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석이 만난 사람

[조영석이 만난 사람⑮] "집보다 편안한 병원" 장호직 무등산생태요양병원 이사장

입력 2021.09.23. 18:44
"사회가 벌게 해줬으니 돌려주는 것도 당연"
‘집보다 편안한 병원’경영 철학을 실천하는 장호직 무등산생태요양병원 이사장이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정 자연환경 속 ‘밥이 보약’이란 건강식으로 고객인 암환자들의 얼굴에 핀 희망의 웃음을 대할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오세옥기자 dkoso@mdilbo.com

아버지 여의고 어머니 행상 나서

겨우 끼니 이을 정도로 가난

장학생으로 중학교 입학했으나

공부보다는 돈 벌어야겠다 생각

단돈 700원 손에 쥐고 서울행

목욕탕 종업원에서부터 막노동까지

못 먹고 못 자면서 끝내 꿈 이뤄

억대 매출 고객과 공유 우선

19년 경영에 흠 잡을 데 없어

"가난한 집서 태어나 여기까지

보다 나은 내일 위해 나눌 것"

암 치료 전문 요양병원인 무등산생태요양병원 장호직 이사장(70)은 중학교 2학년 시절, 단돈 700원을 손에 쥐고 서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공부보다는 돈을 벌어 성공하겠다"는 야무진 결심이 열여섯 살 어린 소년과 함께 철로를 달렸다.

목욕탕 종업원으로 취직했으나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할 때는 고장 난 차 안에서 모기에 물려가며 쪽잠을 잤다. 건설 현장의 막노동을 하며 허기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기도 여러 번 했다.

간난신고 끝에 그는 돈을 벌었다. 삼정건설 대표이사이자 삼호의료재단(벌교 삼호병원, 보성·곡성·여수 노인전문병원)과 무등산의료재단(무등산생태요양병원)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의료재단의 연간 매출액만도 300억 원을 넘어서니 '돈을 벌어 성공하겠다'던 소년의 꿈은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매년 300억 원대의 매출 자체가 성공이라면 성공은 씁쓸하고 쓸쓸하다. 장 이사장은 '체온이 실리지 않은 성공은 그저 무기물에 피어난 곰팡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는 고객인 암환자들의 얼굴에 핀 희망의 웃음과 자신을 키워준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이 '진짜 성공'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 경영자다.

2014년 한국기자협회의 '21세기 대한민국을 빛낸 한국인상(요양병원부문)'수상과 2019년 대통령 표창 등 수많은 표창과 수상은 이러한 믿음의 발자국이다. 광주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담양군 가사문학면(남면)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무등산생태요양병원 이사장실에서 그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무등산생태요양병원은 암 치료 전문 요양병원이다. 일반 요양병원과 어떻게 다른가.

"무등산생태요양병원은 통합의학과 면역력 강화를 통해 잔존암을 치료하는 암 치료 전문 재활병원입니다. 일반적으로 종합병원 등 큰 병원에서 암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퇴원 후 면역력 회복을 위해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되죠. 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아 환자인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이 겪는 고통도 상당합니다. 이런 환자들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무등산생태요양병원이라고 보면 돼요. 이곳에서는 요양과 치료가 별개의 조건이 아니라 요양이 치료이고, 치료가 요양이 됩니다. 기존 6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인요양병원과는 다른 개념이죠. 우리 병원 환우들의 평균 나이는 40~50세 정도입니다."

‘집보다 편안한 병원’경영 철학을 실천하는 장호직 무등산생태요양병원 이사장

-'통합의학과 면역력 강화로 암을 치료 한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인가.

"통합의학적 측면에서는 정확한 검사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주파온열치료나 파동치료, 카본치료, 물리치료, 한방치료, 효소찜질치료 등의 치료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환자의 상태에 따라 면역증강제나 칵테일 주사요법, 비타민·미네랄 치료 등을 적절히 진행하는데 모두 임상경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입니다. 그러나 우리 병원만의 차별성은 '집보다 편안한 병원'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암 환자들은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하겠어요. 그들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모든 것이 편안하고 심리적 안정을 가지게 되면 면역력도 높아지고 치료효과도 좋아요. 기술적 치료 못지않게 정서적 치유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집보다 편안한 병원'이 가능한가.

