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칼럼] 도시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

@김항집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입력 2024.12.12. 17:51
김항집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우리나라가 1960년대부터 시작한 40여년의 압축성장을 통해 이룩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이후, 최근에는 국가의 미래 비전와 목표 그리고 전략이 무엇인지가 안개 속에 있는 느낌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 구성원들 모두 장기적인 노력과 인내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이벤트성 사업에 집중하여, 사회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나 도시구조 개편 그리고 경쟁력 강화는 등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러 도시들이 발전전략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치·경제시스템의 변화와 인공지능(AI) 및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과도한 수도권 초집중 개발, 지방도시의 제조업과 기반산업 몰락, 국가적인 인구 감소 및 고령화와 출생률 저하 그리고 지방도시 쇠퇴 등 대내외적인 거센 파고가 우리나라 도시의 성장 정체와 축소도시의 시대라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방도시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급격한 인구 감소, 산업 쇠퇴, 청년인구 유출, 고령화 등으로 인하여 도시기능의 퇴행적 변화와 지속가능성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지속적인 저출생과 급격한 고령화는 도시인구를 감소시키고, 이는 도시활동을 위축시켜서 중요 도시시설에 대한 유효수요를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도시기능이 저하·상실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다시 도시인구를 압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더욱 인구감소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겪게 되면서 농촌 및 지방중소도시의 도시체계를 해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인구 급감시대와 역성장시대를 맞이하여 지역·도시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도시혁신과 도시기능의 융복합과 통합화를 통하여 지속가능한 도시계획과 도시개발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도시기능 침체와 도시쇠퇴의 시기에 선진 도시들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도시 재구조화 전략'을 통하여 도시기능을 21세기형으로 재창조하고 도시부흥을 이뤄왔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보스톤의 '빅딕(Big Dig) 프로젝트'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도시인 보스턴은 1960년대부터 연간 5억달러 사회적 비용에 해당하는 심각한 교통정체에 시달려왔고, 특히 도심부의 고가도로 교통혼잡(약 20만대/일)와 고가도로 지하부로 인한 도심쇠퇴와 도시단절 및 슬럼화의 문제가 대두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보스턴 외곽과 도심을 연결하는 약 26km의 8차선 지하도로를 건설하였다.

고가도로가 철거된 지상부에는 선형 공원과 녹지를 조성하였고, 주변지역에 상점가와 업무단지 등이 입지하면서 보스턴 도심부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빅딕프로젝트가 완공된 후 출퇴근 혼잡시간대의 통행시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연간 200만달러의 시간과 연료비 절감 효과를 얻게 됐다. 도로를 지하화해 얻어진 약 109만㎡의 대규모 공원과 상점이 들어서면서 일산화탄소가 12% 줄어들어 도시의 대기질도 개선되었다. 이러한 도시 대개조를 통하여 서부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IT산업, 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자 슬럼가였던 킹스크로스역의 '지역 재창조 프로젝트'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1820년 리젠트운하가 완공되고 1800년대 중반에 철도가 건설되면서 런던 북부의 킹스크로스역세권은 산업 및 운송·물류의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폐건물, 철도벽, 창고, 야적장 등과 오염된 토지로 인한 심각한 환경문제가 발생하였고 여기에 이 지역의 실업률 증가, 마약과 범죄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황폐화와 부패의 상징'으로 불리며 런던의 대표적 슬럼가로 전락하였다. 다행히 1996년에 유럽과 영국을 잇는 유로스타 출발역이 연접한 세인트판크라스역으로 결정되면서 킹스크로스역세권 도시재생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2001년에 "인간적인 도시를 위한 원칙"이라는 도시재생 10대 개발목표를 확립하고 민관 파트너쉽을 형성하여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2008년부터 본격적인 도시재생사업에 착수하였고 2011년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예술대학인 런던 예술대학교(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의 단과대학을 유치하였으며 이후에 구글, 메타와 같은 글로벌기업의 유럽 오피스를 유치하였다. 총면적 약 27만㎡ 대규모 도심형 산업지구, 10개의 공원과 광장, 50동의 건축물 신축·복원, 1천750호의 주택, 100여곳의 상가 및 레스토랑이 조성되면서 복합문화단지플랫폼으로 발전하였다. 19세기 산업혁명시대의 역사적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신규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는 리모델링형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게 됐다.

결국 21세기에도 도시가 활력있고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도시혁신'과 '도시 재창조 전략'이 필요하다. 선진국 도시들의 도시재구조화 및 지역 재창조 프로젝트를 종합해 보면 주거·상업·업무·문화·공공시설 등 도시기능의 융복합화를 통한 압축적·효율적 도시공간 개발, 승용차 의존적인 교통체계를 혁신하는 대중교통중심개발(TOD)과 보행친화적 도시환경 조성, 첨단IT기술 적용을 통한 스마트도시 조성과 탄소중립·에너지 전환을 통한 저탄소 도시 구현 그리고 휴먼인터페이스의 감성적 공간디자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이 21세기 이후에 정체 및 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도시들의 도시재생과 도시개발이 나아가야 할 21세기형 도시발전 혁신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항집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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