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중하순에 시작해 5월 초까지 했던 김 양식이, 이젠 10월 초에 시작해 3월이면 끝납니다."
김영룡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 김연구팀장의 말이다. 온난화로 인해 김 양식이 예년에 비해 늦은 반면 빨리 마무리 되는 등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거다. 김 채묘(어린 김을 심는 과정)가 늦어지고, 양식 기간 자체가 짧아진 것이다. 폭염 등 고수온의 영향 탓이다.
그는 무등일보와 통화에서 "이론적으론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생산량이 줄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우려했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론 기후 변화가 지속되면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일본에선 고수온 탓에 김 양식이 줄어들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김을 양식해 노하우가 쌓였지만, 10년 전보다 50%가량 줄어든 것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주로 만(灣) 내부에서 김을 양식하기 때문에 수온 변화에 더 민감하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문제는 양식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이 노랗게 변색되는 '황백화' 현상도 나온다. 바다 속 영양염류 부족이 원인이다. 가뭄과 수온 상승 등의 후과다. 지난 2021년 전남 양식장에 큰 피해를 입혔다.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남해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을 때였다. 그는 "김은 육지에서 흘러오는 영양염을 흡수해 자라는데 가뭄이 심하면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지 못해 영양 부족 상태가 지속된다"며 "2021년 당시 완도·강진 양식장에서 황백화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빠르게 변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 등을 주문했다. 김 팀장은 "김 양식업자들이 기존 관행 등 전통적 방식에 의존하기 보다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양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결국 고수온 등 이상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과 함께 양식 방법 변화, 정부의 적극적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남 지역 106개소에서 실시간 수온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만큼 어민들도 경험 대신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한 양식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거다.
피해는 현실화 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부족하다. 현재 해양수산과학원에서는 어민들과 협력해 고수온에서도 잘 자라는 품종을 개량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과학원이 제공하는 수온에 따라 채묘 시기를 정하거나, 고수온일 경우 냉동망을 활용하고, 가뭄 피해에 대비해 재해 보험을 드는 식이다. 냉동망은 김 채묘 후 수온이 적절해질 때까지 냉동 보관했다가 양식하는 방식이다. 그는 "어장에서 특히 강한 개체들을 선별해 종자를 확보하고 시험 양식을 거쳐 신품종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품종 개발에는 최소 5~7년이 걸리므로 지속적인 연구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보상에 대한 우려도 크다. 김 양식은 재해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실제 가입률은 낮다. 보험료를 국가에서 상당 부분 지원해주지만 여전히 비싼데다가 기후 문제로 피해를 입어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없어서다. 김 팀장은 "정부가 기후 변화 피해를 보험 기본 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보험료 부담을 낮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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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한달 일찍 틀고, 한달 더 가동···폭염 땐 전기세 두 배" 순천에 위치한 로뎀축산에서 사육 중인 돼지들 모습. "기온이 오를 때마다 관리·운영비가 뛰어요. 땀샘이 없는 돼지들은 에어컨 등 냉방장치와 깨끗한 물·사료 공급이 필수죠. 무더운 여름에 삼겹살 등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전라남도 순천시 상사면에서 20년 째 양돈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철수(56) 대표의 설명이다. 각각 1개 동이 250평씩 하는 4곳의 축산동에서 돼지 2천500마리를 키우고 있다. 