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석이 만난 사람

[조영석이 만난 사람⑫] 오무술 광주시 감염병대응팀 수석 역학조사관

입력 2021.08.12. 19:14
“코로나19 최전방 방어선, 내가 지킨다”
"생계 위협에도 협조하는 시민들 생각하며 더 열심"
코로나19 최 일선에서 근무하는 오무술 광주시 감염병관리과 수석역학조사관이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델타변이 바이러스 급속확산세 등의 전국적 4차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선 개개인의 선제적 진단검사 및 방역준수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오세옥기자 dkoso@mdilbo.com

2020년 새해 출범과 함께 시작된 인류와 코로나19와의 지난한 싸움이 오늘도 밤낮없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의 끝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 겨우 한 숨을 돌리는가 싶으면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며 더 큰 위협으로 일상을 파고든다.

숨조차 마음껏 쉴 수 없는 세상에서 지난달 말 현재 422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희생자는 2천100 명을 넘어선다.

수치는 시간과 함께 날마다 갱신할 테고, 우울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내일을 위해 내일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하루하루 위태롭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나마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서 여태 선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광주.전남 지역은 '그나마 다행'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광주시는 특.광역시 가운데 울산시 다음, 전남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확진자가 적은, 유의미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을 위한 물오리의 물갈퀴질은 수면 아래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코로나19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광주시 감염병관리과 감염병대응팀 오무술 역학조사관(56)을 만나 그의 쉴 새 없는 물갈퀴질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청 2층 감염병관리과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마침 매일 오후 2시에 발표하는 광주시의 '코로나19 광주광역시 발생 현황' 브리핑이 스피커를 타고 청사내에 울려 퍼졌다.

'8월3일 16분이 확진되었고, 오늘 이 시간 현재 12분이 추가 확진되어 총 누적 3천476분이 확진되었으며 이중 220분이 격리치료 중에 계십니다. 어제 5천740건의 검사를 진행하여 총 누적 검사 건수는 149만2천773건으로 ......'

목소리는 통계수치에서 차분히 흐르다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하는 마무리 부분에서 절박함에 닿았다.

코로나19 최 일선에서 근무하는 오무술 광주시 감염병관리과 수석역학조사관이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델타변이 바이러스 급속확산세 등의 전국적 4차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선 개개인의 선제적 진단검사 및 방역준수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오세옥기자 dkoso@mdilbo.com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담당 공무원으로서 고생이 많겠다.

"일선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료진과 공무원, 또 지원인력 등 모두 다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누가 더 힘들고 덜 힘들다고 비교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무더운 날씨에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까지 입고 근무하는 분들이 제일 힘들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코로나19로 목숨과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들의 고생을 말한다는 것이 민망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으로 힘들고 피로감이 쌓이는데도 적극 협조해주시는 시민들을 생각하며 사명감으로 이겨내고 있다."


-역학조사관이 하는 일은.

"일선 보건소 직원 1명과 감염병관리지원단 직원 1명 등과 함께 3인1조가 되어 감염병 발생 현장과 시설의 환경적 현황을 조사하고 확산방지를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코로나19 발생 현장은 건물의 몇 층이고, 어떤 특성을 갖고 있으며, 창문은 어떤 방식으로 개폐하며 환기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에어컨의 바람은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가 등 제반 현황을 사건현장 수사하듯 세밀하게 살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시설을 코호트 격리 할 것인지, 어떤 사람을 자가격리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동시간대와 공간에 함께 있던 인물들의 명단을 제출받아 위험도 노출상황과 함께 동선을 파악하고 밀접접촉자 여부를 가려 자가격리나 능동감시 등을 결정한다."


-얼마나 자주 나가는가.

