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광주경찰청의 '국민체감안전도'가 시민이 체감하는 치안 수준에서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이 범죄나 사고 등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끼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체감안전도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중 최하위권에 머무는 가운데, 불안 요인인 촉법소년·관계성 범죄는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광주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광주경찰청의 국민체감안전도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중 최하위권이라는 의미는 광주 시민들이 각종 범죄로부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곧 경찰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운을 떼며 "조사 결과를 보면 전남경찰청이 81.1점을 받았을 때 광주경찰청은 76.4점을 받아 점수 차이가 크다. 촉법소년 비율이나 체감안전도 결과로 비춰볼 때 예방치안에서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치안정책 발굴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전도 지표 하락 원인으로 수사과 기피를 이유로 들며 "2021년까지만 해도 수사병과 인력이 138명으로 정원보다 현원이 많았지만 현재는 정원 대비 66명이 부족하다"며 "경찰관들이 수사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데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공개된 2022년 국민체감안전도 조사에서 광주경찰청의 종합 체감안전도는 16위에 그쳤다"며 "시민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 분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촉법소년·관계성 범죄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김상욱 의원은 "광주는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범죄 발생률이 타 시·도 대비 높은 편이다. 촉법소년 범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 대부분이 청소년"이라며 "학교전담경찰관 비율이 낮은 점 등을 보면 촉법소년 범죄 예방에 미흡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찰청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주민등록상 10~13세 인구와 촉법소년 검거 인원을 비교한 결과, 광주는 인구 대비 검거 비율이 1.8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는 게 김 의원실의 국감자료 분석 결과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관계성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광주에서 관계성 범죄나 교제 폭력이 1천건 이상 발생하는데 여성청소년 수사팀 인력은 청·일선서를 통틀어 지난해보다 25명 줄었다. 스토킹 전담 경찰관은 6명에 불과하다"며 "초기 대응을 맡는 112상황실, 지역경찰도 관계성 범죄 대응 역량과 이해를 높여야 한다. 피해자 보호 최우선 수사 지침을 확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국감장에서는 직장내 갑질·음주운전·승진청탁 등 경찰 비위 근절을 비롯해 한국시리즈 암표 단속, 테이저건 등 노후장비 교체, 사이버 도박·킥보드(PM) 교통사고 예방, 효율적인 인력 재배치 등 현안에 대한 송곳질의가 이어졌다.
박성주 광주경찰청장은 "낮은 체감안전도는 국감을 준비하면서 뼈 아픈 부분이었다"며 "원인을 잘 분석하고 타 시도 성공 사례를 적극 반영해 시민체감 안전 향상에 힘쓰겠다"고 답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바다 위에서 굶기고 폭행···선원 숨지자 유기한 선장 중형 '일 못한다'며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해 선원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바다에 버린 선장이 중형에 처해졌다.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지혜)는 살인·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40대 선장 A씨에게 징역 28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시체유기·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선원 B씨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선장 A씨는 지난 4월30일 오전 전남 서해상에서 조업 중인 20t급 어선에서 50대 선원 C씨를 폭행해 숨지게 하고 이튿날 바다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또 다른 선원 B씨는 바다에 시신을 유기하는 것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A씨는 지난 3월 처음 일을 시작한 C씨가 '일을 못하고 동료들과도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구 등을 이용해 구타하거나 호스로 바닷물을 쏘는 등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A씨는 비가 오는 날 선박 내 천장이 열려있는 어구 적재 장소에 C씨를 자게 했다.또 쇠약해진 C씨에게 15㎏ 상당 소금 포대를 들게하고, 강풍이 부는 날에 C씨를 강제로 씻겨 저체온증에 이르게 했다.A씨는 C씨가 숨진 다음날 B씨와 함께 시신을 쇠뭉치나 등이 담긴 어망에 묶어 바다에 유기했다. 현재까지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해경은 승선원 하선 기록 등을 토대로 C씨의 실종 사실을 파악,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재판부는 "A씨는 C씨를 지속적으로 때리거나 상해를 가했다. C씨는 A씨의 지시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선미 갑판이나 어구 적재 장소에서 취침,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건강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다. A씨는 C씨의 상태를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폭력을 가해 숨지게 했다"며 "별다른 죄의식 없이 숨질 때까지 무감각하게 폭행을 지속, 납득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이어 "C씨는 망망대해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이 A씨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하면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죄를 숨기고자 유기해 현재까지 C씨를 발견조차 하지 못한 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미필적 고의로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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