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목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최근 우리 대한민국의 문화가 한류(K-Cultuer)라는 이름으로 모든 부문에서 전 세계적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음악에서 드라마로 또 드라마에서 영화로 그리고 영화에서 음식으로 그 영역을 파격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더욱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한류에 몰입하는 지경에 이르는 계층까지 등장하여 사뭇 국가적 민족적 자긍심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얼마 전 유튜브를 탐색하다 우연히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앞으로 한류의 명성을 이어갈 분야에 대한 미국 방송사의 특집 다큐영상이었고, 그 내용은 다름 아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를 딛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도 전통문화의 가치와 지역성를 잃지 않고 다양한 글로벌 트렌드 요소들을 결합하여 현대적인 한국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K-건축(K-Architecture)에 관한 것이었다.
취재진은 왜 한국건축이 종종 단순함과 유려하고 간결한 형태를 구현하는지를 설명하면서 건축기술의 눈부신 발전도 괄목할만 하지만 한국의 전통적 공간가치와 장소에 담겨진 맥락, 그리고 온돌과 같은 설비시스템을 현대건축 기술의 설계 자원으로 활용하여 디자인에 통합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고, 한국인 건축가의 인터뷰에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인 한국건축 영상미를 더빙하여 보여주면서 이와 같은 건축방식을 이어가는 한국의 지역건축가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정작 우리들 스스로는 위와 같은 인식보다는 대규모 개발사업 중심의 도시화로 인해 지역의 특색을 잃어버리고 어느 곳이나 비슷해 보이는 획일적 도시경관을 만들어가는 것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더 공유하고 있어 보인다.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담은 건축물이 해당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획일적 도시경관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결방안이 있다면 '지역건축가 양성'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라야 성당'을 설계한 안토니오 가우디나 일본 오사카의 '빛의 교회'를 설계한 안도 다다오 등도 무명이거나 건축 분야 무학력의 지역건축가를 지역에서 믿고 인정하고 지원해 키워낸 사례로 매년 이들의 작품을 보러 오는 수천수만의 관광객으로 인해 적지 않게 도시경제 활성화 및 도시 경쟁력 우위 유지에 도움을 받고 있다.
지역건축가 양성은 첫째, 지역의 환경·문화·역사를 고려한 건축 설계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역 맞춤형 건축을 가능한다는 점에서, 둘째, 지역건축가를 양성하고 지역 건축 시장을 활성화하여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셋째,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 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건축을 실현하고 지역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높일 수 있게 하는 등 지역 사회와의 소통 강화를 가능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요약하여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건축가 양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보다 바람직한 지역건축가 양성을 위해서는 첫째, 지역대학이나 교육기관에서 지역건축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운영하여 지역건축가를 양성하여야 하며, 둘째, 지역건축가 인턴십 및 취업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건축사무소에서의 질 높은 인턴십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하고 지역의 주요 건축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주제의 지역건축 공모전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지역건축가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여 지역 건축문화를 활성화시켜야 하며, 넷째, 지역건축가들 간의 네크워크를 구축하여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선순환 구조의 지역건축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다행히 우리 지역에는 지난 21년동안 매년 가을에 광주광역시청의 행정·재정적 지원과 대한건축학회(광주전남지회), 한국건축가회(광주전남건축가회), 광주건축사회 등 3단체로 구성된 광주건축단체연합회 주관으로 '광주광역시 건축·도시문화제'를 개최해왔고 이를 통해 지역건축가의 양성을 위한 우수건축상, 자랑스런 건축인상, 학술포럼, 공모전, 전시회, 사진전, 건축상, 아동미술전, 우수 공동주택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해 오면서 지역건축가 양성의 중심축을 만들어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참여 확대 및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어 해결책을 모색중이다.
'지역건축가 양성'은 건축 전문 인력을 단순 양성하는 것을 넘어 우리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건축물을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과 자긍심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교육·행정·건축업계 모두 머리를 맞대 지혜를 짜내는 지속적 노력이 더욱 필요하며, 이는 앞으로의 과제로 미뤄둘 대상이 아니라 당장 서둘러야 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했으면 한다.
