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막는 종점역은 헌법전문 수록”
고령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을 피해왔던 지만원(81)씨가 대법원의 원심 확정에 따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지만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폄훼는 그치지 않고 있다.
4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튜브와 SNS를 비롯한 온라인 상에서 5·18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근본적 해법인 '5월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5·18 당시 항쟁에 참여한 시민들을 '북한군'이라 칭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지씨가 지난달 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홈페이지를 통해 '광수(광주 북한특수군)'라는 단어로 항쟁에 참여한 시민들을 비방하는 등 허위사실을 퍼트린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씨의 주장은 근거도 부족하고 의도가 악의적이라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고령이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1·2심 모두에서 법정구속을 피했던 지씨의 형 집행이 확정되자 5월 단체는 '5·18을 폄훼시키는 세력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다', '5·18 왜곡을 종식하는 의미가 있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5월 단체의 이같은 기대와 달리 '교도소를 가는 지만원 박사의 마지막 당부 말씀'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중심으로 5·18에 대한 왜곡·폄훼가 온라인 상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감 당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지씨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20여분의 해당 영상은 "빨갱이와 싸우다 빨갱이한테 당해서 수감됐다. 한국 사회 곳곳을 빨갱이가 점령하고 있다"는 말로 시작된다.
지씨는 "생각이 다르다고 감옥에 보내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어디 있겠느냐"며 "2년을 다 마치고 나올 생각이다. 빨리 나오려고 구차한 생각은 하기 싫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씨는 다섯 가지의 당부를 전했는데, 대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편향된 시각으로 5·18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씨는 자신이 쓴 '5·18작전 북이 수행한 결정적 증거 42개'와 '전두환 리더십'을 많이 읽어주기를 바랬다.
특히 정치권 일부 사람들이 5·18을 헌법전문에 넣겠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데, 그들의 생각을 돌릴 수 있는 길을 찾고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날조 행위를 감시해달라는 황당무개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대해 5월 단체들은 수많은 가짜뉴스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5월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은 "지만원처럼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유포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없애기 위해 5월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는 것을 절실하다. 5·18 민주유공자를 국가유공자로 승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직접 했던 약속을 적극적으로 이행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기록진실부장은 "5·18에 대한 왜곡을 막기 위한 종착역은 '5월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이다. 정권에 따라 역사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면서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5월 정신'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만 지만원을 비롯한 왜곡 세력들이 역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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