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우치로77 대나무숲' 공무원 불만 잠재울까

입력 2023.04.17. 16:09 강승희 기자
게시판서 업무 과중 토로·설문조사서 55% 업무 부담 느껴
구청 내 근무 저해요인 익명 신고…4~12월까지 시범운영
무등일보DB

광주 북구가 직장 내 부조리와 직원들의 불만 해소를 위해 '온라인 대나무숲'을 마련키로 해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북구 내부 게시판을 통해 업무 과중과 경직된 조직문화에 대한 토로가 빈번했던 터라, 온라인 대나무숲 개설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북구에 따르면 직장 내 부조리 개선을 위해 '우치로77 대나무숲'을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북구청의 도로명 주소를 본떠 이름 지은 '우치로77 대나무숲'은 공무원들이 익명으로 갑질과 예산 부당집행 등 근무환경 저해요인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한 카카오톡 1:1 오픈채팅방 이름이다.

감사담당관은 '우치로77 대나무숲'에 제보가 들어오면 사례를 각색해 새올행정시스템(구청 정보시스템) 게시판 등에 공유한다. 모인 사례들을 갑질, 부패행위, 예산 부적정 등 부문별로 통계를 내 변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동안 북구 공무원들은 새올행정시스템 게시판에 마련된 '소통방'을 통해 부당 대우 등에 대한 피해 내용과 입증자료를 첨부해 신고할 수 있었다. 신고가 접수되면 감사담당관이 조사에 나서 징계를 내리게 되는데 이후 근무 중 마주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신고자들에게 부담을 느끼게 해 사실상 신고가 어려웠다는 게 북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치로77 대나무숲'은 처벌을 위한 신고가 아니라 익명의 제보에 의해 심각성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개선점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소통방'과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 북구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8일까지를 '상호존중 실천강령' 제정 기간으로 정했다. 부서별 실무자 회의를 통해 관리자와 실무자가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각각 총 10가지를 정해 갑질 예방목록을 작성하고 각 부서에 부착해 감사담당관에게 보고하게 했다.

북구의 이 같은 행보는 앞서 실시된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 개선의 일종으로 풀이된다.

앞서 2월17일 북구 새올행정시스템 게시판에는 '형편없는 급여, 열악한 사무환경, 끊임없는 신규사업 발굴'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신규 시책 발굴과 국비사업 등 업무 과중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직원 간 불화, 건강 악화 문제를 지적했다. 이후 4일 뒤에는 '소통'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와 경직된 조직문화와 조직 내 구성원들 사이의 깊은 간극 등을 토로했다.

이 같은 내용의 글들이 잇따르자 북구는 2월23일부터 국비사업 발굴 최소화, 실효성 없는 시책 사업 폐지, 각종 업무 보고 횟수 축소·절차 간소화 등을 포함한 '직원 업무부담 경감을 위한 구정 주요 4대 업무 일하는 방식 개선안'을 시행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 북구지부가 2월27일부터 이틀간 구청 공무원 1천10명(본청 633명, 동·사업소 377명)을 대상으로 업무·복지·조직 문화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공무원들은 업무 부담을 토로했다. 응답자 55%(세다 43%·440명, 매우 세다 12%·122명)가 업무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보통이다 44%(442명), 약하다 1%(8명)로 나타났다.

북구 관계자는 "내부에서 체감하는 청렴도를 향상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시행하게 됐다"며 "소속 직원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불편 사항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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