분만·생장·출하 등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일괄 사육 농장'이다. 돼지는 고온에 민감하다. 그는 "돼지는 땀샘이 없어 호흡과 물을 마시는 것으로 체온을 조절한다"면서 "물을 많이 마셔서 열을 배출 해야 하는데, 서열상 어린 돼지들은 물통 가까이 가기도 어려워 폐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축사 관리비가 증가하는 이유다. 폭염일 수가 늘면서 냉방시설 가동기간도 길어지면서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전남 지역의 폭염일 수는 30.1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20년(7.7일)보다 폭염일 수가 4배 가까이 늘었다. 2023년 14.2일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주 대표는 "3년 전 만해도 5∼6월께 시작해 9월까지 에어컨을 틀었다"면서 "하지만 여름이 길어지면서 2023년부터는 4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전라남도 순천시 상사면에서 20년 째 양돈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철수(56) 대표가 폭염과 사육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있다.전기세를 낼 때 체감한다고 했다. 에어컨 가동 기간이 늘어나면서 냉방에 들어가는 전기세 부담이 더욱 커져서다. 봄·가을철(3월~5월, 10월) 한 달 평균 300만~350만원 내던 걸, 여름철(6월~9월)엔 800만원대를 부담한다. 시설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다. 7년 전, 4개동에 에어컨 설치 비용으로만 2억원가량 들었는데, 현재는 40~50% 올라 3억원 가까이 된다. 축사의 평당 에어컨 규모가 커지면서 비용도 늘었다.여름철 폐사와 무관치 않다. 최근 5년 가운데 폭염일 수가 가장 길었던 지난해(30.1일)에는 104농가에서 돼지 1만4천718마리가 폐사했다. 해당 기간 가장 큰 피해 규모로 기록됐다. 5년 전인 2020년 폭염일 7.7일 동안 5농가에서 30마리가 폐사한 것과 비교하면 폭염일 수가 5배 가까이 늘었고, 폐사한 돼지는 490배 이상 증가했다. 주 대표는 "시설이 열악할 수록 폐사가 많이 일어난다"며 "폭염 기간이 매년 길어지고 있는 만큼 에어컨 등 시설을 갖추지 못한 농장은 축사 운영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10월께 장기간 농장을 비웠을 때다. 갑작스런 정전 탓에 축사 에어컨 가동이 멈추면서 10여 마리가 폐사했다. '하석' 등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가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던 시기다. 다행히 이를 빨리 발견한 직원들이 창문을 열어 환기 시켰고, 전기도 10시간 만에 다시 들어와 큰 피해는 면할 수 있었다. 한여름이었다면 더 큰 피해가 불가피 했던 순간이었다.광주 지역 연도별 삼겹살 1인분(200g) 기준생산성 문제와도 직결된다. 주 대표는 "지속된 더위에는 서서히 적응을 하지만, 갑작스런 폭염 땐 폐사가 늘어난다"며 "무더위 뒤, 극한호우와 함께 찾아오는 찜통더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단 온도 변화에 민감한 어미돼지는 사료 섭취량이 줄어들고 분만이나 젖주기 등 활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출하를 앞둔 돼지들 역시 섭취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출하 일령이 늘어나거나 품질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실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폭염 시 160일인 출하 일령'을 늘리지 않고 ㎏ 수가 조금 떨어지더라고 정해진 날짜에 출하하고 있다. 평상시 땐 1마리 당 1등급으로 50만원 가량 받았을 돼지 가격을 2급 45만원 정도에 출하하고 있다.치솟는 사룟값도 부담이다. 주 대표는 "시중에서 가장 비싼 사료를 사용해 사룟값만 한달 평균 1억원이 든다"며 "최고급 사료로 품질 좋은 돼지를 키워내기 위해 1년 내내 품질 좋은 사료를 공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름철에는 등급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손해가 난다"고 말했다.분뇨 처리 비용 또한 여름철 운영 비용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돼지들이 고온 속에서 적정 체온을 유지시키기 위해 많은 물을 섭취하는 만큼 분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분뇨는 발효시켜 비료로 만든 뒤 논과 밭에 뿌려지는데, 여름철 우기 땐 논·밭에 처리하기 힘들어져 처리 비용은 '부르는 게 값'된다"며 "평상시보다 30%는 늘어난다"고 토로했다.폭염 피해에 대한 근본적 지원책도 주문했다. 전남도가 고온 피해 예방을 위해 사료 첨가제를 공급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 대표는 "돼지 축사 자체가 단열이 돼야 사료 첨가제를 먹여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에어컨 설치도 단열이 돼야 의미가 있는 만큼, 낙후된 농가들이 이상 기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시설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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