"일정하지 않다. 확산세가 심할 때는 하루에 2번도 나가고, 1주일에 1번 정도 나가는 경우도 있다. PC방이나 음식점 등 규모가 작은 시설은 일선 보건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보건소에서 감당하기에는 규모가 큰 집단시설이나 각급 학교, 의료기관, 공단사업장 등이 대상이다. 특히 요양병원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이 많은데다 병실을 많은 사람이 함께 쓰는 특성상 주 1회 선제적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을 하다보면 밤늦게 퇴근하는 등 퇴근시간이 일정치 않겠다.

"늦어서 그렇지 일정한 편이다(웃음). 매일 0시가 일과 종료시간이다. 확진자 발생 현황에 대한 질병관리청 보고가 매일 0시에 마감되기 때문이다.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당일의 마지막 검사결과가 저녁 9시쯤 나오면 해당 보건소에서 확진자의 접촉자 조사와 감염경로를 파악하는데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이후에 보건소의 역학조사서를 기반으로 여러 자료를 취합하다 보면 자정을 훌쩍 넘긴다."


-토·일요일 등 공휴일에도 마찬가지 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공휴일에는 활동을 멈추었으면 좋겠다. 이놈들은 쉬는 시간도, 공휴일도 없다(웃음). 가족과 함께 하는 외식은 물론 마트에 가 본지도 오래다. 업무를 맡은 뒤 1년 반 동안 항상 가족들이 눈감고 있을 때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우리 팀원들 모두가 코로나19로부터 시민들의 생명 보호를 위한 최일선의 방어선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다."


-확진자가 동선을 숨겨 역학조사를 방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들었다. 동선을 숨길 경우 역학조사관이 그걸 알 수 있는가.

"숨겨도 다 드러난다. 확진자의 동선파악은 본인의 진술을 토대로 심층역학조사를 통해 확인하는데 휴대폰 위치추적이나 카드 사용내역, 의약품사용서비스(DUR) 등을 조사하면 모두 드러날 수밖에 없다.

사랑의제일교회 목사인 전광훈 씨가 지난해 8월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광복절 집회에 참석해 놓고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심층역학조사를 통해 집회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져 결국 감염병관리법위반 혐의로 고발된 경우도 있다."


-일을 하다보면 시민들과 간혹 충돌을 빚는 경우도 있을 텐데.

"확진자는 대부분 협조적이고 이해를 하는 편이다. 반면, 자가격리나 밀접접촉자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이유가 뭐냐', '자가격리 시켜놓고 사람을 이렇게 불편하게 하느냐'는 등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 나와 가족, 나아가 공동체의 안전과 생명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보람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확진자나 자가격리 됐던 사람들이 다시 정상적인 일상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을 보게 되면 마음 한 켠이 뿌듯해진다.

지난달에는 아동 사회복지시설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임시방편으로 아이들의 거주 공간을 5·18교육관으로 옮겨 2주일 동안 24시간 입소자 관리체계로 들어간 적이 있다. 이를 통해 다행히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고, 시설은 다시 정상화 됐다. 시설로 돌아가던 날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격리나 다름없는 생활이 무척 힘들었을 텐데 잘 참고 지내준 아이들과 이들을 위해 생필품과 간식 등을 제공해준 여러 단체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시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우리 시의 확진자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전파속도가 빠른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전국적 4차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아슬아슬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다.

가급적 타 지역 방문과 소모임을 자제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불가피하게 수도권 등의 타 지역 다중시설을 방문한 시민들께서는 광주에 도착한 후 증상이 없더라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주시면 좋겠다." 

조영석

영원하지 않는 모든 일상이 기적임을 믿는다. 뙤약볕 아래 붉게 핀 참나리의 오늘 하루도 기적이고, 꽃잎에 맴도는 나비의 날갯짓도 땅에 떨어지기 전까지는 기적이다. 아등바등 삶의 무게가 버거운 날에는 땅에 떨어진 나비의 찢어진 날개를 본다. 내일도 기적의 시간으로 채워질 것을 믿으며 오늘의 기적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조영석 시민기자 kanjoys@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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