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인구와 환경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나라 소멸을 걱정할 만큼 감소하고 있고, 탄소는 지구생존을 위협할 만큼 과다 배출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외국의 전문가들로부터 '인구 감소'에 대한 경고를 받아왔다.
근래 EBS 초청으로 방한한 캘리포니아 법대 조웬 월리암스 명예교수는 "한국 출생률 저하는 정말 충격적이다. 큰 전염병이나 전쟁 없이 이렇게 낮은 출생률은 처음 본다"고 했다. 미래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지금껏 인구감소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치단체(이하 도시)들은 여전히 내일도 오늘과 같으리라는 현존주의적 자세로, 자본과 물적 투자가 바탕이 된 재개발 중심의 도시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던 시대에는 인구 자체가 도시의 부를 만들고 활력을 만드는 핵심적 요소였다. 대규모 택지를 개발하고, 산업단지를 만들고, 쇼핑몰 중심의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도 지지하는 인구가 있어서 가능했다.
그러나 인구감소가 지속되고, 탈공업화의 저성장 시대에는 한곳만을 도려내서 고급적 상품환경을 만드는 외과적 수술 같은 재개발은 한정된 활력을 놓고 '빼앗기'를 하는 것과 같다. 한 곳에 활력이 집중되면 다른 한 곳에서는 활력이 낮아지는 풍선효과를 만들게 된다.
현대 도시는 잘 짜여진 직물처럼 다중적 구조 속에서 다원적 활동이 일어나면서 상호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같이 분리되고 개별적인 재개발을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구감소로 인해서 비워져 가는 도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도시정책 실현이 시급하다.
주택의 경우, 아파트 중심의 주택재개발사업은 여전히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고, 빈 부지에는 주거용 건축물의 입지가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는 아파트가 기성 시가지 재개발을 촉진시키는 첨병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러함에는 과잉 공급의 우려가 있지만, 인구감소로 인해 비워질 것에 대한 그것이 더 크다. 아파트가 비워지는 것은 단독주택이 비워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개별성의 재개발보다 더 시급한 문제다.
또 하나는 격차와 불공평을 만드는 문제다. 재정착율이 20% 정도인 주택재개발사업은 거주가 경제 수준별로 공간화 시키면서 고층·고가(高價) 아파트는 성공의 상징이 되고 있다.
도시클리닉 저자 테오드로 폴 김은 "고가로 건설된 아파트는 내부에 설치된 인테리어 설비를 제외하면 실제 공사비는 일반 아파트와 같다. 특별한 건축적 개념도 특징도 없는 기숙사와 같은 단순한 기능의 아파트에서 사는 것을 마치 성공의 상징처럼 생각하고, 행복의 최종 목표로 착각하고 있다. 인간 삶의 가치가 중시되어야 할 거주 장소가 프리미엄을 붙여서 되파는 물건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지나치게 돈의 가치를 앞세우며, 물질적 행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편 도시는 토지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고용을 증대하는 것만큼 공동체를 형성하는 목적이 있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인간관계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며 사는 장소로써 이를 통하여 도시가 성장하고 번영하는 기반인 사회적 신뢰가 형성되는데, 이러함에 무관심하고 있다. 인구감소가 우리보다 훨씬 덜한 선진 도시들이 압축형으로 도시를 축소시키고, 크고 작은 다양한 공공공간을 만들고, 대중교통 수단과 자전거, 보행 등 도시 질적 향상에 주력 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지향성이다.
만약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확산된 도시를 그대로 둔다면, 도심을 포함한 기성 시가지 쇠퇴는 고착화 되며, 빈집과 무거주지역이 나타날 것이다.
또 기반시설의 이용 강도는 크게 낮아지고, 도시 기반시설의 유지관리가 어려워지면서 거리 환경 질이 떨어지면서 안전 문제를 만든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도시 지배가 계속되면서
노인 인구의 활력 있는 생활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탄소 배출량은 증가하고, 도시와의 대면성 약화도 지속된다. 인구감소는 소자녀 고령화 사회로 이어지면서, 혈연가족의 붕괴와 함께 절연생활이 고착화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전체인구의 1/5이 노인 인구이고 그의 절반이 빈곤 노인이다. 외국에서조차 한국은 고령화로 인해 심각한 문제들이 일어날 것인데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경고도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은 고령화에 대응하여 주택정책과 교통정책의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무관심이다.
이러한 상황이 심해지면 거리에 사람들을 볼 수 없는 코스트 타운이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도시를 후손에게 물려 주어도 좋을까? 인구의 1/3 정도가 감소한 일본의 다마 뉴타운은 빈집과 혼자 사는 노인이 증가하면서 거리 활력이 크게 상실되고 있다.
어떤 아파트 동에서는 엘리베이터 라인의 2/3 정도가 빈집이 되면서 관리비 감당의 어려움으로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이 1/5 정도로 폭락하면서 버블경제 시대에 융자를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 중에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이제 도시는 질 그 자체가 자원임과 동시에 경제적 번영에 공헌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후손을 위해서라도 현존주의적 관점이 아닌 기억과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그래야 포용도시도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도시들이 산업사회의 방식이나 사고에 얽매여 있거나 도시에 대한 자기중심적인 확증편향적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그래야 좋은 도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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