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시도·보수 단체 간 다툼도
국힘 표결 불참하자 당사 앞으로
임을위한행진곡 부르며 결의 다져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7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촛불 민심이 들끓었다. 광주·전남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수십만명의 인파들은 저마다 '윤석열 탄핵'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이번 집회는 민심의 최후통첩"이라며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탄핵표결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도 늦은 밤까지 집회 현장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민주주의 무너뜨린 대통령 내려와야"
이날 국회의사당역 인근은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1시께부터 수만명의 시민들이 집결했다. 역사 안에서는 사람들이 계속 쏟아져 나와 발 디딜 틈 없었고, 통제된 도로와 인도 곳곳에는 '탄핵 촉구' 깃발이 휘날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구호를 거듭 외치며 함께 결의를 다졌다.
광주·전남 시민들도 집회에 대거 참여했다. 이른 아침부터 상경한 지역민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내란 행위'라며 격노했다.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한 국민의힘에 대한 분노도 거셌다.
장성에서 온 김용화(75)씨는 "윤석열의 계엄 사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공정신이 없는 사람은 대통령 자리에 있어선 안 된다. 탄핵을 반대하는 정치인들 역시 국민이 아닌 본인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집단일 뿐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광주 시민 박진영(32)씨는 "혹여 2차 계엄이 선포될까 집회 오기 전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지만, 1980년 5월 광주의 정신을 잇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이번 집회는 단순한 탄핵 요구를 넘어, 민주주의 회복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후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야당은 윤 대통령과 함께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앳된 얼굴로 '청소년 시국선언문'을 배포하며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회원 김다영(19)양은 "청소년이기 때문에 더욱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국정농단을 벌인 윤석열 대통령 정권 아래에서는 우리의 '권리'와 '안전'이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탄핵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자 크고 작은 소동도 이어졌다. 집회에 참여한 50대 남성이 본인 머리에 '신나'를 뿌리다 체포됐으며, '탄핵 저지' 집회를 연 보수 단체와 시민 간 말다툼이 벌어지자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앞 표결 불참…당사 앞 집회로
집회는 탄핵소추안 투표가 진행되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오후 6시께 국민의힘 의원들의 탄핵표결 불참으로 사실상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회 앞에 있던 집회 참가자들은 곧장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향했다. 하나 둘 모인 시민들은 어느새 당사 앞 도로를 가득 메웠고, 경찰도 바리게이트를 설치해 경비를 강화했다.
시민들은 당사 앞에서 '국민의힘 해제',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을 반복해 외치며 국민의힘 의원들에 탄핵표결 참여와 찬성표를 던질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직장인 정지연(38)씨는 "국회 앞에서 생중계를 보다가 국힘 의원들이 회의장을 퇴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당사로 왔다. 다른 집회 참가자들도 모두 약속한 듯 일제히 이곳으로 모였다"며 "탄핵표결을 거부한 것은 국민들을 무시한 것과 같다.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시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민주화와 5·18의 상징인 '임을위한행진곡'을 힘차게 제창하기도 했다. 노래가 끝난 뒤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 소리가 터져나왔다.
정모(55)씨는 "임을위한행진곡을 부른 건 대통령을 끌어내릴때까지 계속 투쟁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며 "투표 결과가 어떻든 모두가 오늘 이 자리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 현장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경찰은 2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낡은 지하철역의 변신은 무죄...시민들 호응 24일 오전 광주 지하철 1호선 운천역. 대합실에 실내정원이 조성돼 있다. 24일 오전 광주 지하철 1호선 운천역. 대합실에 실내정원이 조성돼 있다. 24일 오전 광주 지하철 1호선 문화전당역. 대합실에 실내정원이 조성돼 있다. 광주교통공사가 광주 지하철 1호선 농성역에 광주신세계와 협약을 맺고 추진 중인 대합실 중앙기둥 리모델링. 광주교통공사 제공 광주교통공사가 광주를 찾는 방문객들을 위해 트렌디한 문화·예술·관광 홍보 공간으로 개선을 추진하는 광주 지하철 1호선 광주송정역 조감도. 광주교통공사 제공 "오래된 지하철역이 화사하게 바뀌니 정말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개통 20년이 넘은 광주 지하철역의 변화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24일 오전 광주 지하철 1호선 운천역. 승강장으로 내려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눈앞에 커다란 정원이 펼쳐졌다.대리석 기둥이 나무 또는 다양한 식물로 바뀌어 있었으며, 벽 주변에는 대형 화단도 있었다. 화단에는 해바라기 조형물과 하얀색 원형 조명도 설치돼 있었다. 마치 숲속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시민들은 지하철역 안에 식물이 있는 게 신기한 듯 손으로 만져보거나 냄새를 맡았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촬영하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몇 달 전까지 운천역 주변에서 살았다는 김혜진(26·여)씨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오랜만에 운천역을 찾았는데 깜짝 놀랐다.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며 "오래돼서 어둡고 칙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정말 좋게 바뀐 것 같다. 2호선 개통에 맞춰서 나머지 역들도 분위기가 화사하게 바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운천역 실내정원은 광주교통공사가 산림청의 '생활밀착형 숲 사업' 공모에 선정돼 광주 서구와 협약을 맺고 조성한 공간이다.해당 사업은 생활권 주변이나 다중이용시설에 정원을 조성해 생활 속 녹지공간을 확충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 말까지 총 4억5천만원을 들여 설치했다.광주교통공사는 운천역 실내정원 조성을 통해 지하철 활성화와 시민편익 증진을 기대하고 있다.실내정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광주교통공사는 지난 2023년에도 4월부터 8월말까지 산림청 공모 사업에 선정돼 지원받은 사업비 총 10억으로 광주 동구와 협약을 맺고 1호선 문화전당역 대합실과 승강장 곳곳에 실내정원을 만들었다.또 지난해 2월부터 광주신세계와 협약을 맺고 1호선 농성역을 탈바꿈시키고 있다.구체적으로 농성역 대합실 중앙기둥과 예술무대를 리모델링하고, 고객행복공간을 조성하며, 대형 미디어월을 설치한다. 공사는 2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아울러 광주의 관문으로 불리는 1호선 광주송정역도 지난해 11월부터 광주를 찾는 방문객들을 위해 트렌디한 문화·예술·관광 홍보 공간으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준공은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광주교통공사 관계자는 "1호선이 개통한 지 20년이 넘었다 보니 아무래도 군데군데 낡고 오래됐다는 느낌이 들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며 "광주시민뿐만 아니라 광주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 '서울→광주' 3시간20분…설 연휴 전날 소통 원활
- · 광주 북구, 31사단 이전 위한 연구용역 추진
- · “따뜻한 밥 한끼 드리고 싶었다…가슴아픈 참사 더 없길”
- · '평범하고 안전한 일상'···새해소망 꼭 이뤄지길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