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1일 전남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올 들어 음주운전과 승진청탁, 개인정보 유출 등 비위 행위가 연달아 발생한 전남경찰 조직의 기강 해이를 강력히 질타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순천 여학생 살인사건과 관련한 내부 문건을 현직 경찰관이 유출했다. 이래서는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광희 민주당 의원도 "순천 박대성 사건의 수사자료가 인터넷에 유출됐는데 심각한 문제"라고 했고,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박대성 사건 보고서 유출은 전남경찰청의 보안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경찰 기강 해이 문제가 불거진 불법체류 외국인 도주, 경찰관 압수물 절도 등 사건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정동만 의원은 "전남경찰청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나주경찰서에서 호송 중 도주한 불법체류 외국인 피의자가 10시간 만에 붙잡혔다. 그 시간에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 치안 공백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질타했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완도경찰서 경찰관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압수물인 현금 3천541만원을 절취했다"며 "압수물 보관과 점검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4년간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압수물 창고 비밀번호를 한 번도 변경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남경찰청은 2021년 국정감사에서도 기강 해이 지적을 받았는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경찰 기강이 확실히 서야 공권력이 국민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브로커 관련 인사 청탁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전남경찰청 전·현직 경찰관을 향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이 '피고인은 관행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더라. 경찰 사회에서 얼마나 인사청탁 금품이 오고 갔으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느냐"며 "전남경찰청장은 국민과 도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찰 인사 시스템이 문제다. 인사위원장과 인사위원의 과반수를 외부인으로 두는 등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인사 문제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전남경찰청의 준법정신과 공직기강 문제를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며 "최근 5년간 기소자 수를 보면 전남경찰청은 전국 5번째로 많다"고 했다.
이달희 의원은 "전남경찰의 음주운전 비율이 전국 지방청 중 가장 높다. 공직 기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타 세례를 받은 모상묘 전남경찰청장은 "지적에 공감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 경찰 개인 비위에 대해선 감찰을 진행 중이다.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를 분석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바다 위에서 굶기고 폭행···선원 숨지자 유기한 선장 중형 '일 못한다'며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해 선원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바다에 버린 선장이 중형에 처해졌다.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지혜)는 살인·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40대 선장 A씨에게 징역 28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시체유기·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선원 B씨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선장 A씨는 지난 4월30일 오전 전남 서해상에서 조업 중인 20t급 어선에서 50대 선원 C씨를 폭행해 숨지게 하고 이튿날 바다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또 다른 선원 B씨는 바다에 시신을 유기하는 것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A씨는 지난 3월 처음 일을 시작한 C씨가 '일을 못하고 동료들과도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구 등을 이용해 구타하거나 호스로 바닷물을 쏘는 등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A씨는 비가 오는 날 선박 내 천장이 열려있는 어구 적재 장소에 C씨를 자게 했다.또 쇠약해진 C씨에게 15㎏ 상당 소금 포대를 들게하고, 강풍이 부는 날에 C씨를 강제로 씻겨 저체온증에 이르게 했다.A씨는 C씨가 숨진 다음날 B씨와 함께 시신을 쇠뭉치나 등이 담긴 어망에 묶어 바다에 유기했다. 현재까지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해경은 승선원 하선 기록 등을 토대로 C씨의 실종 사실을 파악,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재판부는 "A씨는 C씨를 지속적으로 때리거나 상해를 가했다. C씨는 A씨의 지시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선미 갑판이나 어구 적재 장소에서 취침,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건강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다. A씨는 C씨의 상태를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폭력을 가해 숨지게 했다"며 "별다른 죄의식 없이 숨질 때까지 무감각하게 폭행을 지속, 납득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이어 "C씨는 망망대해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이 A씨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하면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죄를 숨기고자 유기해 현재까지 C씨를 발견조차 하지 못한 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미필적 고의로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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