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과 서울간 격차 홍대와 같은 문화서 갈려
마·용·성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일상문화 가꿔야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과 적극적 투자 강조
"과연 복합쇼핑몰이 있다고 '꿀잼도시'가 될까요? 광주에는 홍대거리와 같은 문화지구가 필요합니다."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꿀잼도시 광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문화인들이 일상 문화를 펼칠 수 있는 공간과 장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7시 광주 서구 홀리데이인 광주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13기 무등 CEO아카데미' 9강에서 '지역재생의 시대정신: 로컬 콘텐츠 생태계 구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모 교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에서 로컬과 지역발전의 기회를 찾는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스타트업, 예술가, 소상공인이 커뮤니티를 통해 문화와 산업을 만들어내는 도시를 꿈꾸고 있다.
광주에서는 과거 동명동보다 양림동이 더 각광받는 골목상권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그는 서울의 번화가인 광주의 강남이나 광주의 홍대 등이 있는지 지역 구조를 진단한 후 어떻게 하면 광주를 꿀잼도시를 만들 수 있을지 방법을 제시했다.
모 교수는 "외형적으로 보면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별로 없다. 청년들 패션을 보더라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홍대가 있냐 없느냐에서 벌어진다. 여기서 서울이 문화적인 차이를 너무 앞서갔다"고 전했다.
광주에는 아시아문화전당,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손꼽히는 문화시설이 있지만 일상에 녹아드는 문화가 부족해 서울 홍대나 성수와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모 교수는 "광주가 타 지역보다 훨씬 더 문화적으로 풍부하지만 왜 홍대를 만들지 못할까. 인구 수가 적어서가 아니다. 골목 상권을 키우지 못해서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강남만이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마포구·용산구·성동구, 이른바 '마용성'이라 불리는 강북에 많은 젊은이들이 찾아가고 있다. 이는 마포구의 홍대 거리, 용산구의 이태원, 성동구의 성수동 문화가 도시를 살린 것이다.
이처럼 광주도 강북의 마용성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도시를 만들려면 골목에서부터 피어나는 일상문화를 가꿔야한다고 봤다.
모 교수는 "백화점, 명품점이 많은 강남과 그렇지 못한 강북은 큰 차이를 보인다. 강북은 1인가게, 개성있는 가게들이 모여 동네가 됐다. 어떻게 보면 강남문화에 저항하는 거였다"면서 "백화점과 명품점 쇼핑은 예측가능해서 뻔하지만, 강북의 골목 상권은 시시각각 바뀐다. 그게 재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패션 화장품들이 홍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광주에도 복합쇼핑몰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서울처럼 문화를 주도하려면 광주에도 홍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광주는 예향인데 문화브랜드가 안나오고 있다. 이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문화에 대해서 너무 엘리트주의적으로 보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모 교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양성하고 우리지역 창조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모 교수는 "이미 100개 이상 골목상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은 로컬 브랜딩에 투자할 때 30억원씩 쓰더라. 반면에 부산은 2억원, 광주는 3억원 정도만 투자하고 있다. 서울을 따라 잡으려면 서울보다 두배 더 투자해야 한다"면서 "성수동의 경쟁력은 붉은 벽돌이다. 그래서 성동구청장은 붉은 벽돌로 신축하거나 개조하면 벽돌 값을 지원하고 있다. 다른 신도시의 도시계획을 보면 상인들을 배려하지 않고, 장사 잘되는 건축물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다보니 공실이 심각하다. 광주도 골목상권을 키워 로컬 브랜딩에 성공하려면, 적극적인 투자와 적절한 로컬 콘셉트 선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모 교수는 연세대 재직에 앞서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저서한 책은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골목길 자본론',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등이 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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