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훼손에 발목잡혀 허송 세월, 15년만에 공사 허가

입력 2023.01.31. 17:26 선정태 기자
[흑산공항 건설 결정되기 까지]

[흑산공항 건설 결정되기 까지]?

흑산공항 건설이 결정되기까지는 기대와 좌절의 긴 시간이었다.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 사업은 지난 2002년 '경비행장 개발방안 조사'를 바탕으로 시작돼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흑산도 소형 공항 건설'이 검토되면서 흑산공항 건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대통령령을 개정해 1천833억원을 들여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흑산도 54만7천646㎡ 면적에 길이 1.16km, 폭 30m의 활주로를 포함한 공항을 만드는 사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2011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분석(B/C)값 4.38의 높은 경제성을 받았다.

이는 100원을 투자할 경우 438원의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부풀린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뒤, 이후 2차례의 보완서는 2.6, 1.9~2.8로 낮아져 반대가 거세졌다.

가장 큰 마찰은 환경성.

흑산공항이 건설되면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조류 72%가 거쳐가는 흑산도의 자생식물 군락이 파괴될 수 있는데다 축구장 75개 면적인 16만6천600㎡의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흑산공항 전략환경평가 당시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들은 모두 '반대' 입장을 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사업계획의 입지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고, 국립생태원은 "활주로를 조성할 경우 조류충돌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흑산도를 대표할 지형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아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했고 국립습지센터도 부정적 의견을 냈다. 흑산도에 있는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도 '부적절 대상지'라는 자문의견을 제시했다.

비행기의 조류 충돌 가능성과 공항 건설 시 도입될 ATR42 기종의 안전성을 놓고도 의견 차가 크다. 흑산도는 대표적인 철새 중간 기착지여서 조류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고, 자동 비행이 아닌 시계 비행을 하는 ATR42 기종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립공원위원회도 흑산도 식생과 철새서식지 보존 문제로 환경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보완을 요구하며 번번이 좌절되거나 연기됐다.

이 때문에 2016년 이후 매년 국립공원위원회 개최가 불발되거나 안건이 보류됐다.

같은 해 10월 서울지방항공청이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제출했지만, 국립공원위원회가 흑산도 공항 건설 여부에 관한 심의에서 철새 등 조류 보호 대책 등을 요구하며 안건을 보류했다.

이듬해 보완서류를 제출했지만, 이번에도 환경부가 다시 보완을 요청했다. 2017년에는 서울지방항공청이 서류 보완을 이유로 심의 연기를 요청했지만, 환경부가 강행하면서 파행됐다. 이어 2018년 10월에 다시 열렸지만 심의 중단, 2019년 6월 주요 쟁점 보완서 작성을 요구했다. 코로나19로 국립공원위원회가 열리지 못하다 지난해 10월 제3차 국립공원 타당성조사 총괄협의회 안건 제출 등 심의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러는 사이 전남도와 신안군은 흑산공항 건설에 따른 철새 충돌 예방을 위해 철새 대체서식지 6개소를 확보했다.

지난해 7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총괄협의회에서 흑산면 예리 일원에 대한 국립공원 해제와 대체부지로 비금 명사십리 해변의 편입 안건이 통과됨으로써 마침내 국립공원 해제를 결정한 것이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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