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칼럼] 업그레이드된 생활SOC복합화사업을 기대한다 - 생활도시 지향-

@박종철 목포대 도시및지역개발학과 명예교수 입력 2024.10.04. 10:17
박종철
목포대 도시·지역개발학과 명예교수

최근 '생활SOC·생활도시·공간복지' 등이 유행하고 있다. 모두 생활을 강조하고 있다. 기왕의 생활SOC복합화사업을 되돌아보아 성과와 문제를 살펴보며, 외국의 생활도시 계획의 공통점을 정리하여 생활SOC사업의 업그레이드 방향을 찾고자 한다.

해답은 생활SOC사업이 시설복합화에 그치지 않고 '생활권'이라는 큰 틀에서 생활SOC를 생활거점에 배치하며, 보행·대중교통 등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생활도시를 목표로하는 사업이어야 한다.

생활SOC복합화사업은, 2019년4월 국무조정실에서 총괄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원하며, 6개 부처 합동으로 생활SOC 3개년 계획을 수립, 추진하였다.

2020~2022년까지 3년 동안 총예산 규모 30조원의 사업이었다.

추진배경은 부처별 칸막이식 단일기능시설의 공급체계 문제, 부지확보 문제, 열악한 재정 등의 한계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13종의 공공시설에 대해 2개 이상의 생활SOC 관련 국고보조사업을 하나의 부지에 복합화시킨다면 비용 절감과 이용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이다.

추진실적을 보면 2020~2022 3년간 총 530건을 선정하였다. 첫해 289건, 다음해 149건, 마지막해 92건이다.

특징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3개 생활SOC시설을 망라하며, 사업추진 방식을 자율 편성 외에 공모로 선정한 시설을 확대시키며, 인센티브10%를 부여 13개 시설의 복합화를 꾀하고 공공시설의 적지·폐교 등을 활용케하여 부지 확보를 용이하게 하였다.

이 외에도 인센티브를 연장하는 등으로 2022년까지 조기 착공을 유도하며 홈페이지에 우수사례 제시, 가이드라인 제시, 입지분석 도구 등의 지원, 민간 등의 참여 확대, 우수지자체 인센티브 제공 등도 돋보인다.

하지만 미흡한 점도 몇 가지 있었다.

3년간의 단기간 계획이어서 확보된 부지에서만 사업을 추진 할 수밖에 없는 점, 생활SOC라 하면서 공공시설 중 13개 시설(국민체육센터·공공도서관·국공립어린이집·주민건강센터·다함께 돌봄센터·가족센터 등)에 한정한 점, 신설 위주의 계획이어서 기왕의 시설과의 통·폐합이나 전체 공공시설과의 관계를 갖지 못한 점, 운영을 강조하였지만 해당 시설만의 운영에 그친 점 등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공시설을 계획하면서 생활권에 대한 고려가 적고, 시설 배치 및 위치에 대한 계획적인 배려가 적었다는 점이다.

사업 종료 후부터 현재까지는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교육부·서울시 등 단위기관별로 제각각 폐청사나 공원, 혹은 폐교 등을 활용하여 '시설복합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설복합화라는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이전의 생활SOC사업과 유사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 적정위치가 아닌, 즉 생활거점이 아닌 곳에서의 폐청사 활용이나 시설복합화사업은 큰 의미가 없다. 더욱이 보행교통이나 대중교통과 연계되지 않은 곳이라면 오히려 이용에 불편을 가중시킬 뿐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생활도시 계획에서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살펴보았다.

대표적인 생활도시로는 '15분 도시', '20분 도시', '20분 빌리지' 등이 있다.

'15분 도시'는 2020년에 프랑스 파리의 이달고(Anne Hidalgo)시장 선거공약으로 태동된 계획개념으로서, 각 거주지구별로 일상생활을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가능케 하는 도시이다. 즉, 거주자는 의료·쇼핑·문화·스포츠·교육·직장·돌봄기능을 15분 안에 도보나 자전거로 접근토록 한다.

'20분 도시'는 호주의 플랜 멜버른(2017~2050)에 적용된 계획개념이다.

각 거주지구 생활거점에 쇼핑·학교·공원·의료·직장·커뮤니티시설·오락·스포츠시설을 배치하고, 자택에서 도보나 자전거, 공공교통기관으로 20분 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20분 빌리지'는 미국 오레곤주 포트랜드시에서 적용된 계획개념이다. 포틀랜드도시계획(2009~2030)에서 다룬 보행, 자전거, 공공교통기관을 이용하여 20분 이내에 모든 생활기능에 접근 가능토록 하는 계획이다.

목표 연도에 주민의 90%가 20분 내 식료품점·공원·커뮤니티센터·초등학교·직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생활거점 배치를 목표로 한다.

이렇듯 생활도시의 키워드는 생활기능시설의 거점 배치, 15~20분 이내 보행·대중교통으로의 접근성, 거주지와의 밀접한 관계임을 알 수 있다.

기왕의 생활SOC사업이 생활도시의 첫 단계라는 의미와 상징성을 가지나 장래 업그레이드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부처 간 협업에 의해 사업을 추진한다 할지라도, 또한 폐교 등을 활용한 시설복합화를 꾀한다 할지라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를 보완하는 도시계획에서의 용도지역 재편, 남아도는 공공시설의 총량 감축과 공공시설의 거점에의 재배치, 대중교통 및 보행교통과의 연계 강화, 거점 및 주변에의 거주지 밀도 상향, 걷기좋은 보행권 도시 등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생활도시를 지향하는 생활SOC복합화사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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