세월만 보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전남도와 신안군 등에 따르면, 흑산도 소형 공항은 흑산도 예리항 북동쪽으로 1.6㎞ 떨어진 대봉산(해발 125m) 68만3천㎡에 들어설 예정이다. 활주로는 길이 1천200m, 폭 30m 규모다. 흑산도 소형 공항이 들어서면 김포공항에서 흑산도까지 육로와 뱃길을 통해 8시간 이상 걸리던 이동 시간은 1시간으로 줄어든다.
흑산도 소형 공항이 14년째 환경부 공원심의위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데는 공항 부지가 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것과 철새 보호 문제 등이 이유였다. 그러다 최근 흑산도 공항 건설을 위해 환경부·해양수산부는 공항 부지 68만3천㎡를 해상국립공원에서 해제하고, 그 대신 기존 부지보다 8배 넓은 흑산도에서 동쪽으로 45㎞ 떨어진 신안 비금도 명사십리해변 일대 550만㎡를 해상국립공원으로 편입하기로 신안군과 합의했다.
대체 부지 마련 등으로 진전이 이뤄지면서 2020년 '제3차 국립공원 계획 변경'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지난해 8월 국립공원 변경 등에 대한 관련 지자체들의 서류 제출이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공원심의위가 개최만 되면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이 제기됐다.
흑산공항이 건설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국립공원 타당성 조사→지자체 의견 제출→환경부 검토결과 통보→중앙부처간 협의→국립공원심의위원회 개최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지난해 7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총괄협의회에서 흑산면 예리 일원 국립공원 해제와 대체부지로 비금 명사십리 해변의 편입 안건이 통과돼 부처간 협의와 공원심의위 개최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곧 열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22개 국립공원에 대한 심의가 순차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면서 상당수의 국립공원은 아직 회의 조차 열리지 않은 상태다.
이에 전남도와 신안군은 흑산공항 건설 안건만 공원심의위에서 우선 개최해 줄 것을 줄기차게 건의하고 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어 건설사업 추진이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선기간인 올해 2월 신안 흑산도를 찾아 "흑산도의 미래인 흑산공항 사업을 꼭 완수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공언했다. 이 전 대표는 대선 후인 지난 6월에도 신안군을 찾아 흑산공항 관련 정책간담회를 열며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공원심의위는 22개 국립공원 안건을 일괄처리할 예정이다.
공원심의위 개최에 앞서 진행돼야 할 중앙산지관리위원회 개최가 계속 연기되면서 산림청의 의견 제출 등 이후 행정절차도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고, 최종 공원심의위 개최도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흑산공항 건설을 결정짓는 공원심의위는 올해 상반기 개최 예정이었다가 8월로 미뤄진데다 11월로 옮겨간 후 다시 12월 초 개최 계획을 잡았지만, 또 다시 일정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연내 개최가 미지수다.
공원심의위 연기는 곧바로 공항 설계작업과 환경영향평가 절차 연기로 이어지면서 내년 착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안군 흑산공항지원단은 "국립공원 대체부지 마련으로 흑산공항 개발 제약 조건이 사라진 데다 위원들이 흑산 공항 건설에 대부분 찬성하고 있어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달 공원심의위 개최를 요청했지만, 일정이 잡히지 않아 연내 개최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신안=박기욱기자 pkw480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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