"병원이 위치한 동복댐 상류의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친환경식재료로 만든 영양 가득한 세끼 식사를 즐기고, 하고 싶은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하면서, 의료진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면 그게 집보다 편안한 병원이 아닐까 합니다.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병실의 사방 벽과 침대까지 모두 편백나무로 시공했고, 병원 안에 있는 골프연습장과 당구장, 탁구장, 요가, 스파, 찜질방 등도 환우들이 즐겨 사용하는 시설입니다. 병원에서 동복댐 물줄기 따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는 것도 면역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죠. 또 음식이 약이라는 생각으로 환우들이 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더 나은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우리 병원보다 더 좋은 음식이 나오는 병원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현재 130여명이 입원해 있는데 환우들의 만족도도 전국의 관련 병원 가운데 최고가 아닐까 해요. 대담이 끝나면 환자 누구라도 만나서 확인해도 좋아요."

대담 후 혼자서 예고 없이 환자를 만나 '이 병원 어떻냐' 고 물었다. '환경도 좋지만 음식이 너무 잘 나온다. 예전에 다른 요양원에 있을 때는 자꾸만 집에 가고 싶었는데 지금은 가라 해도 가기 싫을 정도다.' 여성암으로 10년째 투병중이라는 나주에 사는 김 모씨(65)였다.


-'정도경영, 투명경영, 환자중심'이 병원 경영의 철학이다. 경영철학이 액자 속 구호에 그치는 병원도 많은데.

"지금껏 19년간에 걸쳐 병원을 운영하면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이 없어요. 요즘은 경영자가 불법을 저지르면 내부고발이나 고소사건이 바로 생기잖아요. 환자들도 매우 스마트하거든요. 우리 병원에서는 그런 일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어요. 병원 운영의 이익을 나 혼자 챙기려고 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내부 구성원인 직원은 물론 고객인 환자와 함께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것이 병원 경영 철학이라고 보면 됩니다. 골프운동을 가도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내 개인카드를 사용할 만큼 나부터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경영인과 나쁜 경영인은.

"경영인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좋은 경영인은 최대의 이익이 고객과 내부구성원, 나아가 사회라는 공동체의 발전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반면 나쁜 경영인은 이익을 고스란히 혼자 차지하려고 하거나 이익을 아예 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물론 이익창출의 과정이 정당해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요."


-어린 시절 학업을 포기할 만큼 집안 사정이 빈한했다고 들었다.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의 행상으로 2남3녀의 자녀들이 겨우 끼니를 이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순천 매산중학교에 장학생으로 들어갔으나 가난을 벗어나려면 공부보다는 돈을 벌어야 하겠더라고요. 중학교 2학년 때 학업을 그만두고 무작정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어요. 목욕탕 종업원에서부터 공사장 막노동까지 안 해본 일이 없어요. 목욕탕 종업원를 하는데 주인이 "사투리가 심해 손님들이 싫어하니 나가라"라고 했을 때나,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면서 잠 잘 곳이 없어 깨진 유리창의 고장 난 차 안에서 모기에 물려가며 자던 일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광주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인가 하면 매년 수 천 만원의 성금을 기부해 오고 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단돈 700원을 갖고 세상과 대면한 이래 여기까지 왔잖아요. 사회가 이만큼 벌게 해준 것이니 일정부분 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찌보면 은혜를 갚은 일이고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내가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행운이죠."

장 이사장은 조선대학교병원 의료발전기금 2천만 원(2017), 화순전남대병원 의료발전기금 1억 원(2018), 코로나19극복 광산경제백신펀딩 500만 원(2020), 광주 아너소사이어티 105호, 지역인재육성 지원 2천만 원(2021)을 비롯해 삼호병원이 소재한 벌교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매년 1천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해오는 등 크고 작은 기부활동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조영석 시민기자kanjoys@hanmail.net


-인터뷰를 마치며...

알고 지내던 언론계 선배로부터 "괜찮은 경영인이 있으니 만나보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시큰둥했다. '괜찮은 경영인'이 어디 한 둘인가 싶었다. '요양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 몫을 했다.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칫집'의 홍보 들러리를 경계했다.

소심한 기우였다. 인터뷰를 통해 '경영인'과 '요양병원'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맑아졌다. 돌아오는 길에 장 이사장을 추천한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밥 살게요."

조영석

오랜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예순을 넘어서자 팔뚝 굵은 적들이 가여워졌다. 대신 젊은 시절 가여웠던, 이를테면 풀잎이나 참새 같은 그런 나약한 생명들이 경외스럽다. 자신의 고향인 진도군 조도가 대한민국을 대양으로 이끄는 예인선이라고 우기고 산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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