우리 지역건축가의 손으로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건축물을 직접 만들게 하고, 그 작품을 마주하러 오는 외국인과 타지역인의 방문이 대를 이어 줄을 잇는 미래의 모습을 마음 속에 그려본다.
- [도시칼럼] 개발권 권한 행사에 있어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 최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건설 분야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이미 작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대규모 전세 사기로 인한 자금 흐름 차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24년 5월 건축허가 건수는 약 1만2천건으로 2022년 같은 달의 약 2만1천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가까운 감소를 보였다.실제로 다수의 재건축 및 재개발사업들이 중단된 상황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2024년부터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제로에너지 5등급을 의무화하려던 노력도 건설 경기 침체를 고려하여 2025년으로 유예되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일부 제시되는 대안들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필자는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우리나라의 재정비 사업은 사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자기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개발 연면적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판받아 왔다. 공공의 개입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시장 논리에 의존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또한 연면적을 계속해서 늘릴 수는 없으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 특히 자신의 생활공간을 개선하기 위한 자기 부담 원칙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또한 문제다.겉으로는 자본주의 방식으로 주거공간을 재정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 원칙과는 동떨어진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즉, 우리의 주거와 도시공간을 정비하는 방식은 한정적인 자원이며 특수 상품인 '토지'를 평면적·입체적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주거 공간 상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 재정비 사업의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된다.이러한 상황에서 경기와 건설 산업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방식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 상황이 이러하니 많은 지방 자치단체에서 비재정적 방법을 가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본인들이 집행할 수 있는 개발 허가권을 활용하여 개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공공재정이 투입되지 않아도 되고,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만 제공된다면 몇몇 중요한 프로젝트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이러한 정책 집행에 근거 또는 면죄부를 주는 이론적 논리도 있다. 이미 계획 이론에서는 널리 회자되고 있는 기존의 용도지역제도의 한계에 대한 비판과 함께 등장한 화이트 조닝(White Zoning)이나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 등이 그것이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고사처럼, 조닝이라고 하는 근대 도시계획의 유물의 한계를 비판하며 등장한 새로운 도시계획의 도구를 요구하는 이론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니 그 본래 취지는 다 없어지고, 사업성을 향상하는 명분으로 전락해버렸다.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러한 논리 하에 다양한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상업지역에서 주거용도를 허용하고, 주거 건물의 용적률과 인동간격 규제를 완화하며, 거대한 주거공간이 건설되고 있다. 용적률 1천%에 가까운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이 건설 중이며, 준공업지역에 공공시설과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순수 아파트조차 400%의 용적률을 허용하고자 하고 있다. 과연 여기서 획득하고자 하는 공공성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이미 재정비 사업을 통해 건설된 아파트들은 300%에 근접한 곳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이미 이들의 주거환경은 저층부에는 영구음영 또는 수인한도를 맞추기 어려운 수준으로 열악하다. 저층부의 녹지는 아름답게 꾸몄지만 과연 그 안의 건강한 식물이 자랄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또한 이들의 용적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과거 1H(건물의 높이만큼 이격시키는 규정)로 지켜지던 인동간격 역시 0.8H 또는 0.6H(건물의 높이의 0.8 또는 0.6배만큼 이격시키는 규정)까지 후퇴한 지자체가 다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람길 역시 만들어지지 어려운 실정이다.문제는 이러한 결과물들이 현재 우리 도시의 경관·환경·인프라 부족 등 도시생활의 문제와 불편함을 초래하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말 큰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결국 이들 건조물들도 노후화가 될 것이다. 이들도 다시 재건축을 해야할 시점을 맞을 것이다. 과연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지금 이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 두 동도 아니고 수백, 수천 동이 건설 사업의 부흥이라는 미명과 용도지역의 유연화라는 이론적 논리 속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밀도와 높이로 개발되고 있는 이 상황을 우리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다음 세대는 과연 어떤 도시에서 살아야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이러한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은 단지 환경에만 국한된 말은 아니다.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도시는 지금은 우리의 공간이지만 곧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할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온전히 사용하고 있는 개발의 권리는 다음 세대의 '삶의 권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많은 지자체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개발 권리를 허용하는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 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우리 공동체의 숙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기준 안에서 그 권한이 행사될 수 있어야 함을 재차 강조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이건원 고려대 공과대학 건축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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